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日외상 "위안부 합의, 세계 많은 나라 높게 평가"…국내외 압박

중앙일보

입력

일본 정부와 정치권이 주한 일본대사관과 부산 일본총영사관 앞 위안부 소녀상의 철거를 국내외에서 전방위 압박하고 있다. 체코를 방문 중인 기시다 후미오(岸田文雄) 외상은 8일(현지시간) 일본 기자들에게 "한·일 위안부 합의는 세계 많은 나라가 높게 평가하고 있다"며 "한국도 합의 내용을 이행할 책임을 가지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어 "한·일 합의를 통해 위안부 문제가 최종적·불가역적으로 해결됐다는 것이 확인됐음에도 불구하고 우리나라(일본) 공관 앞에 소녀상이 새로 설치된 사태는 극히 유감"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일본은 이행을 하고 있다. 계속 한국에 대해 소녀상 문제도 포함한 합의 내용의 착실한 실시를 요구하고 싶다"고 덧붙였다.

집권 자민당의 권력서열 2위인 니카이 도시히로(二階俊博) 간사장은 지난 7일 TV아사히 인터넷 프로그램에 출연해 "가끔 이런 일로 별나게(eccentric) 구는 것이 한국의 특징"이라고 막말을 했다. "보다 원만한 외교가 전개돼야 한다"며 이번 사태를 초래한 한국의 자세를 비판했다고 산케이신문이 보도했다.

니카이 간사장은 일본 정부가 위안부 합의에 따라 10억 엔(약 103억원)을 출연한 것에 대해서는 "(한국은) 싫으면 받지 않으면 된다. 받을 것은 받은 후에 이러는 것은 이상하다"고 했다. 10억 엔이 소녀상 이전을 전제로 건넨 대가였다는 일본 보수와 우익세력의 입장을 대변하는 발언이다. "앞으로 긴 한·일 역사에 있어서도 (이러면) 서로 재미없다(おもしろくない·오모시로쿠나이)"며 거친 표현도 썼다. 그는 하루 전날 BS후지 방송 프로그램에서는 "한국은 중요한 나라임에 틀림없지만 협상하거나 여러 가지 논의하는데 성가신 나라"라고 불만을 드러냈다.

나가미네 야스마사(長嶺安政) 주한 일본대사는 9일 낮 도쿄 하네다공항을 통해 일본에 일시 귀국했다. 심경을 묻는 기자들의 질문에 굳은 표정으로 일절 답하지 않았다. 서울 김포공항을 출발하기 전에는 "소녀상이 설치된 것은 극히 유감이다. 일본에 귀국해 관계자 간에 협의를 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모리모토 야스히로(森本康敬) 부산총영사도 이날 오전 도쿄 나리타공항에 도착했다.

두 사람은 아베 신조(安倍晋三) 총리와 기시다 외상을 만나 자세한 상황을 보고하고 대응 방안을 협의할 예정이다. 기시다 외상은 체코 방문을 끝내고 오는 11일 귀국한다. 나가미네 대사 등의 일본 체류기간에 대해 지지통신은 "수일 간이 될 것으로 보인다"고 내다봤다. 교도통신은 한·일 소식통을 인용해 "7일 정도로 전망되지만 더 연장될 가능성도 있다"고 전했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은 "일본 정부가 한국 측의 반응을 보면서 신중하게 판단할 것으로 보인다"고 보도했다.

도쿄=이정헌 특파원 jhleehope@joongang.co.kr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