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쿠데타5차례… 민주화에 제동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4면

필리핀의 이번 쿠데타는「아키노」집권이래 지금까지 시도됐던 4차례의 불발쿠데타와 마찬가지로 2∼3개중대 규모의 병력이 동원된『찻잔속의 태풍』으로 끝났다.
그러나 비록 작은 규모이긴 하지만 이런 사건이 빈발하는 것은 군부내에「마르코스」지지 세력이 잔존하고 있음을 다시 한번 확인한 셈이다.
이번 사건이 비록 치밀하게 계획된것으로 보이지 않고 가담병력 또한 3백명 수준으로 「아키노」대통령에 충성하는 정부군에 의해 곧 진압되긴 했지만「국민화해정책」을 내세워 필리핀민주화작업을 추진하고 있던「아키노」대통령 정부에는 충격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집귄이후「아키노」대통령은 좌·우로부터 끊임없는 도전을 받아왔다.
그중에서도 특히 복고적인 반정부세력, 즉「마르코스」잔당인 구정치인중심의 민간인들과 쿠데타기도로 해임된「엔릴레」전국방장관 중심의 군인들로부터의 쿠데타기도와 위협이 계속 있어왔다.「아키노」정부는 28일의 쿠데타기도 이외에도 지난해 7월「마르코스」지지파인「톨렌티노」전외무장관과 4명의 장성이 4백명의 병력으로 일으킨 쿠데타기도를 시발로 지난4월 일단의 장교들이 수도 인근의 크라메기지에있는 군사령부를 점령한 사건에 이르기까지 그동안 모두 4차례나 쿠데타 기도를 견뎌냈다.
군부의 불만은「아키노」대통령이 군부의 기본적인 문제를 외면한채 공산반도들과의 평화추구에 너무 집착하고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출범이후 4백여명의 정치범석방등 광범위한 민주화조치를 취했던「아키노」정부는 국민대화합의 일환으로「마르코스」정권의 지지기반 이었던 군부에 대해서도 군부의 비정치화 또한 점진적으로 이루어져야 한다는 신념으로 유연한 입장을 취하고 있다.
직업적인 정치인이 아닌「아키노」대통령에게는 아직 그녀가 치유해야만할 문제가 산적해있다. 침체된 경제를 어느정도 회복시키기는 했으나 5천6백만 국민중 70%가 빈곤선이하의 생활을 영위하고 있으며 「마르코스」의 몰락을 가져온 정부내 부패 역시 계속되고있다.
게다가 공산주의자인 신인민군 (NPA) 과의 협상도 실패, 지방에서 이들의 공격이 심화되고 있다.
따라서 남은 집권기간중「아키노」행정부의 정국수습능력이 벽에 부닥칠 경우 필리핀군부의 도전은 계속 이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정봉환기자>
비 쿠데타 일지
▲86년7월=「마르코스」추종 4백여 군인들이 마닐라호텔 점령후 전외무장관「아투로·톨렌티노」지휘하에 반군정부 선포.
▲87년2월=3백여반군들이 마닐라 채널7TV방송국을 이틀간 장악하다 항복.
▲87년4월=일단의 소규모군사집단이 마닐라 근교 크라메 군영의 군본부를 수시간 장악.
▲87년7월=미정부가「마르코스」의 필리핀정부 전복음모내용「테이프」적발발표. 1만명의 마르코스 추종자를 신무기로 무장시켜 필리핀을 침입하려던 계획무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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