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의 위안화 가치 하락세가 심상치 않다. 조만간 달러당 7위안 선에 진입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7위안 선으로 위안화 가치가 떨어져 중국에서 자본 유출을 촉발한다면 국내 금융시장에 미치는 파장도 적지 않을 전망이다 .
신흥국 통화, 위안화 따라가는 경향
작년 급락 때 국내 금융시장 요동
중국 인민은행 산하 외환교역센터는 새해 첫 거래일인 3일 위안화 기준환율을 달러당 6.9498위안으로 고시했다. 이는 전 거래일인 지난해 12월 30일(달러당 6.937위안)보다 0.18% 절하된 수치다. 위안화 환율은 오후 7시40분 현재 달러당 6.9684위안에서 거래되고 있다
시장에선 위안화 가치의 절하 흐름이 올 한 해 이어질 것으로 내다본다. 국제금융센터에 따르면 주요 투자은행(IB)이 내놓은 3개월 뒤 위안화 환율 예상치 평균은 달러당 7.042위안이다. 심리적 마지노선으로 여겨지는 7위안 선이 1분기 중 무너질 거란 전망이다. 중국의 개인 연간 환전 한도(5만 달러)가 연초에 풀린다는 점도 위안화 값 하락을 부추기는 요인이다. 6개월 뒤 전망치 평균은 달러당 7.1338위안이다.
위안화 값 하락은 중국 경제에 양날의 검이다. 위안화 값이 떨어지면 수출품의 가격 경쟁력이 좋아져 중국 수출에는 도움이 된다. 하지만 위안화 값 하락세가 크면 중국에 투자한 외국인은 환차손을 입게 된다. 외국 자본의 유출이 일어나는 이유다.
이 때문에 중국 외환 당국은 시장에 개입해 위안화 값을 조정하는 게 다반사다. 그 결과는 외환보유액 감소다. 7일께 발표될 중국의 지난해 12월 말 기준 외환보유액은 3조 달러 밑으로 떨어질 가능성이 크다. 지난해 11월 말 기준 중국 외환보유액은 전달보다 619억 달러 줄어든 3조516억 달러로 5년8개월 만에 최저를 기록했다. 위안화 가치를 떠받치기 위해 중국 당국이 시장에 개입한 결과였다. 3조 달러 선이 무너지면 국제통화기금(IMF)이 권고한 중국의 적정 외환보유액(2조8000억~4조2000억 달러)의 하단에 가까워진다. 이 경우 중국 당국이 환율 방어에 적극 나서기 어렵다고 보고 자본 이탈이 가속화될 우려가 있다. ‘위안화 절하→당국 개입→외환보유액 감소→자본 유출 심화→위안화 절하’라는 악순환에 빠지는 셈이다.
문제는 이런 중국의 상황이 국내 금융시장에 악재로 작용한다는 점이다. 이미 국내에서는 지난해 초 악몽을 겪은 경험이 있다. 당시 위안화 가치가 급락하고 해외 자본이 중국에서 빠져나가면서 상하이종합지수가 1개월 만에 27% 폭락했고 국내 증시와 환율도 요동쳤다.
전종규 삼성증권 연구원은 “위안화 값 추락은 가뜩이나 미국의 기준금리 인상으로 외국 자본이 빠져나갈지에 촉각을 곤두세우는 국내 금융시장에 위험요인이 아닐 수 없다”고 말했다. 해외 자본의 유출은 국내 유동성 위축과 시장 금리 상승으로 이어져 주식시장 등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이상원 국제금융센터 연구원은 “보호무역주의를 내세운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 출범까지 맞물리면서 불확실성이 어느 때보다 커진 상황”이라고 말했다.
한애란 기자 aeyani@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