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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상 커진 한국 바이오, 글로벌 제약시장서 어깨 편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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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3면

JP모건 헬스케어 콘퍼런스 개막

‘JP모건 헬스케어 콘퍼런스’에 참석한 삼성바이오로직스 김태한 대표가 10일(현지 시간) 회사의 경쟁력과 미래 비전에 대해 발표하고 있다. [사진 손해용 기자]

‘JP모건 헬스케어 콘퍼런스’에 참석한 삼성바이오로직스 김태한 대표가 10일(현지 시간) 회사의 경쟁력과 미래 비전에 대해 발표하고 있다. [사진 손해용 기자]

지난 9일(현지 시간) 오전 7시 미국 샌프란시스코. 삼성바이오로직스 김태한 대표는 ‘JP모건 헬스케어 콘퍼런스’가 열리는 행사장으로 향했다. 개막 2시간 전부터 고객사와 비즈니스 미팅이 잡혀있기 때문이다. 미팅 시간은 약 30분에 불과하기 때문에 회사의 경쟁력을 간결하면서도 명료하게 전달해야 한다. 그는 이날 이런 미팅을 10여 건 소화했다. 그는 해가 진 이후에도 핵심 고객사와의 협상을 위해 저녁 식사를 두 번이나 하는 일정을 짰다. 김 대표는 “올해 준공하는 세계 최대 ‘제 3공장’과 기술력을 알리는 데 초점을 맞췄다”며 “세계 바이오·제약 기업의 핵심 관계자들이 한 자리에 모이기 때문에 네트워크를 넓히고 시장 동향을 파악할 수 있다”고 말했다.

전 세계 40개국 1500개 기업 집합
R&D 역량 알리고 판로 넓힐 기회
트럼프 취임 후 제약업 변화도 논의
국내선 삼성바이오·녹십자 등 참석
항암제·복제약·당뇨치료제 소개

국내 주요 제약·바이오 기업들이 샌프란시스코로 총출동했다. 9~11일 열리는 ‘JP모건 헬스케어 콘퍼런스’에 참여해 글로벌 시장 진출에 속도를 내기 위해서다. JP모건 헬스케어 콘퍼런스는 40여 개국 1500여 개 기업이 참여하는 세계 최대 제약·바이오 행사다. 2015년 한미약품의 대규모 기술수출도 여기가 시발점이었다. 주요 연구개발(R&D) 성과를 소개하고, 투자 자금을 유치할 수 있어 포브스는 이 행사를 ‘월스트리트의 쇼핑몰’이라고 비유하기도 했다.

최근 미국에 항체 바이오시밀러(바이오복제약) 램시마를 출시한 셀트리온은 R&D 성과 등을 발표한다.

연초 대규모 수두백신 수출에 성공한 녹십자는 수두백신 외의 파이프라인(신약후보 물질)등을 알리며, 유한양행은 개발 중인 항암제, 당뇨·비알콜성지방간치료제의 기술 수출 가능성을 타진한다. 이밖에 한미약품·동아에스티·씨젠·코오롱생명과학 등도 새로 개발한 치료제와 진단기법 등을 홍보하고, 시장 동향을 파악하며 해외 진출 기회를 모색한다.

국내 기업이 이처럼 이 콘퍼런스에 공을 들이는 이유는 노바티스·화이자 등 거대 다국적 제약사들이 대거 참석하기 때문이다. 파이프라인을 홍보하고 R&D 역량을 알릴 수 있어 수출 전초기지로 활용할 수 있다는 것이다.

2015 생명공학백서에 따르면 세계 바이오의약품 시장 규모는 2008년 932억 달러에서 2019년 2625억 달러로 급팽창하고 있다. 기타 의약품·의료기기까지 포함하면 2024년 2조6000억 달러에 달한다. 한국의 주력 수출산업인 반도체·화학제품·자동차를 합친 시장 규모와 비슷하다. 국내 기업이 해외 진출에 팔을 걷어붙인 이유도 여기에 있다. 유한양행 김재교 상무는 “해외 진출은 이제 선택이 아닌 필수”라며 “제품·기술이 뛰어나야 하는 것은 기본이고, 해외 제약사와의 지속적인 스킨십과 네트워크 확대가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한국이 지금까지 개발한 신약은 27개. 블록버스터 급은 아직 없지만, 1990년대부터 본격적으로 개발에 착수한 현실을 감안하면 나쁘지 않은 성과다. 바이오시밀러와 바이오의약품 위탁생산 부문의 기술력은 세계적 수준이다. 지난해 한미약품의 계약해지라는 악재가 터지긴 했지만 매년 기술 수출의 실적을 늘려가고 있다. 셀트리온 유병삼 본부장은 “다국적 제약사들이 나서서 한국 기업의 성과에 관심을 보일 정도로 위상이 올라갔다”고 말했다.

해외진출을 위해서는 시장의 흐름을 읽는 것도 중요하다. 행사에 참여하는 또 다른 이유다. 특히 올해는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의 취임 이후 달라질 제약산업 변화에 대한 논의가 이뤄졌다. ‘의약품 가격 자유경쟁’, ‘해외 의약품 수입제한 완화’ 등의 정책은 승인절차와 규제를 간소화 해 한국에 긍정적이지만, ‘자유무역협정 재협상’은 불확실성을 키울 것으로 예상된다. ▶기존 치료제와 신약을 병행한 ‘콤비네이션 기술’ ▶면역 세포가 암세포를 공격하도록 활성화하는 ‘면역항암제’ ▶유전체 기반 맞춤형 치료 등도 주요 화두였다. 녹십자 허은철 대표는 “글로벌 제약사와의 기술 격차가 만만치 않지만, 한국에서 현재 개발 중인 신약을 보면 해외에서 통할 경쟁력을 갖춘 제품이 많다”며 “국내 기업은 그간 꾸준히 세계 시장을 노크해왔고, 이제 그 문이 열리고 있다”고 진단했다.

샌프란시스코(미국)=손해용 기자 sohn.yo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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