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 체면 세워주면 6자회담 응할 것"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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찰스 잭 프리처드(사진) 전 미 국무부 대북 특사는 "북한은 자신의 체면을 세워줘야 6자회담에 복귀할 가능성이 있다"고 주장했다.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중국 방문을 계기로 6자회담 재개 가능성이 커진 상황을 평가하면서다. 프리처드는 미국에서 대표적인 대북 협상파로 손꼽힌다. 프리처드는 최근 워싱턴의 한.미 경제연구소(KEI) 소장에 선임됐다. 다음은 프리처드와의 e-메일 인터뷰 내용.

-지난해 10월 후진타오(胡錦濤) 주석의 방북 70여 일 만에 김 위원장이 중국을 방문했다. 왜 갔다고 보나.

"김 위원장은 경제 개혁 학습, 북.중 관계 강화, 6자회담 등 세 가지 목적을 가지고 방중했을 것이다. 북한은 2002년 7.1 경제관리 개선조치를 취했지만 경제가 아직 궤도에 오르지 못하고 있다. 따라서 제2의 개혁 등 추가 조치를 취하기에 앞서 참모들과 함께 중국 경제를 둘러보면서 현장학습을 했을 공산이 크다. 또 김 위원장은 북.중 우의를 강조하면서 중국 측에 '미국이 성의를 보인다면 6자회담 테이블에 복귀할 용의가 있다'고 설명했을 것이다."

-후 주석이 김 위원장에게 중국 남부 광저우(廣州)와 선전(深?)등 경제특구를 둘러보라고 권유한 의도는 무엇인가.

"중국은 중장기적으로 북한이 중국식 개혁.개방에 나설 것을 희망하고 있다. 후 주석의 권유는 김정일과 측근들에게'사회주의 체제를 고수하면서 얼마든지 개혁.개방이 가능하다'는 메시지를 던지기 위한 것이다."

-최대 현안인 북한의 달러 위폐 문제가 북.중 정상회담에서 얼마나 논의됐을까.

"김 위원장은 '정부 차원의 개입은 없었다'라고 발뺌했을 가능성이 크다. 김정일은 또 미국이 북한 핵 문제 해결의 토대가 된 9.19 공동성명 합의 직후 위폐 문제를 들고 나왔음을 강조했을 것이다. '이는 6자회담 정신에 어긋난다'라고 역설하기 위해서다. 김정일은 6자회담이 재개되려면 미국이 먼저 금융 제재를 철회해야 한다고 주장했을 것이다."

-미국의 6자회담 대표인 크리스토퍼 힐 국무부 동아태 차관보와 북한의 김계관 외무성 부상이 18일 베이징에서 전격 회동했다.

"힐과 김계관의 베이징 회동은 최소 2주 전부터 준비됐을 것이다. 워싱턴의 대북 강경파 때문에 힐은 평양에 갈 형편이 못된다. 그렇다고 김계관을 워싱턴으로 부를 수도 없다. 따라서 베이징은 힐과 김계관이 만날 수 있는 유일한 장소다. 짐작하건대 워싱턴의 강경파들은 힐에게 '북한에 이러저러한 메시지를 전달하라'는 조건을 달아 이번 회동을 승인했을 것이다. 그러나 노련한 외교관인 힐은 김계관에게 최대한 부드럽게 이 메시지를 전달했을 것이다."

-6자회담이 언제쯤 재개될까.

"북.중 정상회담, 그리고 힐과 김계관의 회동 덕택에 6자회담 재개 전망이 밝아진 것은 사실이다. 이르면 수주 내에 재개될 수 있다. 그러나 장담하기에는 이르다. 김정일은 이번 방중 효과에 힘입어 최소 몇 주간 중국으로부터 6자회담 재개 압력을 받지 않을 것이다. 만일 북한이 중국을 방패 삼아 '버티기'에 나설 경우 6자회담은 상당기간 교착상태에 빠질 수 있다."

최원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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