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중앙SUNDAY 편집국장 레터] 벚꽃 대선이 치러진다면

중앙선데이

입력

지면보기

512호 18면

? VIP 독자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중앙SUNDAY 편집국장 이정민입니다.


? '벚꽃 대선' 가능성이 거론됩니다. 헌법재판소가 3월 중순에 인용결정(대통령 탄핵)을 내릴 경우 빠르면 4월26일께 조기 대선이 치러질 수 있다는군요. 그래서일까요? 26년만에 1여(與)3야(野)구도로 재편된 정치권이 대선 체제로의 모드 전환을 서두르는 모양입니다. ? 헌재의 신속한 결정과 조기 대선은 국정 공백을 최소화하고 불가측성을 낮춘다는 면에서 환영할 일입니다. 하지만 요사이 정치권에서 벌어지고 있는 일들을 보면 기대 보다는 우려가 앞섭니다. 낡은 정치와 경제·사회 시스템을 고쳐서 대한민국을 대개조(Reset Korea)하라는 촛불 민의는 온데 간데 없고 상대방 흠집내기와 인신공격,정치 공세의 구태가 슬그머니 되살아나고 있습니다. 바야흐로 선거철이 도래했음을 실감케 합니다. ? '리셋 코리아' 의 개혁 작업을 더 미룰 수 없는 이유는 그것이 촛불 민심의 명령이기도 할뿐더러,근본적으론 현재의 정치·사회 시스템을 고치지 않고선 누가 집권하더라도 똑같은 실패를 되풀이할게 뻔하기 때문입니다. 지난 역사가 이를 증명합니다. 정도의 차이가 있을뿐 김영삼→김대중→노무현→이명박→박근혜 정권에 이르기까지 닮은꼴의 불행이 반복되지 않았습니까. 박근혜 정권의 경우,그 도를 넘어 최순실 일파와 권력을 사유화하는 국정농단 끝에 결국 대통령직 파면을 목전에 두고 있지만,역대 대통령들도 높은 지지율로 대통령에 취임했다 임기말엔 친인척,측근 비리등으로 비극적 종말을 맞는 패턴을 되풀이했다는 점에 주목해야 합니다. ? 대통령의 실패는 결국 국민의 실패로 귀결됩니다. 대통령에게 너무 많은 권한이 집중되는 권력 구조와 민주적 절차가 생략된채 제왕적으로 권력을 운영하는 패권주의가 본원적 문제입니다.우 리는 6월항쟁의 산물인 87년체제로 쿠데타와 같은 불법적 방법으로 권력을 획득하는 것을 막는 데는 성공했습니다. '내손으로 대통령을 뽑는' 직선제 개헌을 얻어내긴 했으나 대통령 권력 운영의 합법성과 민주성까지 담보하는 장치는 만들어내지는 못했습니다. 그로부터 30년,6개 정권이 판박이처럼 실패를 되풀이하는 불운이 이어진 이유입니다. ? 비대해진 대통령 권력은 헌법이 정한 3권 분립을 무력화시키고,권력에 대한 느슨해진 감시와 견제가 결국 대통령 권력 사유화라는 악순환을 낳게 된 것입니다.또 소선거구제 하에서 공천권을 쥔 1인 보스,특히 대통령이나 대선 후보는 당에 대한 무소불위의 통제권을 행사하며 소속 의원들을 줄세워 '예스맨'으로 전락시킵니다. 이런 문제 투성이의 구조를 그대로 놔두고서는 실패를 막을 길도,더 부강한 나라를 만들 수도 없습니다. ? 하지만 탄핵 시계는 빠르게 돌아가고 시간에 쫒긴 정치권은 '先 대선,後 개혁'의 시간표에 내몰리고 있습니다. 기껏해야 재벌·검찰개혁안을 만지작거리고 있는 정도입니다. 민주당 싱크탱크의 '개헌 저지' 보고서 파문에 놀란 문재인 전 대표는 부랴부랴 대통령 경호실 폐지/국정원 개편/경찰 수사권 부여 같은 깜짝 대책을 발표했습니다. 하지만 여기서 그칠 일이 아닙니다. 근본적인 정치 개혁을 어떻게 이룰지 세부안을 내놓고 국민의 심판을 받아야 합니다. 특히 민주당 일각에선 나오는 '개헌 주장=반(反)개혁'이라는 궤변은 패권주의적이고 시대착오적인 위험한 발상이 아닐 수 없습니다. ? 국민의 당이나 새로 문을 연 개혁보수신당도 마찬가지입니다. 누구를 영입해 세를 불릴 것인가, 어떻게 제3지대를 만들 것인가 하는 정치공학적 집착을 버리고 촛불 민심의 뜻을 좆는 개혁안을 내놓고 국민의 평가를 받는게 정도입니다. 구멍이 숭숭 뚫린 그릇은 그대로 놔둔채 안에 담을 내용물만 바꿔담겠다고 해서 내용이 달라지지 않습니다. 재벌·검찰 개혁에 앞서 정치 개혁이 모든 개혁의 기본이자 출발점이 돼야 하는 이유입니다. ? 마르크스는 "역사는 반복한다. 한번은 희극적으로,한번은 비극적으로"라는 유명한 말을 남겼습니다. 지금 정치권이 새겨들어야할 경구입니다. 지금이라도 정치권은 개혁을 화두로 대 논쟁을 시작해 개혁 경쟁에 나서야 합니다. 권력의 분점과 민주주의 강화를 근간으로 한 개헌 논의도 당연히 포함돼야 할 것입니다. ? 4차 산업혁명 시대는 좌파냐 우파냐 하는 이념 대결이 아니라 과거에 머물러 있느냐,새롭게 진화하느냐의 대결입니다. 패권을 추구하는 경쟁이 아니라 수평적 조직과 협업을 이끌어 누가 먼저 네트워크를 시스템으로 연결하느냐 하는 경쟁입니다. 여기선 다른 생각과 다른 정당이 집권의 방해물이 아니라 오히려 권력을 확장시키는 수단이고 대상입니다. 이미 우리는 분권과 협치가 불가피한 시대에 들어와 있는 것입니다. ? 우리가 최순실 게이트에 매몰돼 있는 동안 세계는 트럼프·시진핑·아베·푸틴같은 스트롱 맨들의 각축장이 됐습니다. 대한민국은 파고 드높은 망망대해에 떠있는 일엽편주(一葉片舟)입니다. 지금부터 대선까지 100일이 될지,그 이상이 될지 모르지만 이 시기가 어쩌면 마지막 골든 타임이 될수도 있습니다. 새로운 대한민국을 만드느냐,실패하느냐가 여기에 달려 있습니다. ?? 벚꽃대선이 됐든,찜통대선이 됐든 이번 대선은 각 후보들이 제각기 개혁안을 들고나와 겨루는 '개혁 배틀''개헌 배틀'의 장이 돼야 합니다. 아울러 본선에 오른 후보들은 누가 대통령이 되더라도 차기 정부에서 국민의 지지를 받는 개헌안을 이행하겠다는 후보간 협약을 한다면,보다 질서있고 생산적인 개혁 논의가 가능해질 것입니다. 그렇지 않고 시간을 핑계로 시늉만 내는 '무늬 개혁'에 그친다면 역대 대통령의 전철을 되풀이하고 말 것입니다. 촛불은 아직 끝나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 #중앙당교 전 교수가 말하는 중국 공산당 ?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배치 결정에 중국의 반발이 거칠어지고 있습니다.K드라마,화장품등 한류의 유입을 중단하라는 한한령(限韓令)에 엔터테인먼트·여행·항공업계등의 피해가 기하급수적으로 확산되고 있습니다.'사드는 북한 자위용'이라거나 '대국답지 못하다'는 우리의 불만은 귓전으로 흘려버린채 강공 일변도로 나오고 있습니다. 중국 몽니에 당혹한 업계와 정부는 속수무책입니다.'중국은 왜 이러는걸까' 뒤늦은 자각과 고민에도 속시원한 답을 얻지 못하니 더욱 답답한 노릇입니다. ? 이런 중국의 태도를 이해하려면 중국공산당의 지배 이데올로기와 가치관,당의 운영체계를 이해해야 한다는게 전문가들의 제언입니다.이번주 중앙SUNDAY는 중국을 이해하기 위한 방법의 일환으로 '조호길(趙虎吉) 전 중앙당교 교수가 전하는 중국공산당' 연재를 시작합니다. 지난해까지 20년동안 중앙당교 교수를 지낸 조 전 교수는 조선족 출신으로 공산당 최고위직에 오른 입지전적 인물입니다. 아시다시피 중앙당교는 중국 공산당의 최고 학습기관이죠. 엘리트 공산당원은 물론 시진핑·후진타오등 최고 지도자도 매년 당교에 입소해 당의 노선과 정책을 토론합니다. 조 전 교수는 중국 공산당의 숨결을 가장 가까이서 접했던 인사라 할 수 있습니다.


? #이젠 분권이다-협치의 현장을 가다②프랑스의 분권형 대통령제 ? 프랑스는 유럽국가 중에선 드물게 대통령제를 채택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운영 방식은 우리와 딴판입니다. 국민의 직접 선거로 뽑는 만큼 대통령의 위상과 권력은 절대적입니다. 하지만 국회 추천 총리제를 병행함으로써 분권 정치를 실현하고 있습니다. 프랑스가 분권 총리제를 두는 이유는 안정적인 국정 운영과 권력의 과도한 집중을 막기 위한 것입니다. 대통령을 배출한 정당이 국회에서도 압도적 다수 의석을 차지해 여당이 될수도 있지만,그렇지 않은 경우도 발생합니다. 이럴 경우 직선 대통령은 국민 대다수의 지원을 받고,국회 다수당이 추천하는 총리를 지명함으로써 의회의 협력도 얻어낼 수 있게 되는 것이지요. ?? 만약 우리도 이런 제도를 도입한다면,국회 다수당이 국정의 발목을 잡는 '대통령 따로' '국회 따로'의 불통의 정치는 발붙일 곳이 없어질 것입니다. 물론 이 제도를 운용하려면 대통령과 국회가,집권당과 야당이 밀도있는 대화가 필수적이죠. 중앙SUNDAY는 지난주 프랑스 결선투표제도(기사1,기사2)를 현지 취재한데 이어 이번주엔 좌우 동거형 정부 형태가 가능한 동력이 어디에 있는지 상세히 보도합니다.

Copyright by JoongAng Ilbo Co., Ltd. All Rights Reserved. RSS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