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삼제품협회 회장이 만들어 판 국산 홍삼제품, 알고보니 '중국산 짝퉁'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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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3년간 중국에서 수입한 인삼농축액은 140톤이 넘는다. 하지만 막상 국내에서 홍삼 제품을 사려고 보면 원산지가 '중국산'으로 표시된 경우는 거의 찾을 수 없다. 이유가 있었다.

서울 서부지방검찰청이 중국산으로 만든 제품을 국산 홍삼으로 속여 판매한 혐의(농수산물원산지표시법 위반 등)로 제조업체 대표 김모(73)씨 등 7명을 구속 기소했다고 29일 밝혔다. 식품의약품안전처, 국립농산물품질관리원, 서울특별시와 합동으로 기획 수사를 벌인 결과다.

A업체 대표 김씨는 2012년부터 중국산 인삼농축액에 물엿을 섞어 가짜 홍삼제품을 만들어왔다. 이렇게 만든 제품은 '국내산 홍삼 100%'라는 거짓 표시를 달고 면세점 등을 통해 42억원어치가 팔렸다. 물엿 섭취는 당뇨병 환자에게 치명적일 수 있다. B업체 대표 신모(58)씨는 중국산 인삼농축액에 물엿과 카라멜색소까지 혼합해 가짜 홍삼제품을 만들어 팔았다. 신씨가 만든 164억원 상당의 가짜 홍삼제품이 제약회사와 해외로 팔려나갔다. 검찰 관계자는 "가짜 홍삼제품은 건강기능식품 공전에서 규정하는 면역력 증진이나 혈액흐름 개선 등 효능을 보장할 수 없다"고 말했다.

특히 구속된 김씨와 신모(58)씨, 정모(69)씨, 윤모(59)씨 등 네명은 각자 홍삼제품 제조업체를 운영하면서 한국인삼제품협회 회장, 부회장, 이사직을 맡고 있다. 한국인삼제품협회는 홍삼의 품질개선, 유통질서 확립, 홍보 등을 목적으로 설립된 사단법인이다. 정부에서 위탁받아 홍삼제품의 기준규격 검사도 대행하는 곳이다.

검찰은 가짜 홍삼제품을 만들어 판 이 업체들에 중국산 인삼농축액을 공급한 혐의(농수산물원산지표시법 위반 방조 등)로 신모(51)씨 등 5명도 불구속 기소했다. 이들은 국산 홍삼으로 위장하기 쉽도록 허위로 작성한 경작확인서와 연근(수령)확인서를 중국산 인삼농축액과 함께 제조업체에 넘겼다.

식품의약품안전처는 29일 시중에 유통중인 가짜 국산 홍삼제품을 회수조치하고 중국산 인삼농축액의 유통 경로를 주기적으로 추적·점검하는 시스템을 도입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현 기자 lee.hy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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