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순실 향해 “XX 하네” 욕한 65세 청소원 … “국민 힘들게 해놓고 큰소리 쳐 화났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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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는 더 이상 자유민주주의 특검이 아닙니다.” 25일 오전 서울 대치동 박영수 특별검사팀 주차장에서 호송차에서 내린 최순실씨가 외쳤다. 기자들이 다가가자 큰소리로 말을 이어 갔다. “어린애와 손자까지 멸망시키겠다고 하고….” 그는 “박근혜 대통령 공동책임을 밝히라고 자백을 강요하고 있어요. 이것은 너무 억울해요”라고 말한 뒤 교도관들에게 이끌려 엘리베이터를 탔다.

최씨 “자유민주주의 특검 아니다”
특검 빌딩서 호송차 내린 후 외쳐
전문가 “같은 편 동조 기대한 액션”

그 뒤에서 특검팀 사무실 청소일을 하는 임모(65·여)씨가 “염병하네”라고 큰소리로 세 차례 말했다. 임씨는 “아침마다 뉴스를 챙겨 보는데 오늘 최순실이 온다길래 얼굴 한 번 보려고 쉬는 시간에 내려가서 기다렸다. 국민들 다 힘들게 해 놓고 큰소리치는 모습을 보고 갑자기 화가 나서 나도 모르게 그런 말이 나왔다”고 말했다. 수사팀은 최씨가 ‘정신적 충격’ 등을 이유로 여섯 차례에 걸쳐 소환에 불응하자 법원으로부터 체포영장을 발부받아 그를 강제로 데려왔다. 최씨는 지난해 10월 31일 첫 검찰 출석 때 “죽을죄를 지었다”며 울먹였다.

구속 상태에서 체포영장이 발부된 최순실씨가 25일 특검 사무실로 압송되며 고함을 치고 있다. [사진 김성룡 기자]

구속 상태에서 체포영장이 발부된 최순실씨가 25일 특검 사무실로 압송되며 고함을 치고 있다. [사진 김성룡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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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후 최씨는 오후 2시부터 변호인 입회 아래 영상녹화실에서 조사를 받았다. 특검팀에 따르면 대부분의 질문에 제대로 대답하지 않았다. 이규철 특검보는 “묵비해도 조서는 그대로 작성된다. 조사에는 전혀 문제없다”고 말했다. 최씨 체포영장의 유효기간은 48시간이다. 전문가들은 최씨가 “계획적인 행동을 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이수정 경기대 범죄심리학과 교수는 “매우 전략적이고 선동적인 태도다. 같은 편, 자신과 비슷한 감정을 공유하는 사람들의 동조를 기대하는 계획적인 액션을 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법무부에 따르면 최씨는 이날 아침 서울구치소에서 호송차에 태워져 특검팀 사무실까지 이동하는 과정에서는 평소와 다른 행동을 하지 않았다.

이윤호 동국대 경찰행정학과 교수는 “처음엔 ‘우선은 소나기는 피하자’는 생각으로 죄지은 척을 했을 수 있다”며 “최씨가 자기주장을 강하게 해 실속을 챙기려는 의도를 품은 것으로 추정된다”고 말했다.

법조계에서도 다양한 풀이가 나온다. 한 판사 출신 변호사는 “특검팀이 딸 정유라씨까지 옥죄자 이에 대한 감정적 반발일 가능성이 있다”고 했다. 최씨는 이날 ‘어린아이’ ‘손자’를 여러 차례 언급했다. “박 대통령과 경제공동체임을 밝히라고 자백을 강요한다”는 식으로 특검 수사가 불공정하다는 의혹을 제기해 특검팀이 추진 중인 박 대통령에 대한 2월 초 대면조사에 영향을 미치려는 것 아니냐는 분석도 있다.

이 특검보는 “강압수사가 있었다거나 부당하게 자백을 강요받았다는 최씨의 주장은 사실무근이다. 이에 개의치 않고 법과 원칙에 따라 수사하겠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최씨가 ‘경제공동체’ 등을 언급하는 것으로 봐서는 미리 진술을 준비한 것 아닌가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글=현일훈·송승환 기자 hyun.ilhoon@joongang.co.kr
사진=김성룡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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