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경제 view &] 기업가정신으로 계층 이동 징검다리 놓자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경제 08면

정 준 벤처기업협회 회장 ㈜쏠리드 대표이사

정 준
벤처기업협회 회장
㈜쏠리드 대표이사

지난해 언론에 가장 많이 등장한 신조어 중의 하나가 고착화 되어가는 양극화 현상을 일컫는 ‘금수저, 흙수저론’이었다. 말 그대로 한국에서는 더 이상 개천에서 용이 나오는 것을 기대하기 어렵다는 자조적 표현이다.

국내 젊은이들 계층 상승 비관적
‘금수저·흙수저’ 자조적 표현까지
어릴 때부터 기업 중요성 가르쳐
혁신적 창업 일으킬 인재 키워야

지난해 말 통계청이 발표한 자료가 이를 뒷받침하는데, 세대 내 계층 상향이동 가능성을 비관적으로 보는 응답자가 60%를 넘었고, 긍정적 응답을 한 비율은 20%로, 대부분이 본인의 노력에 의한 경제적 계층 이동은 불가능하다고 생각하고 있다. 20년 전에는 60%가 가능할 거라고 생각했던 것과 정반대의 결과인데, 특히 경제 활동의 주역이라고 할 수 있는 30∼40대의 70% 가량이 계층 상승에 비관적 인식을 나타냈다고 한다.

해외로 시각을 넓혀 보면 우리나라와는 다른 현상을 보이고 있다. 지난해 미국의 경제전문지 포브스가 발표한 글로벌 부자 순위 톱10을 보면 마이크로소프트의 빌 게이츠(1위), 인디텍스의 아만시오 오르테가(2위), 아마존의 제프 베조스(5위), 페이스북의 마크 저커버그(6위), 오라클의 래리 앨리슨(7위) 등이 세계 최대 부호 명단에 이름을 올렸는데, 이들은 모두 부모로부터 상속받은 부자가 아닌, 자수성가형 혁신 기업 창업자란 공통점을 가지고 있다.

국가별 부자 순위 상위 50인의 자료를 보면 중국은 상위 50명 가운데 알리바바의 마윈, 텐센트의 마화텅, 바이두의 리엔홍 등 인터넷 혁신 3인방을 비롯해 창업자가 49명이다.

반면 한국은 12명에 불과하고, 단 1명만이 상속자인 중국에 비해 한국은 상속자가 38명으로 한국의 계층 고착화 수준이 어느 정도인지 알 수 있다. 자본주의 역사가 오래된 미국과 일본도 1조원 이상 부자 중 상속형은 각각 33%와 12%에 불과하다.

그렇다면 이러한 상황을 개선할 방법은 무엇일까? 기업가정신의 사회적 확산이 이 문제를 해결할 효과적 방안 중의 하나다. 국내외적으로 어려운 상황에 직면한 국가경제의 신성장동력을 발굴하고, 점차 굳어지고 있는 계층 간의 이동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혁신형 벤처창업이 활성화되어야 하는데 이를 위한 선결요건이 기업가정신을 갖춘 인재 양성이기 때문이다.

한국전쟁 이후 1세대 창업가들이 한국 고유의 기업가정신인 ‘도전’과 ‘성실’로 빛나는 경제성장을 이룩했지만, 4차 산업혁명을 맞이하는 지금 기업가정신은 ‘기회를 가치로 바꾸는 역량’과 ‘문제를 해결하는 능력’으로 인식되어야 한다.

지난해초 다보스 포럼에서는 2020년 500만 개의 일자리가 사라질 것이고, 7세 미만 아이들의 65%는 성인이 되었을 때 현재 존재하지 않는 직업을 가지게 된다고 예측했다. 실제로 최근에는 인공지능이 비서의 역할을 대신하고, 의학적 진단과 치료법까지 제시하고 있으며, 작곡과 같이 기계가 넘을 수 없을 것이라 생각했던 예술의 영역까지 한계를 넓혀가고 있다.

그러나 인공지능도 넘지 못하는 ‘5%의 벽’이 존재하는데, 바로 감성의 이해와 분석된 데이터 속의 숨은 뜻을 찾아 의미를 부여하는 능력이라고 한다. 이것이 미래의 변화된 직업군에서 갖춰야할 역량이다. 이를 대비하기 위해 필요한 것이 기업가정신이며, 세계 각국에서는 유년기부터 성인까지 기업가정신을 정규 혹은 특별과정을 통해 교육하고 있다.

핀란드는 국내 총생산의 4분의 1을 차지하던 노키아가 몰락했음에도 3년 만에 플러스 경제성장률로 회복할 수 있었던 이유를 기업가정신 교육에서 찾고 있다. 교육 선진국 핀란드는 모든 연령대가 기업가정신 교육을 받을 수 있도록 프로그램을 마련하고 있다. 기업가정신 교육은 단순히 사업가를 양성하기 위한 교육이 아닌, 미래 사회 구성원으로써 요구되는 능력을 갖춘 인재를 기르는 것이다.

대한민국에 벤처가 뿌리 내린 지도 20년을 넘어섰다. 한국에서도 기업가정신 확산을 위한 체계적인 교육을 의무적으로 제공하고, 여기에 사회적인 관심이 어우러져 혁신형 벤처 창업이 더욱 활성화되길 기대한다. 계층 간 이동의 징검다리가 놓이길 기대한다. 희망찬 대한민국으로 도약하기 위해서 반드시 필요한 길이기 때문이다.

정준 벤처기업협회 회장·㈜쏠리드 대표이사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