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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제작 자유로와진다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6면

문공부의 「영화시나리오 사전심의제 폐지」조치에 따라 영화인들은 일단은 정부의 간섭이나 규제없이 자유스럽게 영화를 만들수 있게 됐다. 그러나 자유롭게 만들수만 있을뿐 자유롭게 발표할수 있는 길은 아직도 막혀있다.
완성된 필름을 심의하는 소위 「사후심의」는 버젓이 살아있기 때문이다.
그동안 공륜은 영화제작전에 시나리오를 미리 심의해 제작여부를 판정했고 완성된후에도 다시 작품을 심의해 문제부분을 삭제·단축·수정하는 「이중번의」를 시행해왔다.
결국 이번 문공부의 조치는 「영화창작 자유화」의 문을 절반만 열어놓은 셈이다. 영화인들이 아무리 마음껏 창작의 꿈을 펼쳐도 그 작품이 사후심의에서 가위질 당한다면 결과는 자칫 마찬가지가 될 공산이 크다.
그래서 영화인들은 이번 정부의 조치를 긍정적으로 받아들이면서도 좀더 발전적인 자유화 조치를 주장하고 있다.
한국영화인협회의 정진우이사장은 『이번 조치는 우리 영화인들이 그동안 끈질기게 투쟁해온 결실의 하나』라고 말하고 『이같은 조치에도 불구하고 지금과같은 공륜의 경직된 사후심의가 그대로 존속한다면 그 빛을 잃는 결과가 될것』이라고 강조한다.
영화인들은 그동안 시나리오의 사전심의 폐지는 물론 필름심의를 민간차원에서 자율적으로 하게해달라고 주장해왔다.
정부는 지금까지 시나리오 사전심의를 통해 영화제작을 「행정적으로」규제해왔다.
이같은 시나리오 심의는「불법」이라는 것이 영화인들의 주장이다. 현행공연법 제14조2항은 「공연자가 공연을 하고자 할때에는 미리 그 각본 또는 대본에 대해 문공부장관의 심사를 받아야한다」고 되어있으나 「영화및 대통령령이 정하는 공연에 대하여는 그러하지 아니한다」고 영화시나리오의 사전심사금지를 못박고 있다. 영화의 경우 필름심의과정이 있기때문이라는 뜻이다.
영화법 제12조에는 『영화는 그 상영전에 「공연법」에 의해 설치된 공륜의 심의를 받야야한다』고 되어있다. 결국 「공연법」에 의해 설치된 공륜은 시나리오 심의를 해서는 안된다는게 영화인들의 해석이다.
그러나 정부는 영화제작 신고를 받을때 공륜의 시나리오 심의필증을 첨부하지 않으면 제작허가를 내주지 않는 방식으로 자유제작을 규제해왔다.
시나리오를 사전에 심의함으로써 정부의 시각에서 볼때 문제가 있는작품은 아예 처음부터 제작을 못하도록 원천봉쇄해온 것이다.
정부가 이번 조치를 검토하는 과정중 일부 제작자(영화사 사장)들은 『시나리오 사전심의를 계속해달라』고 영화인들과는 상반된 로비를 펴 주목됐었다.
이들은 사전심의를 받지않고 제작된 영화가 사후심의 과정이나 상영중에 여러가지 문제가 발생하게되면 자신들이 크게 피해를 보게된다는 이유에서다.
정부는 이들의 의견을 수렴해 이번 조치에도 불구하고 제작자가 제작에앞서 스스로 국가안보등현행법에 대한 저촉여부의 검토를 요청해오면 이를 사전에 검토해 홍보하기로했다.
사후의 피해예방에 대한 「자문」에는 적극 응하겠다는 것이다.
이번 조치에 대해 영화인들은 남아 있는 사후심의를 자율적 민간기구에 넘겨줄것을 요구하고있다.
영화평론가 김종원씨는『시나리오 사전심의 폐지는 당연한 조치』라고 말하고 『그러나 종래의 관주도 공륜심의가 계속된다면 「눈가가리고 아옹」식의 명목상 자율화 결과밖에 되지않을것』이라며 사후심의의 민간자율화를 촉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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