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새 시대에 부응한다|종교계 "혁신바람"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10면

종교계에도 민주화의 변혁에 따른 시대적 흐름에 부응하려는 뜨겁고 솔직한 자체반성의 파고가 높게 일고 있다. 교계의 신문·잡지 등을 통해 분출되고 있는 자체혁신의 외침은 시대적 진실과 소외된 현장들을 껴안으면서 부도덕한 시대 상황속에 묻혀 희석돼온 교계의 부도덕성과 거짓 울타리를 벗어나자는 것으로 압축된다.
종교계 부도덕성의 구체적 내용으로는 ▲정체성의 변질과 상실 ▲개인의 카리스마화 ▲인기 영합의 소영웅주의 ▲물질적 세속화 현상 등이 지적되고 있다.
기독교와 불교에서 일고 있는 「자기혁신」의 목소리들을 들어본다.

<기독교>
박복천 목사(서울영등포 영문교회)는 『기독공보』 최근호에서 기독교계가 현실속의 자기 부도덕성에 대해 무감각한「면역성」을 갖게된 배경으로 현 목회자들의 일부가 ▲6·25 당시 징집을 피해 신학교에 입학한 사례 ▲당시 어려운 경제사정으로 신학생들이 강사를 하면서 대부분 부정유출의 군수물자를 취급했던 사례 등을 들었다.
오늘의 일부 마구잡이식 목회현상은 여기서부터 잉태됐고, 60년대 이후의 왕성한 목회활동 시기가 시대적인 부도덕성에 편승하여 상대적으로 목회자의 부도덕성도 희석될 수 있었다는 것이다.
이 같은 배경은 교계내에 인간의 구원보다는 축재·영웅화 등을 추구하는 상업적 물량주의를 만연시켰고 위선이 통하는 거짓 울타리를 형성하는 결과를 낳았다.
박목사는 『오늘날 목회자가 되지 말아야 할 사람들이 너무 많이 목수가 되고 있다는 뼈아픈 비판을 우리는 자신을 포함해 엄숙히 경청해야한다』는 『장신논단』창간호의 글을 인용하면서 교회혁신방안의 하나로 자발적이고 정직한 반성과 자기혁신의 노력을 제시했다.

<불교>
불교계는 4·13호헌 지지성명과 6·29선언 직전의 불교지도자 청와대면담 등에서의 시국대처 입장을 반성, 비판하면서 호국불교의 새로운 개념을 되새기는 몸부림을 치고있다.
무등민족문화회 발간의『무등』지 (발행인 지선스님) 는 최근호의 시론을 통해 4·13지지발언과 박종철군의 49재철회사건 등을 비판하면서 『특정 정권이 아닌 국민을 위한 봉사로 전환시키겠다』던 지난해 9월 해인사승려대회의 쟁쟁했던 새로운 호국불교 선언을 되새겼다.
이 시론은 애증이 엇갈리는 오늘의 불교현실에 대한 강력한 개혁을 주장하면서 『일신의 안일과 기득권 유지에만 연연하는 불교계 일각의 반종교적 자세 청산』을 촉구했다.
혁신운동의 구체적 내용으로는 ▲종풍개혁 ▲제도개혁 ▲한국불교사의 재검토 ▲체계적·합리적 교리연구 등이 제시됐다.
『무등』지 시론은 이밖에 민중불교운동도 반성, 개방적 상황이나 사건에 끌려다니는 수동적이고 단기적인 대응을 넘어 좀더 넓은 시각과 철학적 일관성을 다져 나갈 것을 강조했다.
불교계에는 이미 자체혁신운동의 하나로 불교의식화와 혁신을 지향하는 10명 단위의 기초공동체적인 「경전읽기모임」이 결성되고 있다. 송광사 불일회의 돈연스님이 금년1월부터 주도해 현재 전국 17개 지역 30개 모임을 결성한 경전읽기운동은 이 달부터 『깨달음』이라는 교재를 발간, 역사·사회·정치·경제학 등을 원용, 시대상황에 부응하는 불교교리의 재해석을 시도하고 있다. <김은윤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