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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같은 소리도 사람 따라 다르게 듣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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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4면

벤처기업 이어로직의 권대훈 사장은 2002년 한일 월드컵 개막식 행사의 음향 설계 및 현장 지휘를 한 경영자다. 40피트(12m)짜리 컨테이너 4개 분량의 음향 장비와 70명의 음향 전문가들을 동원해 행사 내용에 맞는 소리를 내보냈다.

대학졸업 후 세계 최대 음향기기 회사인 미국의 JBL과 소비코(옛 태영교역)를 거친 권 사장은 2002년 월드컵 직후 자신의 회사인 이어로직을 설립했다.

최근엔 개인별 청력 특성에 맞춰 음향을 보정해주는 솔루션(일종의 프로그램)을 개발했다. 같은 소리를 놓고도 사람마다 다르게 듣는다것에 착안했다.

권사장은 소리와 함께 자랐다. 국내 최대 음향기기 전문업체인 소비코 권경섭 대표이사의 차남인 권 사장은 어릴적 부터 세계적 명품 오디오 제품을 쉽게 접하며 '소리 세계'를 두루 경험했다. 권 사장이 이번에 개발한 개인 맞춤형 음향 보정 솔루션은 이런 식으로 작동된다. 가령 A란 인물의 청력을 검사해 400㎑ 주파수(트럼본 소리에 해당) 대역의 소리를 잘못 듣는 것으로 나타나면 400㎑ 주파수 대역의 소리를 다른 주파수 대역에 비해 키워주는 식이다.

이는 보청기를 개인의 청력에 맞게 보정해줄 때 사용되는 방식을 응용한 것이다. 보청기를 개인별로 보정할 때는 40분이 걸리지만, 이어로직의 솔루션은 2분 만에 개인별 청력 특성에 맞게 음향을 보정해준다.

이 솔루션을 휴대전화기나 MP3플레이어 등 각종 기기에 설치하면 사용자들은 자신의 청력 특성에 맞는 가장 생생한 소리를 들을 수 있게 된다. 이어로직은 4일 국내 모바일 솔루션 전문업체인 신지소프트와 손잡고 모바일용 '음향 재생 솔루션'사업을 펴고 있다. 이어로직이 개발한 솔루션을 신지소프트가 휴대전화.MP3플레이어 제조업체 등과 협의해 제품에 탑재하는 사업이다.

이 회사 솔루션이 휴대전화기에 장착되면 사용자는 자신의 청력에 맞게 휴대전화기의 음향 시스템을 조작할 수 있다. 이후 이 휴대전화기는 사용자의 청력에 맞게 소리를 보정해준다. 도시의 소음 등으로 인해 도시인의 청력이 떨어지고 있다고 권 사장은 우려했다.

권 사장은 "미국 이비인후과협회의 연구결과에 따르면 115㏈(데시벨)의 소리를 30초 이상만 들어도 청력이 손상된다"며 "보통 지하철에서 MP3플레이어를 크게 들으면 110㏈ 이상의 소리에 노출된다"고 설명했다.

이희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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