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곳에 빠지면 찾을 수도 없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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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태평양의 팔라우는 300여 개의 무인도로 이뤄졌다. 물속 풍경이 너무 좋아 천국이 바닷속에 빠졌다고들 한다. 각종 수상레포츠를 즐길 수 있다.

팔라우는 괌.필리핀.파푸아뉴기니 사이에 위치한 다소 생소한 이름의 섬나라다. 300여개의 크고 작은 섬과 산호 환초들이 400마일 넘게 펼쳐져 있다.

태평양의 푸른 바다와 그 위에 떠있는 섬들을 두고 화려한 수사가 따라붙는다. '지상의 마지막 천국', '신이 숨겨놓은 곳' 등이다. 팔라우는 '물빛에 취해 그 속에 빠진 천국'으로 불린다. 물속이 바로 천국이란 뜻이다. 섬들 주위로 광대한 환초대가 형성돼 있어 붙은 수식어다. 그 속의 산호.물고기 등을 바라보고 있노라면 물속에 빠져들고픈 충동에 사로잡힌다.

팔라우는 그러나 경관에 취해 일광욕이나 즐기며 나른하게 쉬다 돌아오는 그런 관광지가 아니다. 물속으로 떠나는 여행, 수중 레포츠의 중심지다. 카약, 파라 세일링, 스포츠 낚시 등 각종 수상 레포츠를 즐길 수 있다. 잠수해 보면 수정처럼 맑은 팔라우의 바다 속에는 정말 천국이 빠져있는 것 같다.

팔라우의 주요 관광지는 록아일랜드다. 300여개의 섬들이 기다랗게 뻗어 형성된 지역을 통틀어 일컫는다. 화산활동으로 솟아난 섬이라 대부분 암초에 가까워 록(Rook)이란 이름이 붙었다. 열대 식물들이 바위를 덮고 있어 겉모습은 푸르다. 팔라우 정부가 산호초 보호를 위해 주민들을 철수시켜 록아일랜드의 섬들은 모두 무인도로 남아있다.

수도인 콜롤섬에서 보트로 30분이면 록아일랜드에 다다른다. 록아일랜드 섬들은 생김새가 기기묘묘하다. 해금강처럼 이름을 붙였다면 코끼리섬.주전자섬.선녀섬.방패섬 등으로 불렸음직하다. 이름이 붙어있는 섬은 그러나 몇개 되지 않는다. 고래를 빼닮은 고래섬, 유럽인들이 명명한 것으로 보이는 런던브리지 정도다.

록아일랜드에서 꼭 둘러보고 경험해 볼만한 게 있다. 해파리 호수와 산호 머드팩이다. 해파리 호수는 엘 마르크라 불리는 한 섬 안에 있다. 수수께끼 같은 호수다. 섬 안의 움푹 팬 곳에 바닷물이 들어왔다가 고립돼 호수를 이뤘다. 이 호수의 주인은 해파리다. 수천만 마리의 해파리가 떼지어 산다. 해파리는 천적을 만나면 촉수로 쏘는데 이 호수의 해파리는 그 기능을 잃어버렸다. 오랜 세월 고립되어 살면서 천적의 위험이 없자 퇴화된 것이다. 덕분에 물속에서 이루어지는 해파리의 군무를 스토클링으로 직접 볼 수 있다. 주황색의 해파리가 물안경 바로 앞에서 너울너울 춤추는 모습은 그저 신비로울 뿐이다.

섬이 촘촘히 붙어 조류의 운동이 거의 없는 물길이 있다. 팔라우 사람들은 이를 두고 '밀키웨이'라고 부른다. 물 흐름이 없어 밀가루처럼 고운 산호가루가 바다 밑에 침전돼 이 같은 이름이 붙었다. 원주민 안내인이 물속에 들어가 산호가루를 배위로 떠 올린다. 관광객은 가루를 온몸에 발라 팩을 한다. 햇볕에서 2~3분이면 단단하게 마르는데, 마르면서 피부 노폐물을 빨아들인다. 그리고는 물속으로 들어가 수영을 즐기며 팩을 씻어낸다. 팩의 원료를 있던 자리에 다시 돌려놓는 셈이다.

바다낚시 또한 빼놓을 수 없는 코스다. 저녁 식사를 마치고 오후 8시쯤 모터보트를 타고 느긋하게 팔라우의 넓은 바다로 나간다. 금방이라도 쏟아질 것 같은 별빛을 받으며 즐기는 줄낚시는 또 다른 묘미를 선사한다. 잡히는 어종은 다양하나 도미가 주로 걸린다. 그 자리에서 회를 만들어 준다. 소주를 미리 준비해 간다면 금상첨화다.

팔라우의 300여개 크고 작은 섬 중에 유인도는 고작 8개뿐이다. 인구는 2만200명 정도다. 인구의 90%가 수도인 코롤에 옹기종기 모여 산다. 팔라우에 있는 도로를 다 합해도 길이가 61㎞에 불과하다. 이 중 포장도로는 36㎞뿐이다. 대통령의 집무실은 우리나라 면사무소를 닮았는데 경비원도 없다.

우리나라에서 팔라우로 가는 직항편은 아직 없다. 하나투어와 아시아나항공이 다음달 25일까지 매주 화.토요일에 출발하는 전세기를 운항한다. 화요일 출발 상품은 5박6일, 토요일 출발은 4박5일 상품이다. 팔라우 허니문 5일, 팔라우 퍼즐팩 5.6일 상품도 판매하고 있다. 가격은 79만9000원부터 있다. 문의 및 예약 하나투어리스트 1577-1212.

(조인스닷컴 Join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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