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제37기 왕위전] 新手의 공방전에서 승부가 갈렸다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경제 11면

제37기 왕위전 본선리그 제1국
[총보 (1~195)]
白.李昌鎬 9단 | 黑.曺薰鉉 9단

조훈현9단의 신수(新手)가 초반의 화두였다. 신수란 22로 걸쳤을 때 23으로 부딪힌 다음 25로 협공한 수다. 이런 식의 노골적인 수법은 프로세계에선 금기로 여겨져왔다.

그러나 曺9단은 33까지의 결과는 흑이 둘 만하다는 믿음이 있었다. 이같은 확신이 50대에 접어든 曺9단으로 하여금 과감하게 신수를 들고나오게 만들었다.

그러나 잠시 후 흑에게도 어려움이 찾아왔다. 38로 붙이고 40 끊는 실전적인 수법이 흑을 괴로움에 빠뜨렸다.

이때부터 조훈현-이창호 두 천재는 온갖 맥점을 총동원하는 기상천외의 공방전을 전개했다. 이 공방전은 41에서 시작해 56에서 끝났다.

이 대목을 지켜본 많은 프로들은 "실질적인 승부도 여기서 결정났다"고 말하기를 서슴지 않았다.

41에서 56까지를 세개의 참고도로 옮겨본다.

'참고도1'은 흑을 쥔 曺9단의 절묘한 타개솜씨를 보여준다. 5로 밀고나가는 자살수가 유일한 수습책이 되고 있다. 흑9까지 두점을 잡으며 수습에 성공한 모습이다.

'참고도2'는 이창호9단의 통렬한 반격을 보여준다. 백1의 절단은 수습에 성공한 듯한 흑모양의 허점을 날카롭게 찌른 수. 백7까지 넘어간 것은 외길 수순.

'참고도3'은 56까지의 결과를 옮긴 것이다. 이 그림에서 흑과 백은 똑같이 두점 씩을 따내고 있다.

그러나 백은 군더더기 없이 깨끗한 모양인데 반해 흑은 ▲ 두점이 불필요하게 붙어있음을 볼 수 있다. 흑의 심각한 비능률을 보여준다.

이 공방전에서 흑은 크게 당했고 깊은 상처를 입었다. 이후 흑의 추격전이 눈부셨으나 李9단의 철통방어에 막혀 4집반을 지고 말았다. (135=86, 154=76, 156=143, 159=152) 2백55수 끝 백4집반승

박치문 전문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