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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에서] 과학 인재 넘치는 폴란드 vs 이공계 자퇴 급증한 한국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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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2면

허정연 경제기획부 기자

허정연
경제기획부 기자

지동설로 유명한 16세기 천문학자 니콜라스 코페르니쿠스가 폴란드 사람인 건 몰랐다. 그 코페르니쿠스의 후예인 폴란드인들은 지금 ‘지식혁명’에 한창이라는 사실도 새로웠다. 바르샤바에 글로벌 기업의 연구개발(R&D)센터가 몰리면서 폴란드가 ‘유럽의 실리콘밸리’로 부상하고 있다는 소식에도 눈길이 갔다. <본지 2017년 1월 11일자 B6면>

자연계 박사 기업 취업률 14.7%
기초과학 연구도 예산 지원 적어
경제 이끄는 중국 기초과학 참고를

한국은 어떨까. 기초과학을 발전시키는 원동력은 ‘지적 호기심’이다. 지난해 노벨생리의학상을 수상한 오스미 요시노리 일본 교토공업대 명예 교수는 ‘자가포식’ 연구에만 50년을 매달렸다.

한국은 1년 단위로 성과를 검증받는 연구가 허다하다. 5000만원 미만의 저예산 기초과학 정부 지정 과제가 전체의 80%를 차지한다. 전문가들은 지적 호기심을 중시하는 풍토가 마련되지 않는 한 기초과학 분야의 지속적인 발전은 어렵다고 입을 모은다.

현실은 녹록하지 않다. 미래 기초과학 분야를 이끌 인재조차 해마다 줄어드는 실정이다. 이상민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교육부로부터 제출받은 ‘국공립대 자퇴생 현황’에 따르면 2013년 4808명이던 이공계 자퇴생은 2014학년 4869명, 2015학년 5518명으로 증가했다. 사립대 학생까지 더하면 한 해 2만 명에 이르는 이공계생이 자퇴를 택하는 셈이다. 4일 방한한 마이클 코스털리츠 미국 브라운대 교수(2016년 노벨물리학상 수상자)는 “눈앞의 성과보다는 장기적인 안목을 갖고 과학 분야를 지원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공계열 인재를 잡는다고 해도 이들이 산업계에서 활약할 기회는 많지 않다. 한국직업능력개발원이 지난해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자연계열 박사학위 취득자 가운데 민간기업에 취업하는 경우는 14.7%(2015년)에 불과했다. 공학계열이 44.1%인 것에 비해 낮은 수치다. 자연계열 박사학위 취득자의 민간기업 취업률은 26%(2012년)→ 18.2%(2013년)→18%(2014년)로 해마다 감소하는 추세다.

이기명 고등과학원 물리학부 교수는 “과학을 하면 모두 교수가 돼야 한다는 편견이 사회에 만연하다”며 “지적 호기심을 기초로 한 과학 연구 결과를 시장에서도 얼마든지 활용할 수 있는데, 현실적으로 민간 기업에서 이를 실현하기 쉽지 않다”고 지적했다. 한 대기업 인사담당자는 “요즘처럼 경기가 어려울 때 기업이 가장 먼저 줄이는 예산이 연구개발(R&D)비”라며 “수익을 내야하는 기업이 장기적인 안목을 갖고 지속적으로 연구 분야에 투자하기엔 현실적인 어려움이 따른다”고 덧붙였다.

한국과 달리 중국은 기초과학 분야 투자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과학저널 ‘네이처’가 최근 4년 사이 평점이 큰 폭으로 오른 전 세계 100대 대학과 연구기관을 선정한 결과 중국 대학과 연구기관은 40개에 달했다. 상승폭이 가장 큰 1위부터 9위까지가 모두 중국의 대학과 연구기관이었다. 기초과학 강국으로 꼽히는 미국(11개)과 영국(9개), 독일(8개)에 비해서도 월등히 많은 숫자다. 한국은 기초과학연구원(11위)과 울산과학기술원(50위) 두 곳만 이름을 올렸다.

김두철 기초과학연구원장은 “중국은 빠른 경제 성장을 바탕으로 기초과학에 막대한 투자를 하고 있고, 그 결과가 성과로 나타나고 있다”며 “중국 고성장을 이끈 지적 호기심이 또다시 새로운 성장동력이 되고 있는 셈”이라고 말했다.

허정연 경제기획부 기자 jypower@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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