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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점 없애고 녹지 만들고…강남대로, 걷고 싶은 길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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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1면

노점이 있던 자리에 시민이 앉을 수 있는 벤치와 화분이 설치된 서울 강남대로 옆 보행로. [사진 서초구]

노점이 있던 자리에 시민이 앉을 수 있는 벤치와 화분이 설치된 서울 강남대로 옆 보행로. [사진 서초구]

5일 오후 서울 강남대로 옆 보행로. 서울 지하철 강남역 10번 출구에서 9호선 신논현역으로 이어지는 이 길은 행인들로 가득 찼다. 이 일대는 하루 유동인구가 100만 명에 이른다. 하지만 지난달까지만 해도 ‘걷기 불편한 길’로 악명이 높았다. 행인이 많은데다 보행로 곳곳을 불법 노점들이 차지하고 있어서다. 하지만 이날은 노점을 찾아볼 수 없었다. 노점이 있던 자리엔 성인 허리 높이만한 조경수와 나무벤치 등이 설치돼 있었다.

강남역~신논현역 650m 보행로 정비
40개 노점은 부스형 판매대로 이전
서초초 주변 등엔 푸드트럭 존 조성
일부선 “벤치, 보행에 방해” 지적도

서울 서초구는 지난해 11월부터 강남역~신논현역에 이르는 650m 구간 강남대로 보행로에 시민들이 앉을 수 있는 벤치와 대형 화분을 설치했다고 이날 밝혔다. 화분과 벤치의 디자인도 다양하다. 네모난 화분과 결합한 대형 벤치를 보행로 중앙을 따라 10곳에 뒀다. 이들 벤치 사이에는 물결 모양의 중소형 벤치 28개가 놓였다.

보행로 한 켠 가로수와 조경수로 만들어진 녹지 곳곳에도 기다란 벤치가 설치돼 시민들이 쉴 수 있도록 했다. 이와 별도로 길 중앙에는 대형 화분 28개를 설치했다.

서초구가 강남대로 옆 보행로를 재정비한 건 불법 노점으로 인해 보행자들의 불편이 크다는 지적에 따른 것이다. 무작정 노점들을 내몬 것도 아니다. 길가에서 장사를 하던 40개의 노점은 구청과 협의를 거쳐 푸드트럭을 운영하거나 구청이 허락한 부스형 판매대로 옮겨가기로 했다. 관련 비용들은 전액 노점들이 부담한다.

서초구가 강남대로 옆 보행로 정비에 나선 건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2011년에도 보행로 중 행인이 많은 일부 구간(137m)에 무게 300㎏ 짜리 대형 화분 220개를 설치했었다. 당시 이 구간에는 10여 개의 노점이 있었다. 하지만 이들 노점들은 화분이 없는 바로 옆 공간으로 옮겨가면서 별다른 효과를 내지 못했었다.

이에 따라 서초구는 지난해 8월부터 ‘강남대로 보행로 정비 사업’을 재추진하면서 노점들의 협조를 구하는데 힘을 쏟았다. 구청 관계자들은 노점상들을 40차례 넘게 만났다. 지속적인 대화 노력 끝에 보행을 방해하는 노점을 치우는 대신 푸드트럭과 구가 허락한 부스형 판매대에서 노점상이 영업을 하는데 양측이 합의했다. 합의에 따라 서초구는 강남대로 보행로 인근에 공식 ‘푸드트럭 존’ 4곳을 지정했다. 지오다노 강남점 옆길과 서초초등학교 주변 등이 푸드트럭 존으로 활용된다. 5일 현재 9대의 푸드트럭이 영업 중이다. 정관웅 서초구 가로정비팀장은 “노점상 40명 중 24명은 푸드트럭을 신청해 영업을 시작했거나 트럭을 만들고 있고, 나머지 노점상들은 부스형 판매대를 신청했다”고 말했다. 부스형 판매대는 강남대로 일대를 포함해 방배·사당·양재시민의숲역 등 지정된 장소에서 영업하게 된다.

하지만 일부 시민들은 서초구의 벤치·화분 설치에 불만을 표하기도 했다. 노점의 불법적 영업을 구청이 일정 부분 인정해 줬다는 비난도 있다. 시민 정모(32)씨는 “보행로에 좌판을 펼쳐 놓은 노점도 문제지만 이를 막겠다고 화분·벤치를 놓으니 둘 다 걷기 힘든 건 마찬가지”라고 말했다. 정 팀장은 “보행 측면에서 불편한 점일 수 있지만 노점상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최소한의 조치였다. 2011년 설치했던 대형 화분은 없애고 슬림화된 벤치·화분를 설치하는 등 가로 환경에 신경 썼다”고 말했다.

조한대 기자 cho.handa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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