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 사람들 생각이란 게 비슷한 것일까. '콩쥐팥쥐'가 있으면 '신데렐라'가 있으니 말이다. 아무리 그래도 신기하다. '삼국유사 경문대왕조'에 수록된 설화 '임금님 귀는 당나귀 귀(사진)'가 영국 웨일스 지방에서 내려오는 이야기와 똑같다는 것은. 최근 DVD로 출시된 '애니메이션 세계전래동화(썬미디어㈜)'에 수록된 '임금님 귀는 말 귀(원제 King March)'얘기다.
말의 귀를 가져 고민하는 왕의 비밀을 알게 된 이발사가 땅에 구멍을 파고 사실을 털어놓는다. 그런데 그 땅에서 자란 풀로 피리를 만들어 부니 "임금님 귀는 말 귀"라는 소리가 흘러나온다. 결국 왕은 자신의 비밀을 백성들에게 공개한다. 모두 비웃을 것이라는 왕의 생각과 달리 백성들은 웃지 않는다. 대신 이렇게 말한다. "저희는 임금님의 귀 모양보다는 어떤 정치를 베풀 것인지가 더 궁금합니다." 대오각성한 왕이 그 뒤로 선정을 베풀어 모든 백성이 잘살게 되었다는 얘기다.
따지고 보면 좋은 임금을 만나 배곯지 않고 '늙어'죽는 것은 옛날 사람들의 '행복의 조건'이었을 터. 그렇다면 이런 얘기는 만국 백성 공통의 바람이었을 것이라는 추론이 가능하다. 지도자란 모름지기 자신의 (외모를 비롯한) 개인적 욕망보다는 다른 사람의 삶을 배려해야 한다는 것은 만고불변의 진리니까.
이런 교훈을 동화책이 아닌 영상으로 보는 것은 또 다른 재미다. 4개로 구성된 이 DVD에는 덴마크.프랑스.중국.그리스.사우디아라비아 등 모두 24편의 세계 각국 전래동화가 그림.인형.점토.컴퓨터그래픽 등 다양한 방식의 애니메이션으로 담겨 있다. 한국 얘기는 아쉽게도 없다. 이를 위해 BBC.HBO.S4C.RTV.CHANNEL 4. DISCOVERY KIDS.TV ONTARIO 등 세계 24개 방송사는 힘을 모았다. 1998년 영국 런던에서 열린 제2회 어린이를 위한 TV 월드서밋 행사에서 이렇게 논의했다고 한다.
'가난한 나라든, 부자 나라든, 지구상의 어떤 나라라도 자신들의 이야기들은 빈약하지 않다. 지구상의 어린이들이 다른 나라의 다양한 이야기를 같이 나누도록 하여 더욱 풍부한 삶을 살 수 있도록 하자'.
그 결실인 이 DVD에는 각국 방송사들이 심혈을 기울여 내놓은 10분 내외의 작품들이 색깔 다른 보석처럼 반짝인다. 아름다운 음악과 함께 영상에 몰입하다 보면 사랑.우정.우애.가족 등에 대해 다시 한번 생각하게 된다. 031-712-0951.
정형모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