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순 상품·서비스론 경쟁력 유지 어렵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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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4면

"거창한 기술개발만이 혁신은 아닙니다. 문화와 디자인 등 새로운 가치를 창출하는 것이라면 모든 게 혁신입니다."

산업연구원 주최 산업발전비전 세미나에 참석하기 위해 한국을 찾은 미국 경쟁력위원회 데보라 윈스미스(여.55.사진) 위원장은 19일 본지와 인터뷰를 갖고 혁신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윈스미스 위원장은 "중국과 인도가 부상하는 상황에서 한국과 미국은 단순한 상품이나 규격화된 서비스 분야에서는 경쟁력을 갖기 어렵다"며 "경쟁력을 유지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지속적인 혁신 뿐"이라고 단언했다.

그는 한국이 연구개발(R&D) 분야에서 지속적인 투자를 하는 것과 IT 인프라를 성공적으로 구축한 것을 높이 평가했다. 그러나 투자가 특정 분야에만 집중되고 있고 혁신을 일으키는 사람에 대한 보상이 미흡하다고 지적했다. 윈스미스 위원장은 "한국은 한글의 발명 등 놀라운 혁신의 전통을 갖고 있다"며 "한국인의 DNA에 잠자고 있는 혁신 역량을 끄집어 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또 "위험이 있는 분야에도 과감하게 투자할 수 있어야 한다"며 "정부와 기업, 연구기관 등이 협력을 통해 이런 위험을 분산할 수 있어야 한다"고 조언했다. 정부 각종 규제와 불투명한 조세체계, 경직된 노동시장은 개선돼야 할 부분으로 지적했다.

윈스미스 위원장은 "새로운 가치를 창출하는 것은 모두가 혁신"이라며 혁신의 주요 사례로 스타벅스 커피를 들었다. 커피라는 제품은 똑같지만 커피를 소비하는 새로운 문화를 만들어냈다는 것이다. 그는 "어려움이 있겠지만 한국의 중소기업도 끊임없이 차별화하고 틈새 시장을 찾아내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미국 경쟁력위원회는 미국 산업의 경쟁력 제고와 경제성장을 위해 기업 최고경영자(CEO)와 대학총장, 노동계 지도자들이 모여 1986년 설립한 단체다. 윈스미스 위원장은 백악관 과학기술정책국 국제문제 및 경쟁력 담당 부국장과 상무부 기술정책차관보를 지냈고 2001년부터 경쟁력위원회 위원장을 맡아왔다.

김원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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