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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디캘 수혜자 사망시 '환불 요구' 완화

미주중앙

입력

롱비치에 거주하는 김혜숙(50)씨는 지난해 6월 어머니를 여위었다. 그런데 슬픔이 채 가시기도 전인 지난달 가주 보건당국으로부터 9700달러의 청구서를 받았다.

청구서에 포함된 편지엔 김씨의 어머니가 78세로 사망하기 전 10년 동안 메디캘 수혜를 받았다며, 어머니가 남긴 부동산과 동산을 근거로 수혜비용의 일부를 책임져야 한다는 내용이 담겨 있었다. 김씨의 어머니는 사망 당시 1베드룸 콘도와 7년된 자동차, 그리고 은행 계좌 두 곳에 약간의 현금을 갖고 있었다.

김씨는 "어머니가 남긴 재산은 이미 처분해 장례식과 장지 마련 비용 등으로 사용했다"며 "상속을 받은 것은 사실이지만 사망 6개월이 지나 메디캘 비용으로 1만 달러나 청구한다는 사실에 놀랐다"고 말했다.

김씨가 받은 청구서는 가주정부의 '의료비용 회복 프로그램'(Estate Recovery Program·이하 ERP)에 따른 것이다. 주정부의 무상 의료혜택 수혜자 사망시 그 비용을 상속 재산에서 환수한다는 내용이다. 이로 인해 일부에서는 '사망 수수료'라고 부르기도 한다. 주정부는 생존 배우자 또는 상속자가 원칙적으로 지불 책임이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실제로 메디캘 서비스를 통해 간단한 진료와 처방만 받았어도 ERP 청구 액수는 수천 달러에서 최대 수만 달러에 달하는 경우도 빈번한 것으로 알려졌다. 가주 메디캘 당국은 지난해만 총 7000만 달러를 ERP 명목으로 청구했는데 이는 5년전과 비교해 2000만 달러 가량 늘어난 액수다. 주정부의 재정 부족으로 보다 원칙적인 징수를 강조하면서 청구서 발급도 강화됐다.

이로 인한 주민들의 반발이 커지자 지난해 주의회에서 에드 헤르난데스(민주·웨스트코비나) 상원의원 등 일부 의원들의 발의로 수정안(SB 833)이 통과됐다.

1월 부터 시행된 새 규정은 청구 규정 완화가 가장 큰 특징이다. 즉, 생존 배우자에게는 청구를 금지했으며, 대부분의 메디캘 서비스 비용에 적용되던 대상도 너싱홈, 커뮤니티 서비스 병원(일부 ADHD 포함), 처방약으로 국한 했다. 또 사실상 모든 부동산과 동산 유산에 적용하던 것을 유언장에 포함된 상속 재산에로만 국한했다. 다시 말해 배우자가 생존한 경우에는 부담을 주지 않으며 엄격히 법적인 상속 재산에만 근거해 청구하겠다는 것이다. 이밖에 거주 카운티 내 평균 주택가격의 50% 이하 가치의 부동산은 청구 근거 대상에서 배제하도록 했다.

하지만 주정부 당국은 변경된 규정을 시행하긴 했지만 청구 항목에 대한 정확한 가이드라인이 아직 마련되지 않아 세부 시행안을 확정하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의료비용 회복 프로그램' 이란

저소득층에 무상으로 제공한 의료서비스에 대한 일종의 '환불 요청'. 사망한 수혜자가 남긴 재산이 있다면 일부를 주정부에 돌려줘야 한다는 취지다. 문제는 큰 수술이 아니어도 간단한 병원 방문이나 입원치료로도 1만~2만 달러의 청구가 가능해 어렵사리 장례를 치른 저소득층 가족들을 놀라게 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 지난해까지는 생존 배우자나 가족 일부에게 청구 되다보니 장기적으로 환불이 이뤄지지 않은 것은 물론 소송으로도 이어지기 십상이어서 의회에서 수정을 여러차례 시도해온 프로그램이다.

메디캘 수혜자자 사망시 배우자나 유가족은 주보건국에 90일내 사망확인서를 제출하고, 만약 재정적인 어려움으로 면제 요청을 할 경우에는 청구서를 받은 뒤 60일 내 소명자료를 제출하도록 하고 있다.

최인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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