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冬天 (동천)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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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14호 30면

글자 그대로 풀면 겨울(冬) 하늘(天)이다. 그러나 여기서는 ‘하늘’이 날씨를 가리키기도 해서 보통 ‘겨울 날씨’ 아니면 ‘겨울’ 자체를 말할 때도 있다. 지구에서 겨울이라는 계절을 맞는 곳의 기후 특성은 대개 비슷하다.


우선 춥고 쓸쓸하다. 태양이 먼 거리에 놓임으로써 기온이 내려가고, 식생(植生)은 생존을 위해 여름 내내 키웠던 잎사귀를 떨어뜨린다. 그러니 겨울의 풍경은 대개 유사하다. 땅은 얼고 식생은 메마름의 색조를 띤다.


겨울을 가리키는 한자는 매우 풍부하다. 우선 삼동(三冬)이라는 말이 먼저 눈에 띈다. 각 계절을 맹중계(孟仲季)로 나누는 방식에서 얻은 이름이다. 초겨울은 맹동(孟冬), 가운데는 중동(仲冬), 늦겨울은 계동(季冬)이다. 날씨가 추워서 얻은 이름인 엄동(嚴冬)은 잘 알려진 별칭이다. 눈까지 겹쳐지면 엄동설한(嚴冬雪寒)이다. 추위가 심해진 겨울을 일컫는 말은 융동(隆冬)이다. 막바지 겨울, 또는 궁핍해진 겨울이라는 흐름에서 궁동(窮冬)이라는 말도 나왔다.


겨울을 굳이 색조로 표현하면 ‘검다’의 玄(현)이다. 음양오행의 구별에서 등장하는 컬러다. 겨울은 방위로서는 북(北), 음양으로서는 음(陰), 오행으로서는 물(水)이다. 그 색조가 검은색인 玄(현)이라는 나눔이다. 그래서 겨울 별칭에는 이 글자가 자주 등장한다.


우선 현동(玄冬)이라고 적으면 겨울 자체를 가리킨다. 계절은 갈마듦이다. 그래서 차례대로 번을 갈아든다는 뜻에서 序(서)를 내세우는데, 겨울은 바로 현서(玄序)다. 현음(玄陰)도 음양오행의 속성을 들어 표현한 별칭이다. 어둠을 강조한 현명(玄冥)도 같은 맥락이다.


태양이 머무는 땅의 위치를 표현할 때는 북륙(北陸)이다. 봄·여름·가을·겨울 네 계절의 끝이라는 뜻에서 적으면 궁절(窮節)이다. 한천(寒天), 한절(寒節) 등은 겨울의 추운 날씨를 강조하고자 할 때 쓰는 이름들이다.


겨울은 가끔 따뜻할 때도 있다. 한반도의 겨울은 특히 추운 날씨가 사흘 이어지다 따뜻한 날이 나흘 이어지는 삼한사온(三寒四溫)이 보통이었다. 그러나 올해 겨울은 늘 추운 상한(常寒)으로 번질 듯하다. 엄동(嚴冬)에 융동(隆冬)과 궁동(窮冬), 그래서 모두 어두운 겨울 현동(玄冬)일 듯하다. 국내외로 맞는 환경이 다 엄혹해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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