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공에도 빈부격차 공방|과일장수·택시기사가 갑부|지식인은 노동자보다 못해|"개인소유 부의 상한선 정하자" 여론 들끓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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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9면

『중국인이여 부자가 되라』며 국민들의 소득증대를 권장하던 중공이 최근 빈부의 격차를 어느정도까지 허용해야 하는가에 대한 고민속에 열띤 논쟁을 벌이고 있다.
공인일보는 최근 중공의 경제개혁이 안고 있는 문제를 다룬 기사에서 『현재 중공은 사회주의의 초기단계에 있다. 소득 격차가 허용돼야 하는가? 허용된다면 어느 선이 적정한지가 핵심문제』라고 거론했다.
이 신문은 중공이 보다 부유해지는 과정에서 소득격차는 불가피하다는 결론을 내렸으나 그 적정선, 예를 들어 택시운전사와 버스운전사간, 의사와 교사및 관리사이, 노동자와 경영자의 소득격차에 대한 구체적수준은 계속적인 연구가 필요하다면서 결론을 유보했다.
이 기사는 그러나 「중공에서 백만장자가 등장하고 있다면 이는 소득격차의 지나친 확대를 의미하는 것」이라며 개인이 가질수 있는 부의 상한선을 명백히 했다.
또 북경의 영문일간지 차이나 데일리도 최근 해안도시·경제특구등 부유한 동부지역과 사막및 산악지대인 가난한 서부지역을 예로 들면서 동서간 소득격차를 지적했다.
이 신문은 가난한 농민들은 1년에 1인당 2백원 (약63만원)이하의 소득밖에 얻지 못하는데 북경의 택시운전사는 한달, 과일류 거래업자는 1주일이내에 농민들의 1년분 소득 이상을 벌고 있다고 지적했다.
중공 국민들의 직업별 소득수준을 통계숫자로 표시하기는 어렵지만 다음과 같은 중공의 풍자어가 어느정도 이를 대변한다.
「농민은 웃고 노동자는 즐거워하고 있으나 지식인은 엉덩이를 까발린채 꽃가마 노릇이나 하고 있다」
농민이 노동자보다 낫고 지식인은 노동자보다도 못한 대우를 받으면서도 남의 뒷다리만 긁어주고 있다는 뜻이다.
생산청부제등으로 가장 높은 수입을 올리고 있다는 농민들의 수준도 천차만별이다.
중공당국은 농민들의 생활수준을 4단계로 구분하고 있는데 85년 기준으로 연평균소득은 ▲2백원 (약 63만원) 이하의 빈곤층이 12.2% ▲2백∼5백원(약 63만∼1백57만원) 의 온포 (배불리 먹는것) 해결층 65.5% ▲5백∼1천원(약 1백7만∼3백14만원) 의 중상층이 20% ▲1천원 (약3백14만원) 이상의 부유농은 2.3%에 머무르고 있다.
그러나 중공에서 정작 문제가 되고 있는 것은 개인이 경영하는 도산매업·서비스업·수리업·요식업등 이른바「개체호」.
5월23일자 명보에 따르면 상해시에서 개최된 한 좌담회에 참석한 20명의 개체호를 대상으로 이들이 가지고있는 현금을 조사한 결과 1인당 평균 13만8천원(약4억3천4백만원)씩을 보유하고 있는것으로 나타났다.
중공당국이 연 1천원이상 소득자를 부유농이라고 부르는 것을 감안한다면 이들 개체호야말로 중공산 「백만장자」라고 볼수있다.
명보는 『현재 가장 쉽게 돈벌이 할수 있는 것은 개체호로서 상해에만도 현재 약8만9천호의 개체호가 있다』고 보도했다.
물론 개체호라고 해서 모두가 백만장자인 것은 아니다.
자전거나 시계수리점을 경영하는 개체호는 근로자들보다 더많은 시간을 더 열심히 일해 그들보다는 많은 수입을 올리지만 역시 한계가 있다.
백만강자는 거래량이 큰 도매업자들중에 많다.
북경의 한 과일도매업자가 트럭등을 이용하여 한 여름에는 수박산지인 안휘성에서 수박을, 겨울에는 광동성에서 바나나를 가져와 북경과일상들에게 많은 이윤을 붙여 넘기는 경우가 전형적인 백만장자에 속한다.
중공의 이런 빈부격차는 79년 등소평의 집권과 동시에 추진하고 있는 경제개혁의 산물이다.
국민들이 공동으로 큰 솥에 밥을 지어 공평하게 나눠 먹는 「대과반」이라는 평균주의를 타파하고 「선부후 균부」 정책을 채택함으로써 소득불균형 현상이 생긴 것이다.
『가난은 사회주의가 아니다』며 우선 일부나마 부자가 되라는 중공의 정책은 불가피하게 빈부격차라는 자본주의적인 고민을 사회·경제적문제로 부각시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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