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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재 이기는 능력 보이자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2면

지금 우리 국민은 자연이 몰고온 재난으로 엄청난 시련을 겪고 있다.
태풍 셀마의 회오리가 3백30여명의 인명을 앗아가고 2천여억원에 이르는 재산피해를 안겨준지 불과 며칠만에 숨돌릴 겨를도 없이 집중호우가 충남을 비롯한 중부지역 일대를 강타했다.
동이로 퍼붓듯 쏟아진 비는 하룻사이에 무려 6백70mm가 넘는 우리나라 최고 강우기록을 세우면서 금강일대 충남 내륙지방을 삽시간에 물바다로 만들어 버렸다.
이 폭우로 전국에서 39개 시 군이 물에 뒤덮이는 바람에 24일 현재 1백4O여명이 사망 실종되고 6만5천명이 넘는 이재민을 냈다. 건물이 파괴되고 도로 농경지 하천 제방이 유실되는 등 재산피해만도 5백억원을 넘는다.
수재현장의 참상은 사진만 봐도 우리들의 가슴을 아프게 한다. 웅덩이의 쓰레기처럼 간신히 지붕만 내놓고 몽땅 물에 잠긴 집과 마을들, 급류에 휩싸여 잠겨가는 지붕 위에서 손을 흔들며 아우성치는 사람들, 밧줄에 매달려 헬리콥터로 구조되는 사람들, 수용시설에서 보호를 받고 있는 수재민의 심란한 모습들-.
하루아침에 가족을 잃고 집과 재산 농토를 물에 떠내려 보낸 이재민들의 상심과 고통을 어찌 통계숫자로 표시할 수 있을 것인가.
오직 진심에서 우러 나오는 위로의 말을 보낼 뿐이다.
천재는 하늘이 내린 인간에 대한 시련이다. 시련을 이겨내는 데는 무엇보다도 의지와 용기가 있어야 한다. 시련을 극복해 내면서 인간은 더욱 강해지고 그 과정에서 삶에 대한 투지가 연마되고 지혜도 터득되는 것이다.
아무리 심한 폭우라도 지나고 나면 맑은 하늘은 열릴 것이고 할퀴어진 농토엔 다시 씨를 뿌려야 한다. 흔적도 없어진 가옥을 다시 세우는 데는 삶에 대한 끈질긴 인내와 노력이 필요하다.
우리 국민들은 이들 수재민들이 상심과 고통의 늪에서 헤어나 다시 힘찬 일상을 시작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해 격려하고 지원해야 하겠다. 의연금 접수창구에는 온정의 행렬이 끊이질 않고 있다.
우리는 과거에도 이런 재난이 있을 때마다 온 국민이 합심해서 고통을 함께하고 지원을 아끼지 않은 미풍과 전통을 지니고 있다. 지전 한징, 옷가지 하나라도 나눠갖는 온정과 부조정신을 한껏 발휘해 주길 바란다.
정부도 이들의 생계 구호와 복구사업에 최대한의 지원을 서둘러야 하겠다. 우선은 피해액과 피해상황 조사에 가감이 없어야 한다.
행정책임자의 업적을 내세우기위해 피해액을 축소보고하거나 지원을 많이 받으려고 피해상황을 과장하는 일이 있어서는 공평하고 효율적인 지원이 어렵게 된다.
행정은 물론 재정, 세제, 금융, 인력 등 모든 방법을 총동원해서 태풍과 홍수의 피해보상과 조속한 복구에 빈틈이 없기를 바란다.
이번 중부지방을 휩쓴 폭우는 우리에게 새로운 교훈과 경각심을 일깨워 주고 있다.
이번 폭우가운데서도 서천지방에 내린 강우량 6백73mm의 집중 호우는 우리나라에서 기상관측이 시작된 이래 최대의 기록을 세운 것이었다. 이 기록은 우리나라에서도 어느 지역이나 이같은 엄청난 양의 비가 내릴 수 있으며 또 언제라도 이 이상의 기록이 깨질 수 있다는 가능성을 보여준 것이다.
72년 태풍 베티호가 동반한 호우가 이틀동안 서울지방에 4백52mm를 기록, 대홍수를 가져와 한강변 대부분의 지대가 물속에 잠긴 적이 있다. 이때 발생한 피해는 무려 사망,실 종 5백50명, 이재민 58만6천7백명에 이르렀다. 만약 이번 충남지방에 내린 것과 같은 양의 집중호우가 인구 조밀한 서울지방에 내렸다고 가정해 보면 그 엄청난 피해는 상상만 해도 모골이 송연해진다.
우리의 토목, 건축도 이같은 자연 재해에 대비해서 설계되고 시공돼야 한다는 교훈을 정부당국과 관련 전문가들은 명심해야 하겠다. 자연이 가져오는 재난은 예측하기 힘들고 그 참화를 예방하는 일도 쉬운 것은 아니다.
그러나 최악의 경우를 상정한 대비엔 최선을 다 해야 한다.
금강유역의 댐을 좀더 높고 단단하게 쌓았더라면 피해는 줄일수 있었을 것이다.
철로와 도로에 대한 평소의 점검이 좀더 철저했더라면 달리던 열차가 전복되거나 아스팔트 길이 무너져 내리는 일은 덜했을 것이다.
이제 우리의 경제력이나 기술도 이러한 최악의 자연재해에 대비할만한 수준에는 와있다고 본다. 이번 집중호우를 계기로 한강유역을 비롯한 전국의 제방과 관개, 수리시설의 전반적인 점검과 보완이 있어야 한다.
재난이 주는 교훈은 한번으로 족하다. 그 교훈을 묵살하거나 예외적인 것으로 치부해 버린다면 재난은 반복되고 그 참화는 더욱 확대될 것은 뻔한 이치다.
다시 한번 수재민들에게 위로와 격려를 보낸다. 그리고 국민모두가 불의의 재난으로 고통당하는 이들에게 온정과 구호의 손길을 보내기를 당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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