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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남도 “계란원가 85원 올랐는데…김밥은 500원 인상”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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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2면

지난 1일 충남 천안의 한 빵집에 ‘AI로 인한 계란 값 상승으로 부득이하게 값을 올리게 됐다. 계란 값이 정상화되면 가격을 내리겠다’는 안내문이 붙었다. 이 빵집은 카스텔라 가격을 6000원에서 1000원(16.7%) 인상했다. 아산시의 한 분식집은 한 줄에 2500원이던 김밥을 3000원으로 500원(20%) 올렸다.

빵집·김밥집 12곳 조사해 분석
업주들 “단순 계산법일 뿐” 반발

조류인플루엔자(AI) 발생 이후 계란을 재료로 사용하는 빵집과 김밥집(분식집)에서 가격을 잇따라 올리고 있다. 업주들은 계란 값이 크게 올랐다는 이유를 댔다. 하지만 계란 값 상승이 제품 원가에 미치는 영향은 크지 않다는 조사 결과가 나왔다.

충남도는 계란을 많이 소비하는 품목을 대상으로 원가(영향)를 조사·분석한 결과 인상된 계란 값이 제품 원가 상승에 미친 영향이 4% 안팎으로 나타났다고 18일 밝혔다. 도는 천안·아산시와 합동으로 지난 9~10일 천안·아산 지역 12개 업소(케이크 판매점 6곳, 김밥집 6곳)의 원재료 구성비 등을 조사했다. 조사 결과 케이크 판매점 6곳은 계란 값이 오르기 전에 계란 한 판(30개 기준)을 최저 2600원, 최고 4600원, 평균 3867원에 구입했다. 조사 시점에서는 구입 가격이 최저 6000원, 최고 9300원, 평균 8367원이었다. 빵집들은 케이크 한 개(1호짜리·260g)를 만드는 데 계란을 평균 4.6개 사용했다. 이를 근거로 계란 값 인상에 따른 케이크 가격 인상 요인은 평균 721원(3.8%)으로 조사됐다. 2만6000원짜리 케이크를 만들어 파는 빵집이 4000원에서 9300원으로 5300원 인상한 가격에 계란을 구입했고 케이크 한 개당 계란을 4개 사용했다면 인상 요인은 707원(2.7%)에 불과하다는 게 충남도의 설명이다.

김밥집 6곳은 4000~5500원에 구입하던 계란을 AI 사태 이후에는 7000~1만800원가량에 들여왔다. 김밥 한 줄당 계란 사용량은 0.5~0.7개로 가격 인상 요인은 평균 85.8원(4.1%)으로 산정됐다. 2500원에 팔던 김밥을 3000원으로 올린 김밥집은 계란 값 인상으로 한 줄당 67원만 추가로 부담하면 됐다. 그런데도 500원이나 올린 것이다.

이에 대해 한 김밥집 주인은 “김밥 한 줄에 85원의 인상 요인이 발생한다면 하루 100줄을 파는 김밥집은 매일 8500원, 한 달이면 25만5000원을 더 부담하게 된다” 고 주장했다.

충남도는 계란 값 인상이 제품 원가에 미치는 영향이 크지 않은 것으로 나타난 만큼 과도한 가격 인상을 억제하기 위해 지도·점검을 강화할 방침이다. 천안·아산경실련 정병인 사무국장은 “빵과 김밥은 서민 생활과 밀접한 식품으로 과도한 가격 인상은 바람직하지 않다”며 “인상이 불가피하다면 소비자가 공감하고 고통을 분담하는 수준에서 결정해야 한다”고 말했다.

홍성=신진호 기자 shin.jinh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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