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철비’는 남한과 북한의 아슬아슬한 긴장 관계를 그린다. 그만큼 팽팽한 심리극과 대규모 전투 장면을 예고하고 있다. 2월부터 강원도 철원, 경기도 파주 등지에서 촬영을 시작하는 양우석 감독에게 이 영화에 대해 물었다.
- ‘강철비’는 어떤 영화인가.
- “‘변호인’을 관통하는 주제가 ‘성찰’이었다면, ‘강철비’는 ‘냉철’에 관한 영화다. 우리나라에는 남북 문제에 관해 감정을 앞세우거나, 진영 논리로만 이해하려는 경향이 있다. 지금의 남북 관계와 우리 사회가 처한 현실을 냉철하게 바라보자는 생각에서 출발했다.”
- 주요 캐릭터가 남북한의 권력자들이다.
- “남북 문제, 전쟁 등의 큰 문제를 다루기 때문에 최상위 권력층을 주요 캐릭터로 삼았다. 엄철우는 북한 정찰총국에서도 비밀 미션을 수행했던 핵심 요원이다. 엄철우 역시 안보에 관한 첩보를 바로 수집할 수 있는 사람이다.”
- 엄철우와 곽철우는 어떤 사람인가.
- “엄철우는 시한부 인생이다. 그래서 가족의 미래를 책임지는 일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그가 전쟁을 막으려는 이유는 국가 때문이 아니라, 가족의 안전 때문이다. 반면 곽철우는 국가의 안전을 지키려 하는 사람이다. 그는 자칭 ‘진성우파’다.”
- ‘좌파 논란’이 있던 ‘변호인’을 의식한 설정인가.
- “전혀 아니다. ‘변호인’ 때 인문학적 가치는 말살한 채, 진영 논리만 펴는 사람이 많아 안타까웠다. ‘강철비’도 단순히 좌우 문제로 해석되면 안 된다. 영화가 어떤 이슈에 대해 한쪽 편에 서서 답을 내서는 안 된다고 본다. 사회에 질문을 던지는 것이 영화가 할 수 있는 최선의 길이다.”
- 앞서 분단을 소재로 한 영화들과 달라야 한다는 부담감은 없나.
- “‘강철비’나 분단을 다룬 기존 영화들의 큰 주제는 일맥상통한다. 선우휘 선생이 쓴 한국전쟁 배경의 『단독강화』(1959)라는 단편 소설이 있다. 전투에서 살아남은 두 군인 이야기다. 가까스로 함께 동굴에 들어가 전투식량을 까먹던 두 사내는 서로가 적군인 것을 알고 총을 겨누지만, 다시금 경계를 풀고 마주 앉는다. 이 소설의 이야기가 남북 문제를 소재 삼은 영화 모두를 관통하는 원형이라 생각한다. ‘강철비’도 크게 다르지 않을 것이다.”
- 스펙터클과 사회적 메시지를 어떻게 조율하느냐가 중요할 것 같은데.
- “전쟁 스펙터클도 중요하지만, 이 영화가 하고자 하는 이야기가 신뢰성과 진정성을 획득하는 것이 우선이다. 스펙터클도 최대한 진솔하게 보여 주려고 한다. ‘진짜로 이럴 일이 있어날 수 있을까’ 하는 의문이 들 정도로.”
백종현 기자 jam1979@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