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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운호 레인지로버 받은 부장판사 징역 7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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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8면

고급차 ‘레인지로버’를 뇌물로 받은 김수천(57·사법연수원 17기) 부장판사에게 13일 징역 7년이 선고되면서 정운호(51) 전 네이처리퍼블릭 대표 관련 사건 주요 관련자들의 1심 재판이 일단락됐다.

김 판사는 정 전 대표에게서 1억6000만원 상당의 뇌물을 받은 사실이 지난해 검찰 수사 과정에서 드러나 구속되면서 법조계에 파장이 일었다. 양승태 대법원장이 나서 대국민 사과를 해야 했다. 그는 2014년 정 전 대표로부터 네이처리퍼블릭의 제품을 가짜로 만들어 판 범인을 엄중히 처벌해 달라는 청탁과 함께 5000만원 상당의 중고 레인지로버 차량을 공짜로 받았다. 차량 대금으로 송금한 5000만원을 포함한 현금 1억5000만원을 모두 5만원권으로 돌려받은 건 물론이고 차량 취득세와 보험료 624만원도 정 전 대표 측이 대납하게 했다.

1심 “김수천, 사법부 신뢰 잃게 해”
1억6000만원 뇌물 준 정씨는 5년형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7부는 “직분을 망각하고 범행을 저질렀다. 이로 인해 사법부와 법관은 존립 근거가 되는 국민들의 신뢰를 잃었고, 동료 법관들과 법원 조직 전체에 깊은 상처를 남겼다”고 김 판사를 질타했다. 이날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32부는 정 전 대표에게 징역 5년을 선고했다. 그는 김 판사에게 뇌물을 준 것 외에도 2015년 1~2월 네이처리퍼블릭과 계열사의 법인자금 108억원을 빼돌린 혐의(특정경제가중처벌법상 횡령)가 있다.

앞서 법원은 정 전 대표 사건에 연루된 판사 출신의 최유정(47·여) 변호사에게 징역 6년, 검사장 출신 홍만표(58) 변호사에게 징역 3년을 선고한 바 있다.

이 사건은 정 전 대표의 해외 원정 도박 사건을 맡았던 최 변호사가 구명로비 등의 명목으로 50억원이라는 과도한 수임료를 받은 게 계기가 됐다. 이 중 일부를 반환받으려던 정 전 대표와의 구치소 면회 폭행 논란이 제기되면서 검찰이 사건을 수사하던 중 정 전 대표의 구명 로비 및 각종 사업 청탁 등에 가담한 인사들이 줄줄이 드러났다. 김 부장판사는 물론 홍 변호사, 그리고 브로커 이민희(57)씨 등이 정 전 대표와의 평소 친분을 바탕으로 정 전 대표 사건에 연루된 사실은 물론 개인적 위법 행위들이 들춰지면서 대형 사건화됐다.

문현경 기자 moon.h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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