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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저음 목소리가 매력적인 스타 성우 정형석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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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수의 광고에서 내레이션 해 ‘목소리 스타’가 된 성우 정형석씨. 김춘식 기자

다수의 광고에서 내레이션 해 ‘목소리 스타’가 된 성우 정형석씨. 김춘식 기자

성우 정형석(42)씨는 냉장고·자동차·면도기·커피·의류·치킨 등 숱한 방송 광고에 등장한 중저음의 목소리 주인공이다.

최근 5년 동안 TV·라디오 광고 100여 편의 내레이션을 했다. “김치는 시간이 만드는 작품”(삼성 지펠아삭) “얇다. 치킨을 시켰는데 튀김옷이 오면 안되니까”(교촌치킨) 등의 내레이션이 그의 목소리다. 그는 MBN 다큐 프로그램 ‘나는 자연인이다’의 내레이터를 5년째 맡고 있기도 하다.

최근 서울 논현동의 한 카페에서 만난 정씨는 “중 2때부터 이 목소리였다”고 말했다. “어렸을 땐 나이에 맞지 않게 너무 굵은 목소리가 콤플렉스였어요. 이 목소리로 ‘얘들아, 숙제 다 했어?’하고 물어보면 친구들이 ‘느끼하다’고 놀리곤 했죠.”(웃음)

그의 꿈은 원래 가수였다. 하지만 고음이 안올라가 일찌감치 포기하고, 배우의 길을 택했다. 1996년 서울예대 연극과에 입학한 그는 연극 배우로 활동했고, 2000년부터 5년 간 뮤지컬 ‘난타’에 출연했다.

“매력적이라 칭찬받는 목소리를 갖고도 아이러니하게 말 한마디 안하는 공연(난타)을 한 거죠.”

그는 목소리 만으로 오롯이 감정을 전달하는 일을 하고 싶다는 생각에 2006년 KBS 성우로 입사했다. 하지만 그런 바람과 달리, 그에게는 자신의 연령에 맞는 젊은 주인공보다는 주로 중장년의 조·단역 더빙이 주어졌다. 목소리가 중저음이란 이유에서였다. 그는 “중장년의 감성을 이해하지 못해 리딩이 서툴렀다”고 당시를 회상했다.

2009년 프리랜서 성우로 전향한 이후엔 1년 동안 일거리가 거의 없었다. 같은 해 그는 성우 박지윤(39) 씨와 3년 연애 끝에 결혼했다. 애니메이션 '겨울왕국'에서 안나 목소리를 연기했던 박 씨는 2013년 작고한 배우 박용식 씨의 딸이다.

“장인어른은 제게 ‘자네는 언젠가 꼭 잘 될거야’라며 격려해주셨죠.”

용기를 얻은 정씨는 연습에 매진했다. 내레이션에 매력을 느낀 그는 다양한 종류의 내레이션 대본을 구해 읽고 또 읽으면서 소리·억양 등을 연구했다.

│교촌치킨

│삼성 지펠아삭

│질레트

│매일유업 바리스타

“작가·연출자가 표현하고자 하는 정서를 이해하고, 단어·음절마다 진심을 담으려 노력하면서 비로소 내레이션의 참맛을 알게됐죠.”

그는 2010년 KBS ‘감성다큐 미지수’의 내레이션을 맡으며 주목받기 시작했다.

신뢰감을 주고 영상에 자연스럽게 녹아드는 목소리에 광고계의 러브콜이 잇따랐다. 현대자동차그룹의 광고를 시작으로 매일유업 바리스타, 유니클로, 질레트, 대한항공 등의 광고들에 목소리 출연했다. 하루에 8~9건의 광고 내레이션을 녹음한 적도 있었다.

“다큐는 감정의 강약 조절이 중요하고, 광고는 순간에 모든 걸 쏟아내야 해요. 자동차 광고 녹음을 할 때는 목소리에 카리스마를 담기 위해 녹음 들어가기 전부터 인상을 팍 쓰고 있죠.”

그는 2015년 3월부터는 라디오 DJ로도 나서 EBS 라디오 ‘책처럼 음악처럼, 정형석입니다’를 진행 중이다. 또 그는 2월 개봉 예정인 영화 ‘그래, 가족’에도 출연해 영화배우에도 도전한다.

“진실한 마음이 느껴지는 목소리로 기억되고 싶어요. 사람들이 제 목소리를 듣고 마음이 따뜻해지면 좋겠습니다.”

임선영 기자 youngca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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