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천역 폭발 이후 비상 비행기까지 동원 연막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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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을 태운 것으로 보이는 차량이 13일 오전 중국 광저우 바이톈어 호텔을 빠져나가고 있다. 사진은 오전 9시쯤(현지시간) 일본 N-TV 카메라가 포착해 방영한 장면으로, SBS가 보도한 것을 찍은 것이다. [서울=연합뉴스]

중국을 방문 중인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의 모습이 13일 처음 포착됐다. 모든 일정이 베일에 가려진 '초특급 보안'이 계속되는 가운데 방중(訪中) 나흘 만인 이날 오전 일본 N-TV가 광저우(廣州) 바이톈어(白天鵝)호텔에 나타난 김 위원장을 촬영하는 데 성공했다. N-TV가 방영한 화면은 선명도가 떨어져 김정일임을 정확히 알기 어려우나 N-TV는 "화면에 희미하게 보이는 안경 낀 남자가 김정일"이라고 보도했다.

김정일은 2004년 5월 방중 이틀 만에 베이징(北京)의 오리구이집 앞에서 목격됐다. 2001년 1월 상하이 방문 때엔 수행단을 이끌고 증권거래소 등을 돌아다니며 많은 흔적을 노출했다. 그때와 비교하면 이번엔 경호와 보안의 강도가 훨씬 강화됐다는 게 외교소식통들의 평가다. 북한 측이 철저한 보안과 철통 경호를 요구했고, 중국 측이 그걸 100% 수용했기 때문이다.

◆ 종잡을 수 없는 행로=단둥과 선양(瀋陽)을 거친 뒤 그의 특별열차가 지나간 곳은 지금까지 단 한 곳도 확인되지 않고 있다. 북부 단둥에서 남부 광저우에 이르는 철도 길이는 3281㎞. 특별열차의 속도가 시속 80㎞ 안팎임을 감안하면 41시간이 걸린다. 10일 오전 6시30분 단둥을 출발했다면 정상적으로는 11일 밤 늦게 도착하게 된다. 그러나 김 위원장의 광저우 도착은 13일 오전인 것으로 알려져 톈진(天津)을 잠깐 들렀다는 소문도 나돈다.

◆ 홍길동식 작전=김 위원장이 광저우로 가는 중인 11일 상하이(上海)에선 북한 측 경호요원들이 나타난 것으로 확인됐다. 또 우한(武漢) 비행장에선 북한 고려항공 소속 항공기가 착륙한 것이 목격됐다. 특별열차에만 의존해 하나의 동선(動線)으로 움직이던 과거 행보와는 다른 모습이다.

◆ 극도의 보안, 왜=2004년 방중 뒤 귀환길인 용천역에서의 폭발사고 이후 "경호가 최우선"이라는 강박관념을 가졌기 때문이란 분석이 지배적이다. 당시엔 김 위원장을 직접 노린 공격일 수 있다는 점 때문에 북한당국이 크게 긴장했다. 경호 차원에서 열차 역시 안전하지 않을 수 있다는 결론을 내린 것이다. 김 위원장의 방중 일정이 공개되면 그런 가능성은 더욱 커진다는 게 북한 당국의 우려라고 외교소식통들은 밝혔다.

베이징=유광종 특파원

*** 바로잡습니다

1월 14일자 1면 '김정일 위원장, 유례없는 특급 보안' 기사에 포함된 그래픽 설명 중 2004년 4월 김 위원장이 베이징 도착 하루 만에 간 오리구이집은 '취안취더'가 아닌 '취안쥐더(全聚德)'이기에 바로잡습니다. '聚'가 우리말로는 '취'로 읽히지만 중국어로는'쥐'로 발음됩니다. 한국 관광객에게는 '전취덕'이란 우리말로 더 많이 알려져 있습니다. 베이징 시내에만도 여러 곳이 있으며, 첸먼(前門)에 있는 본점이 가장 유명합니다. 김 위원장도 2004년 방중 때 이곳의 가장 안쪽 방에서 식사를 마치고 나오다 TV 카메라에 잡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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