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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TV 『산하』 이종문역 이영후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12면

『대통령 아부지-. 종문입니더.』
넙죽. 이승만 대통령을 아버지라 부르며 엎드리는 사내. 골방노름꾼에서 일약 국회의원까지 올랐다가 목욕탕 계산대에서 말년을 보낸 사내.
탤런트 이영후(47). M-TV 『미니시리즈-산하』(이병주원작·김지일 연출)에서 주인공 이종문역을 맡아 장안의 화제가 됐다.
『산하』는 자유당시절 경상도 도당위원장까지 지낸 실존인물의 일대기.
「돈·키호테」적인 엉뚱함과 기발한 처세술로 이승만의 양아들로 군림하면서 돈과 여자를 마음대로 주무르는 그의 삶이 코미디풍으로 그려졌다. 정치드라머라기 보다는 제1공화국의 희화적 묘사라고나 할까.
『이종문은 노름과 여자를 좋아했지만 인간적으로는 미워할 수 없는 인물입니다. 권력을 숭배한 것이 아니라 이대통령이 진정한 지도자라는 자신의 단순사고를 순수하게 밀고 나갔을 뿐입니다.』
4·19가 난뒤 이대통령을 마지막으로 찾아가는 장면에서는 진짜 눈물을 흘렸다고 한다.
감탄을 자아내게 한 그의 연기는 배역에 대한 인간적 공감에서 나온 것이다.
연대 철학과 졸. 『신학을 공부하고 싶었어요. 고3때던가. 어느날 한 사내가 전기탑에 매달려 죽어가는 장면을 목격했어요. 그곳을 지나던 한 목사님도 그냥 고민만 할뿐이었지요.
어린 나에게 그 모습은 현실앞에 선 종교의 허약함을 느끼게 했어요.』 그 이후 그는 현실보다 높이 있는 관념을 쫓는 철학에 골똘했다가 20대 후반 관념에서 무대로 생을 옮겼다.
오태석씨등과 함께 「회로」라는 연극서클에 참여했고 여러극단을 유전하다가 TV출연은 69년부터. 배고픈 무대생활을 하며 박천순씨와 8년의 열애끝에 결혼, 두딸(고3·중2)을 얻었다. 무명시절의 방황은 신앙을 만나면서 치유됐다. 현재 평창동 연예인 교회의 안수집사로 있으며 10여곡의 찬송가를 직접작사하기도. 드라머에서 눈의 흰자위를 다 드러내는 「흰죽사발 눈」 연기가 인상적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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