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끼 에스또이(Aqui estoy).”
이 말은 스페인어로 '나 여기 있다' 란 뜻이다. '리틀 메시'로 불리는 이승우(19·FC바르셀로나)가 2014년 일본과의 아시아 16세 이하(U-16) 챔피언십에서 골을 터뜨린 뒤 한 말이다. 그는 60m를 드리블한 뒤 수비 3명과 골키퍼까지 제치고 골을 넣었다. 이 골로 그는 세계가 주목하는 영 스타로 떠올랐다.
2017년 5월 20일, 한국에서 국제축구연맹(FIFA) U-20 월드컵이 개막한다. 수원ㆍ인천ㆍ천안ㆍ대전ㆍ전주ㆍ제주에서 펼쳐지는 이 대회는 ‘스타 등용문’이다. 루이스 피구(포르투갈ㆍ1991년), 티에리 앙리(프랑스ㆍ1997년), 리오넬 메시(아르헨티나·2005년) 등이 이 대회에서 이름을 알렸다. 신태용 감독이 이끄는 한국 대표팀은 우승에 도전한다. 대한민국의 공격을 이끄는 이승우는 또 한번 “나 여기 있다”고 외칠 기회를 맞았다.
연말인 지난달 27일, 홍명보자선축구 참석을 위해 귀국한 이승우를 서울 시내의 음식점에서 만났다. 이승우는 “나에 대한 기대감이 높다는 걸 잘 안다. 부담감은 전혀 없다. 어떻게 하면 더 많은 걸 보여줄까를 고민할 뿐”이라고 말했다. FC 바르셀로나 유소년의 가장 높은 단계인 후베닐A 소속인 이승우는 성인 프로팀인 바르셀로나B(2군) 승격을 눈앞에 두고 있다.
- 언제쯤 바르셀로나B 팀으로 승격할 것 같나.
- “우리 팀은 프리메라리가 (유스) 리그와 유스 챔피언스리그를 병행하고 있다. 스페인 국왕컵도 있다. 4~5차례 B팀으로 갈 기회가 있었는데, 감독님과 상의해서 일단 후베닐에 남기로 했다. B팀에서 한 경기 당 30~40분 뛰는 것보다는 이 팀에서 풀타임을 뛰면서 경기력을 끌어올리는 게 낫다고 본다. 6개월 뒤에는 무조건 B팀으로 올라간다.”
- 다른 팀에서 성인 무대에 도전하는 게 어떠냐는 제안도 있는데.
- “다른 팀에 갔다면 충분히 1군에서 뛸 수 있었고, 그런 제의를 받은 적도 있다. 하지만 난 세계 최고 팀인 FC 바르셀로나에서 뛰는 게 꿈이었다. 그래야 세계 최고 선수가 될 수 있다고 생각했다. 바르셀로나에서 행복하고 최근에는 경기에 꾸준히 나서고 있다.”
- 어린 시절 인터뷰에서 메시를 ‘신과 같은 존재’라고 말한 적이 있다. 지금은 거리가 조금 가까워졌다고 느끼나.
- “메시는 '넘사벽(절대 넘을 수 없는 존재라는 의미)' 이다. 축구게임에서나 나올 수 있는 플레이를 프로 경기에서 쉽게 해 버린다. 그가 나이 들기만을 기다릴 뿐이다.”
- 본인이 느낀 바르샤 만의 남다른 점은.
- “바르샤의 DNA는 한 마디로 ‘점유율 축구’다. 어떤 상대를 만나도 높은 점유율을 유지하려면 두뇌와 기술·판단력이 중요하다. 체격 좋은 선수를 선호했다면 나는 이미 바르셀로나에서 방출됐을 거다. 어떻게 하면 빠른 판단, 좋은 판단을 할 수 있을지 고민하며 여기까지 왔다.”
- 키가 1m70cm인데 좀 더 컸으면 싶을 때가 있나.
- “좋아하는 바지가 있는데 길이가 안 맞을 때? (웃음) 축구할 때는 전혀 없었다. 지금도 조금씩 크고 있다."
이승우는 당돌하고 승부욕이 강하다. 오해와 비난도 많이 받았다. 직접 만나본 이승우는 당돌했지만 싹싹하고 예의가 발랐다. 바르셀로나에서 함께 사는 가족(아버지ㆍ어머니ㆍ형)은 한국에서도 늘 함께 다닌다. 이날 인터뷰에도 온 가족이 나왔다.
- 본인을 둘러싼 가장 큰 오해가 뭐라고 생각하나.
- ”예전에는 인성과 관련한 이야기가 많았다. 경기장에서 욕심이 많다는 이야기도 듣는데, 나를 겪어보지 않은 사람들이 그런 이야기를 하는 게 이해되지 않았다. 욕심이 많다고 해서 한국에서는 골보다 어시스트에 더 신경을 썼다. 그랬더니 골 결정력이 부족하다는 말이 나오더라. 힘들지만 신경을 안 쓰려고 노력한다.”
- 신태용 감독은 공격적으로 경기를 풀어가는 스타일인데.
- “아직 감독님을 겪어보지 못했지만 지난 12월 제주도에서 감독님과 함께 훈련한 선수들이 ‘너와 잘 맞을 거니까 걱정마’ 하더라.”
- 구단이 국내 언론 기사까지 다 체크한다던데.
- “워낙 언론의 관심이 집중되니까. 요즘엔 한국보다 스페인발 기사가 더 많다. 우리 집 강아지를 소개하는 기사까지 나올 정도다.”
이승우는 SNS 등을 통해 국내 상황을 잘 알고 있었다. 그는 “힘든 시기를 보낸 국민들이 저희들 활약을 보시며 즐거움을 되찾도록 열심히 뛰겠다”고 다짐했다.
결정적인 골을 넣으면 또 “아끼 에스또이”를 외칠 거냐고 묻자 이승우다운 대답이 돌아왔다.
“그것도 좋지만 두 번 하면 재미 없잖아요. 그때 가면 더 멋진 말이 떠오르지 않을까요?”
정영재 스포츠선임기자, 송지훈 기자 jerry@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