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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취임식 축하 공연 요청 받은 英 팝가수가 내건 조건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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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의 오디션 스타 레베카 퍼거슨.

영국의 오디션 스타 레베카 퍼거슨.

오는 20일 미국 대통령 취임식에서 축가를 불러줄 가수 섭외에 애를 먹고 있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당선인에게 영국의 팝가수 레베카 퍼거슨이 조건부 초청 수락을 내걸었다. 퍼거슨은 취임식 축하 무대에서 미국의 인종차별 실태를 고발한 노래를 부를 수 있게 해준다면 기꺼이 나서겠다고 밝혔다.

퍼거슨은 지난 2일(현지시간) 트위터를 통해 자신이 트럼프 취임식 축하 공연에 섭외 받은 사실을 알린 뒤 “역사적으로 매우 중요하며 논란의 여지가 있어 미국에서 블랙리스트에 오른 노래이자 소외당한 흑인들을 위한 노래인 ‘스트레인지 프루트’(Strange Fruit)를 불러도 된다면 당신(트럼프)의 초대를 기꺼이 받아들이고 워싱턴에서 만나겠다”고 밝혔다.

│미국의 전설적인 재즈가수 빌리 홀리데이가 흑인들의 아픈 역사를 호소하며 부른 노래 ‘스트레인지 프루트’

스트레인지 프루트는 1937년 고등학교 교사 겸 시인인 아벨 미어로폴이 쓴 시를 바탕으로 2년 뒤 전설적인 재즈 가수 빌리 홀리데이가 발표한 노래다. '남쪽에는 이상한 과일이 열려 있네'로 시작하는 가사는 흑인의 시신을 이상한 과일에 빗댐으로써 아프리카계 미국인의 학대당하는 삶과 애환을 묘사하며 당시 미국 사회의 무참한 인종차별과 죽음을 고발했다. 미국 시사주간지 타임은 이 곡을 20세기 최고의 곡으로 뽑기도 했다.

이 노래에 대해 퍼거슨은 “사랑만이 증오를 극복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임을 상기시켜 준다”고 덧붙였다. 이는 반난민 정책을 비롯한 트럼프 당선인의 지속적인 인종차별 언행을 겨냥한 것으로 보인다.

트럼프 당선인은 역대 대통령들과 달리 취임식 가수 초청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셀린 디옹과 엘튼 존, 데이비드 포스터, 안드레아 보첼리 등 초청을 받은 가수들이 줄줄이 요청을 거절했다. 취임식을 보름여 남긴 현재 출연진으로 확정된 가수는 오디션 프로그램 ‘아메리카 갓 탤런트’에서 준우승했던 16세 가수 재키 에반코와 ‘모르몬 태버내클 합창단’, 무용단 ‘로켓츠’ 등 3팀 뿐이다.

앞서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의 두 차례 취임식에선 비욘세와 U2, 브루스 스프링스틴, 스티비 원더 등 정상급 가수들이 공연을 펼쳤다.

김준영 기자 kim.junyou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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