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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M] 충무로와 발리우드를 접수한 액션 베테랑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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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세영(50) 무술감독은 ‘아름다운 청년 전태일’(1995, 박광수 감독)부터 2000년대 초반까지 충무로의 스턴트맨으로 활약했다. ‘왕의 남자’(2005, 이준익 감독)로 무술감독 데뷔했고, ‘최종병기 활’(2011, 김한민 감독)로 제32회 청룡영화상 기술상을 수상했다. 3년 전 인도 영화 ‘샤룩칸의 팬’(2월 23일 개봉, 마니시 샤르마 감독)의 무술감독으로 발리우드 시장에 진출하기도 했다. 홍콩 배우 성룡의 무술팀 ‘성가반’ 출신 이인섭 대표와 함께 2003년 설립한 영화 무술·스턴트 회사 ‘트리플A(triple-a)’를 이끌고 있다.

[사진=정경애(STUDIO 706)]

[사진=정경애(STUDIO 706)]

-언제부터 영화 무술에 관심을 가졌나.
“‘취권’(1978, 원화평 감독)의 성룡이 있었기에, 지금의 내가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웃음). 어릴 적부터 홍콩 무술영화 매니어였으니까. 10대 시절에 쿵후를 비롯한 여러 무술을 접하기 시작했다. ‘어느 체육관에 고수가 있다’는 소문이 돌면, 그분에게 찾아가 운동을 배웠다. 액션 배우를 꿈꾸기도 했지만, 거울을 보고 깨끗이 단념했다(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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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세영 무술감독

-20년 넘게 영화 무술을 해 오며 가장 힘들었던 순간은.
“영화 촬영 현장에서 일하며 모멸감을 느낄 때였다. 1990년대에는 스태프 면전에서 대놓고 비하 발언을 하기도 했었으니까. 말도 안 되는 걸 시켜 놓고 그걸 잘 못한다고 모욕감을 주기에, 집에 가서 이불 뒤집어쓰고 펑펑 운 적도 있다.”

-3년 전 ‘어벤져스:에이지 오브 울트론’(2015, 조스 웨던 감독)의 한국 촬영에 스턴트 코디네이터로 참여했다. 할리우드 영화 촬영장에서 느낀 점은.
“주요 스태프들의 나이가 60~70대인 점이 참 보기 좋았다. 오래 일할수록 연륜이 쌓이는데, 우리나라는 나이가 들면 현장에서 물러나야 할 것 같은 분위기니까. 비용보다 인명을 우선시하는 태도도 굉장히 부러웠다. 촬영 전 119 응급대원을 불러 모의 구조 훈련을 하는데, 구조 시간을 3분으로 단축하기까지 몇 번을 되풀이하더라.”

-안전과 관련해 후배들에게 강조하는 것이 있다면.
“본인이 할 수 없는 건 하지 말 것. 원래 스턴트맨들이 ‘못하겠다’라는 말을 잘 못한다. 무술팀은 몸이 생명인데, 경력이 쌓일수록 큰 사고를 당하는 경우가 많다. 부상이 심하면 6개월 이상 일을 쉬게 되기도 한다. 나 역시 20대 때 TV 드라마 ‘여명의 눈동자’(1991~1992, MBC) 촬영 중 심한 화상을 입고 1년 가까이 일을 하지 못했다.”

-가족이 마음 졸였겠다.
“아직 우리 부모님은 내가 현역 시절 무슨 일을 했는지 정확히 모르실 것이다. 만약 촬영 현장에서 내 모습을 보셨다면 (스턴트를) 못하게 하셨겠지. 가끔 무술팀 후배들이 여자친구를 현장에 데리고 오는데, 다들 남자친구가 일하는 것을 보며 펑펑 울다 간다. 그만큼 힘들고 위험한 일이다.”


-영화 무술과 관련해 향후 비전이 있다면.

“정두홍·신재명 등 유명 무술감독님들처럼, 회사(트리플A) 차원에서 만드는 액션영화를 기획 중이다. 일단 회사 자본으로 제작하고, 해외 투자를 끌어 볼 작정이다. 성룡과 함께 일한 경험이 있는 이인섭 공동 대표는, 국내에서 성룡에게 직접 투자 제안할 수 있는 유일한 인물일 것이다. 영화만 괜찮다면 ‘따거(大哥·형님), 10억원만 투자하세요’라 말할 수 있겠지(웃음). 실제로 성룡이 이 대표에게 ‘기회가 있으면 도와주겠다’고 말했단다.”

-영화 무술을 꿈꾸는 지망생들에게 조언한다면.
“꿈이 간절하다면, 대부분의 시간을 온전히 투자할 각오로 도전했으면 좋겠다. ‘열심히 했다’라는 기준을 새롭게 정의할 필요가 있을 것이다. 오늘 해야 할 운동을 못하면 불안해서 잠이 안 올 정도로.”

오세영 무술감독이 ‘애정하는’ 액션영화

‘퀵’│조범구│2011

폭탄을 배달하게 된 퀵서비스맨 한기수(이민기)의 모험을 그린 액션 코미디. 명동 한복판을 질주하는 짜릿한 오토바이 액션이 발군이다. 오 무술감독에게는 “기존 한국영화에서 보기 드물던 오토바이 추격신에 도전하게 한” 액션영화. 매번 위험천만한 장면이 기다리고 있었지만, 그럼에도 “쾌활한 분위기에서 즐겁게 일한” 작품이다.

‘용의자’│원신연│2013

오 무술감독의 대표작. 남한으로 망명한 북한 특수 요원 지동철의 속도감 있는 액션으로 화제를 모았다. 오 무술감독은 “전 스태프가 치밀하게 준비하고 긴장감으로 뛴 현장이었다”고 했다. “인물이 느끼는 피로도가 처절한 액션과 함께 전달됐기에 더욱 기억에 남는 영화”라고.

※제목|감독|제작 연도

고석희 기자 ko.seokhe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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