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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래식 음악까지 ‘한한령’…중국, 백건우 비자 거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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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8면

고고도미사일방어(THAAD·사드) 체계 한반도 배치 결정과 관련한 중국의 보복성 조치가 이어지는 가운데 한국 클래식 음악가들의 중국 공연이 잇따라 취소 위기에 놓였다. ‘한류금지령(限韓令·한한령)’이 클래식 음악계로 번지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조심스레 나오고 있다.

3월 구이양 심포니와 협연 취소
조수미도 발급 미뤄 공연 못할 듯

19일(현지시간) 클래식 평론가 노먼 레브레히트가 운영하는 클래식음악 뉴스 사이트 ‘슬립드 디스크(Slipped Disc)’에 따르면 피아니스트 백건우의 비자 발급이 거부됐다. 백건우는 3월 18일 중국 구이저우성 구이양(貴陽) 심포니 오케스트라와 협연 예정이었으나 공연이 취소됐고, 협연자도 중국의 신성 사첸(Sa Chen)으로 교체됐다.

백건우(左), 조수미(右)

백건우(左), 조수미(右)

레브레히트는 이에 대해 “백건우는 2000년 9월 중국에서 공연을 위해 초청을 받은 첫 한국인 아티스트였다”며 “(이번 공연 취소는 사드에 따른) 지역 간 긴장이 고조되는 가운데 나온 것”이라고 썼다.

실제 베이징에서는 지난해 11월 이후 한국 연주자의 공연을 허가한 바 없다.

소프라노 조수미 역시 2월 19일부터 광저우·베이징·상하이로 이어지는 중국 투어 공연을 위한 비자를 신청했으나, 뚜렷한 이유 없이 비자 발급이 계속 미뤄지고 있다. 조수미 소속사 SMI엔터테인먼트는 “예상했던 것보다 비자 발급이 늦어지고 있다”며 “속사정을 정확히 알 수 없어 현재 기다리고 있는 중이지만 계속 비자가 나오지 않을 경우 현지 오케스트라와 공연 가능 여부를 논의해야 할 것 같다”고 밝혔다. 조수미는 중국 각 지역의 오케스트라가 마리아 칼라스를 기리기 위해 그녀를 초청하는 투어에 참여할 예정이었다.

앞서 지난해 하반기 계획 중이던 한국 클래식 연주자의 중국 투어 역시 유야무야된 바 있어 클래식계의 우려는 더욱 더 커지고 있다. 한 공연계 관계자는 “순수 예술 분야 교류에까지 이런 보복이 있을 것으로 생각하지 못했다”며 “백건우나 조수미가 비자 문제에 걸렸다면 다른 연주자들의 경우는 더 중국 공연을 하기가 힘들 것”이라고 말했다.

김호정 기자 wisehj@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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