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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의 흥과 서양 팝 융합 … 관객들 개막식 때 세 번 놀랄 것”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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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1면

평창 올림픽 개막이 1년 앞으로 다가왔다. 오는 9일이면 정확히 1년 전이다. 세상이 어지럽다 보니 올림픽도 소란을 비켜가지 못했다. 송승환(60·사진) 평창 올림픽 개·폐막식 총감독도 풍파에서 자유롭지 못했다. 온갖 잡음과 소문이 파다했다. 1년 이상 언론을 만나지 않았다기에 솔직히 걱정도 있었다. 지난 3일 그를 만났다. 다행히 그는 솔직했고 당당했다. 안심하고 올림픽을 기다려도 될 것 같았다.

의혹부터 털자. 소문에 대해 먼저 말해달라.
“공모 신청을 안 했는데 총감독이 된 건 사실이다. 그러나 당시 정부가 접촉한 문화계 인사 대부분이 공모 신청을 하지 않았다. 적임자를 찾지 못한 정부가 나중에 나를 찾아왔다. 그게 전부다. 차은택씨는 유명한 CF 감독으로 알 뿐이다. 차은택씨와 고교 동창이라고 수군댄다던데, 손석희 JTBC 사장은 고교 3년 동안 방송반 활동을 같이한 사이다. 차은택씨와 문화융성위원회 활동기간도 거의 겹치지 않는다.”
문체부와 갈등은 없었나.
“왜 없었겠나. 2015년 7월 총감독이 된 다음 함께 일할 연출진을 추천했더니 곤란하다는 답변이 돌아왔다. 지금 생각해 보니 블랙리스트 때문이 아니었나 싶다. 오히려 문체부가 추천한 사람들이 있었다. 훌륭한 이력이 많았지만 나와 호흡을 맞춘 적이 없어서 처음에는 불편했다. 지난 연말에야 내가 원하는 연출진이 다 꾸려졌다.”
지난해 8월 정구호 개·폐막식 총연출이 갑자기 사퇴했다.
“이견은 있었다. 그러나 갈등은 없었다. 초기 아이디어 회의에서 이견은 당연한 것이었다. 갈등이 있었다면 정 감독과 정부 사이에 있었을 것이다. 정부는 정 감독이 올림픽에 더 많은 시간을 투입하기를 바랐고 정 감독은 예정된 일정이 빡빡했다. 나나 정 감독이나 같은 ‘을’ 신세였다(※정구호(55) 총연출 후임으로 지난달 양정웅(48) 연출이 임명됐다. 양 연출은 송 감독과 연극 ‘한여름밤의 꿈’을 함께 작업한 사이다).”
송 감독 이력이 올림픽과 맞지 않는다는 지적도 있다.
“나는 50편이 넘는 공연을 작업했다. 연출 경험도 많지만 제작 경험이 더 많다. 방송·연극·뮤지컬 등 장르도 다양하다. 총감독과 총연출의 차이를 아시는가. 총연출이 현장에서 작품을 만드는 자리라면 총감독은 총연출을 비롯한 연출진을 조율하고 이끄는 자리다. 정부와 조율, 협력기관과 협의 등 총감독의 역할은 프로듀서에 가깝다. 나야말로 적임자다.”
최근 올림픽의 개·폐막식 총감독은 주로 영화감독이었다.
“이유를 아시는가? 올림픽 개·폐막식은 TV 쇼다. 현장 관객 3만5000명을 위한 이벤트라기보다 전 세계 5∼6억 시청자를 위한 쇼다(※리우 올림픽 개막식 시청자 기준). 내가 여덟 살에 방송으로 데뷔했다. 방송 경력만 50년이 넘는다. 개막식 3시간 중에서 선수단 입장 같은 공식일정에 2시간이 걸린다. 나머지 1시간이 오롯한 쇼 타임이다. 그 1시간의 매 순간을 나는 카메라 컷으로 이해한다.”
지금 고민이라면.
“돈이다. 개·폐막식 예산이 1000억원인 줄 알았다. 그러나 현재 쓸 수 있는 돈은 530억원이 전부다. 출연자를 줄이는 등 노력은 하지만 턱없이 부족하다. 문체부가 평창 올림픽을 문화올림픽으로 치르겠다고 선언했는데 문화올림픽의 하이라이트가 개·폐막식이다. 그러나 개·폐막식 예산은 올림픽 전체 예산(2조8000억원)의 3%도 안 된다.”
돈 말고 고민이 있다면.
“날씨다. 개·폐막식장은 올림픽 이후 철거시설이어서 지붕이 없다. 개·폐막식은 오후 8시 시작한다. 해발 700m 벌판에서 영하 20도의 체감온도와 초속 10m의 강풍을 견뎌야 한다. 기상 상황에 따른 플랜을 3단계까지 준비했다.”
개·폐막식 프로그램도 날씨를 고려했겠다.
“개·폐막식장을 뮤지컬 무대처럼 꾸밀 생각이다. 3m 깊이로 땅을 파고 지상은 2m를 높여 모두 5m 높이의 공간을 무대로 활용할 것이다. 드론도 쓰고 싶은데 날씨가 걱정이다. 드론은 사용허가도 받아야 한다.”
개·폐막식 콘셉트, 어디까지 말해줄 수 있나.
“IOC 주문사항이 있었다. 인류 공통의 가치를 전달해달라. 환경 메시지를 다룬 리우 올림픽 개막식을 IOC가 좋아하는 이유다. 평창 올림픽 개·폐막식의 내부 콘셉트는 조화와 융합이다. 조화는 우리의 전통문화를, 융합은 현대문화를 상징한다. 우리 민족은 자연과 하나 되는 문화를 이어왔고 한류의 핵심은 고유의 흥과 서양 팝 문화의 융합이라고 생각했다. 강강술래, 태권도 시범 같은 뻔한 이벤트는 없을 것이다. 어린이 5명이 등장하는 무대 등 이른바 ‘와우 포인트’가 3개 정도 있다. 성화 점화식은 물론 말할 수 없다. 준비했던 아이디어가 있었는데 리우 올림픽이 먼저 써 먹었다(※리우 올림픽은 조각가 앤서니 하우의 ‘키넥틱 아트’ 활용해 성화를 점화했다).”
앞으로 일정은.
“개·폐막식 영상에 쓰일 겨울 장면 촬영을 이달 안에 마쳐야 한다. 다음달에 IOC에 개·폐막식 최종안을 보고해야 하고 IOC 공식방송사 OBS와도 최종 협의를 마쳐야 한다. 올림픽 개막식은 이미 시작됐다.”

글=손민호 기자, 사진=권혁재 사진전문기자 ploves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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