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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거용 사정인가" 정치권 긴장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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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열린우리당 관악구 봉천본동 당비 대납을 수사 중인 서울 관악경찰서는 16일 영등포 열린우리당 서울시당 사무실을 압수수색 했다. [뉴시스]

경찰이 16일 열린우리당의 서울시당을 압수 수색했다. 열린우리당이 '유령 당원'과 당비 대납 의혹 사건에 대해 수사를 의뢰한 데 따른 조치다.

그러나 여당 당사를 압수수색한 일 자체가 이례적이다 보니 정치권 전체가 긴장하고 있다. 5월 지방선거를 앞두고 선거 사정국면이 조성되는 게 아니냐며 촉각을 세우고 있다.

한나라당 이재오 원내대표는 "정당에 대한 압수수색은 정당정치에 대한 중대한 위해"라고 비난했다. 이계진 대변인은 "열린우리당의 불법 사건을 수사하면서 한나라당도 당원 명부를 내놓으라는 식의 구색 맞추기 수사라면 용납할 수 없다"고 했다.

아직 검찰이나 경찰의 수사가 야당을 겨냥하고 있다는 뚜렷한 징후가 없는데도 한나라당이 예민하게 반응하는 데는 이유가 있다. 여권 내부 흐름이 심상치 않다고 보기 때문이다. 노무현 대통령은 13일 열린 지방선거 부정 방지를 위한 관계장관 대책회의에서 "유령 당원, 당비 대납 등 당내 경선 부정행위는 민주정치의 뿌리를 흔드는 용납할 수 없는 행위"라며 "철저한 수사로 부정행위자를 엄벌에 처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에 앞서 전해철 민정비서관은 청와대 홈페이지에 "노 대통령이 검찰.경찰 등 조사권이 있는 모든 국가기관이 협력해 당내 부정선거를 철저히 색출하라고 지시했다"는 글을 올렸다. 이러다 보니 한나라당은 검찰이나 경찰의 칼끝이 야당으로 향할 수도 있다고 보고 미리 차단막을 치고 나선 셈이다. 민주노동당 박용진 대변인도 "문제가 없는 당에 당원 명부를 요구하는 조치는 야당 탄압의 소지가 있다"고 경계했다.

긴장하기는 열린우리당도 마찬가지다. 압수수색을 지켜보던 한 당원은 "올 것이 왔다"고 했다. 다만 박기춘 사무총장대행은 "경찰의 압수수색은 우리 당이 수사를 의뢰한 데 따른 것으로 야당 탄압이라는 주장은 정치 공세"라며 "한나라당도 자발적으로 동참하라"고 말했다. 정치권에 미칠 파장도 간단치 않을 것 같다. 각 당 모두 5월 지방선거에 나갈 후보를 결정하는 당내 경선을 앞두고 있다. 이 과정에서 언제라도 제2, 제3의 당비 대납, 유령 당원 사건이 불거질 수 있다. 당내 경선 과정의 불법에 대해 과거에는 크게 문제삼지 않았지만 이젠 달라졌다. 유력한 후보가 낙마할 수도 있다.

◆ 당원 명부 압수한 경찰=서울 관악경찰서는 이날 오후 2시 영등포구 열린우리당사 내 서울시당에서 유령 당원 의혹이 제기된 156명의 당원 명부와 입당원서를 15분여에 걸쳐 압수했다. 경찰은 사건에 연루된 것으로 보이는 열린우리당 당원 신분의 용의자 5명 명단도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은 지방선거를 앞두고 치러질 당내 경선에서 누군가가 자신이 유리해질 수 있도록 투표권이 있는 기간당원을 더 많이 확보하려 명부 등을 조작한 것으로 보고 있다.

박승희.박성우 기자

'유령 당원' 사건은

5월 지방선거를 앞두고 서울 관악구 봉천본동 지역의 60세 이상 노인 70~100명이 본인도 모르게 기간 당원으로 등록되고, 이들의 통장에서 매달 1000~2000원의 당비가 빠져나갔다는 의혹. '유령 당원'으로 등록된 100여 명이 최근 "당원 가입은 모르는 일" "통장에서 돈 빠져나간 사실도 몰랐다"고 주장하면서 문제가 불거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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