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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ONG] [이색 고교 탐방] IT 창업 경진대회 휩쓴 한국디지털미디어고

TO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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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디지털미디어고의 전경. [사진제공=한국디지털미디어고]

한국디지털미디어고의 전경. [사진제공=한국디지털미디어고]

특성화고등학교지만 취업보다는 진학을 월등히 많이 하는 학교가 있다. 취직을 못해서가 아니라 더 수준 높은 공부를 하기 위해 카이스트를 비롯한 명문 공대로 진학한다. 사실상 정보통신 분야의 특수목적고, IT 과학고라 불러도 손색이 없다. 이 분야 각종 경진대회를 휩쓸며 10대 IT 인재를 블랙홀처럼 흡수하고 있는 한국디지털미디어고등학교(디미고)의 남다른 성장 배경을 알아봤다.

한 눈에 보는 학교 정보

연혁

2001 IT 분야 특성화고 설립
2006 학교법인 이산학원 김종현 이사장 취임
2007 자율학교 지정(경기도교육청)
2009 전국 비즈쿨 으뜸학교 및 학교기업 선정

학교 현황

e-비즈니스과 3학급, 디지털콘텐츠과 3학급, 웹프로그래밍과 6학급, 해킹방어과 6학급 =총 18학급 646명(여학생 208명)

신입생 모집

전국 단위

입학 전형

IT우수인재 특별전형(64명)- 교과점수 40점, 실적평가 40점, 취업 및 창업계획서 평가 20점, 생활기록부 20점, 소질·적성검사 40점, 면접 40점
일반전형(92명) 및 교과우수자 전형(54명)- 교과점수 150점, 생활기록부 20점, 면접 30점

소재

경기도 안산시 단원구 사세충열로 94

수능도 끝낸 학기말 고3 학생들이 세미나실에 모여들었다. 졸업영상을 어떻게 할지 의논하기 위해 모두 노트북을 켜고 사회자의 화이트보드에 집중하고 있다. 디미고 학생들은 그룹을 짜서 공부하는 경우가 많다. 수업 과제나 동아리 활동을 이런 협업으로 해결하는 데 익숙하다.

3D 애니메이션 제작실에서는 모션 캡처 장비를 이용한 실습이 한창이다. 얼굴이나 몸의 주요 근육 부위에 마커를 부착해 적외선 카메라로 동작을 인식하는 작업을 하고 있었다. 이런 장비와 시설은 과학고나 웬만한 대학에서도 보기 쉽지 않다.

정보통신 분야를 특화한 학교답게 연면적 4425㎡, 지상 5층 규모의 정보기술문화센터가 위용을 자랑한다. 이러닝 스튜디오, 아이맥(iMac)실, 휴머노이드(인간형 로봇)실, 영어전용교실, 극장식 대강당 등이 있다. 1층 시청각실에서 학생들의 소규모 발표회나 외부 전문가 초청 특강 등이 자주 열리며 2층 멀티미디어실에선 프로그래밍 수업이나 아두이노(Arduino·기기 제어용 기판) 실습이 이뤄진다.

체육 시설도 미국의 사립학교를 방불케 한다. 전원 기숙사 생활을 하는 학생들의 건강과 정서를 위해 ‘1인1체육’을 강조하고 있다. 실내 체육관에 국제표준 규격의 스쿼시 코트, 요가실, 휘트니스실, 당구장 등 보통 고교에서 드문 시설까지 두루 갖췄다. 15석 규모의 골프연습장도 있다. 앞으로 야구장과 수영장도 지을 계획이다.

한국디미털미디어고 내에 실내 골프 연습장을 구비해 학생들의 다양한 체육활동을 지원한다. [사진제공=한국디지털미디어고]

한국디미털미디어고 내에 실내 골프 연습장을 구비해 학생들의 다양한 체육활동을 지원한다. [사진제공=한국디지털미디어고]

한국디지털미디어고 내 피트니스실. [사진제공=한국디지털미디어고]

한국디지털미디어고 내 피트니스실. [사진제공=한국디지털미디어고]

특성화고지만 정부 지원금보다는 학생들의 등록금으로 운영되는 데다 재단에서 투자도 많이 한 결과다. 2006년에 학교를 인수해 120억 원을 투입했다고 한다. 미국 조지아텍 공학 박사인 김종현 이사장은 IT가 미래 일자리 창출의 핵심이라고 믿고 있다.

학생들은 금세 화답했다. 각종 IT 창업 경진대회를 싹쓸이하다시피 하고 있다. 지난 8월 한국과학기술정보연구원이 주최한 ‘국가 슈퍼컴퓨팅 청소년 캠프’에서 디미고 학생이 대상을 받은 데 이어 최근 ‘비즈쿨 페스티벌(창업진흥원 주최)’에서도 대상을 수상했다. 창업영재 새싹기업 대회에서 1위를 차지해 미국 실리콘밸리 연수를 가는 학생들도 있다. 지난달 6일 HSBC JA-KOREA 주최 실물창업대회도 디미고 팀이 우승했다.

이런 학생들 중에는 컴퓨터에 미쳐 고교 재학 중에 이미 취업하거나 창업하는 사례도 왕왕 있다. 현재 교내 17개 창업 동아리 가운데 7개 팀이 사업자로 등록한 상태. 회사의 단기 프로젝트를 하거나 200만~300만 원의 고정 급여를 받는 학생이 10여 명에 이른다. 고3 때 장애인을 위한 ‘음성비서’ 프로그램을 만들어 네이버에 판매한 김대욱 씨가 디미고 출신이다. 2005년 당시 몇십 억을 벌었다는 얘기에 학생들 사이에 김씨는 전설로 통한다.

NVIDIA에 방문해 VR기기를 체험하는 한국디지털미디어고교 학생. [사진제공=한국디지털미디어고]

NVIDIA에 방문해 VR기기를 체험하는 한국디지털미디어고교 학생. [사진제공=한국디지털미디어고]

한국디지털미디어고는 정보보호 특성화고 지원사업인

한국디지털미디어고는 정보보호 특성화고 지원사업인 '사이버 가디언즈' 운영학교로 선정, 주니어 화이트 해커 리그에서 1위를 차지하기도 했다. [사진제공=한국디지털미디어고]

하지만 디미고 졸업자 대다수는 대학 진학을 우선으로 한다. 우리 사회에서 아직은 고졸자로 IT 분야에서 성공하기 쉽지 않다는 게 중론이다. 지난 12년간 디미고 졸업자 1916명 가운데 1709명이 대학을 갔다. 절반 정도는 희망하는 서울 소재 대학으로 진학했다.

한국전력, 한국투자공사, 삼성 등 공기업이나 대기업 진출자도 상당수다. 최근 치러진 2017년 국가직 지역인재 공무원 채용시험에도 디미고 응시생 5명 전원이 합격했다. 이들도 나중에 대학을 가는 게 보통이다. 김대욱씨도 아주대 컴퓨터공학과에 입학해 사업을 더 키웠다.

디미고 학생들에게 진학이라는 현실적 목표와 IT 기술력으로 승부하는 창업(또는 취업)의 영역은 하나라도 포기하기 싫은 두 마리 토끼다. 과학고 대신 디미고를 택한 학생들 중에는 컴퓨터가 너무 재밌어서, 좋아하는 걸 실컷 할 수 있어서 온 경우가 많다. 단순히 진학만 목표였다면 과학고를 갔겠지만 과학고에 IT 관련 교과는 6%밖에 편성되지 않는다. 특성화고는 국영수 외 전문 교과 시간이 45% 정도 된다.

디미고의 경쟁력은 카이스트(KAIST)에서 알아봐줬다. 한번은 카이스트 입학처장이 “평점 4.3 만점에 4.2를 맞아 1등을 한 학생이 어느 학교냐 봤더니 이름도 생소한 한국디지털미디어고였다”면서 연락이 왔다. 카이스트는 3.5만 넘어도 잘하는 거여서 3.5 넘는 학생의 비율로 고교 리스트를 뽑아 입학 사정할 때 참고한다.

박주현 교감은 “카이스트 사정관이 우리 학교에 와 ‘어떻게 공부하느냐’고 비결을 물어 보고 갔다”면서 “과학고 출신 학생들은 수학, 물리에 비해 소프트웨어 개발 실력이 떨어지는데 우리 학교 출신은 둘 다 잘해 카이스트가 원하는 학생이라고 하더라”고 전했다. 대학교 1~2학년 수준의 프로그래밍 수업을 마치고 가니 이해 속도가 빨랐던 것이다.

때론 학생들의 IT 창업 열풍이 너무 거세 오히려 자제를 시키는 편이다. 취업이나 창업한 학생들이 노트북을 맘껏 쓸 수 있도록 따로 공간을 제공하긴 하지만 너무 편의를 봐 주면 괜히 공부가 싫어 컴퓨터를 쓰고 싶은 학생들이 편승할까 봐 걱정이다. 수학, 영어 등이 안 되면 IT도 한계에 부딪히는 만큼 특성화고로서 부족한 국영수 시간을 보충하는 게 더 관심사다.

웹프로그래밍과 2학년 장영환 군은 “원래는 창업 동아리를 해 돈도 벌고 싶었지만 대학을 정시로 가려다 보니 공부를 더 해야겠다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가끔 성실하게 둘 다 잡는 친구도 있지만 대부분은 공부면 공부, IT면 IT로 갈라지는 경향이 있다”고 덧붙였다. 장 군이 공부와 IT 둘 다 잡는 모범생으로 지목한 같은 과 2학년 차민지 양도 “열정은 충분하지만 시간이 부족할 때가 많다”면서 “공부는 보충수업을 듣기도 하고 EBS 인강 등으로 해결한다”고 말했다. 기숙학교라 다른 사교육은 주중엔 금지된다.

그렇다면 ‘차라리 IT 특목고를 하지 왜 특성화를 했을까’라는 의문이 생긴다. 현행 초중등교육법에 따르면 정보통신 분야는 특성화고밖에 허가가 안 난다고 한다. 학교 측은 마이스터고도 알아 봤지만 마이스터고는 정부의 전액 지원으로 졸업 후 취업을 약속하는 구조라 심도 있는 대학교육을 더 필요로 하는 IT 인재 양성과는 맞지 않았다.

디미고에 진학하려면 중학교 석차백분율 10~15% 이내 들어야 한다. 교과점수 150점을 기준으로 2016학년도 일반전형의 최종 경쟁선은 130~135점대였다. 이러다 보니 내신에 강점을 가질 수 없다. 학생 수가 한 학년 210명이라 그것도 불리하다. 그러나 카이스트처럼 소프트웨어 특성화 대학으로 전국 14개 대학이 지정돼 기초학문이 다소 부족하더라도 소프트웨어 쪽에 월등한 재능을 보이는 학생들이 수시 전형으로 입학할 수 있는 길이 넓어지고 있다. 또 특성화고 특별전형(정원 외)으로 모집정원의 1.5% 내로 뽑는 길도 열려 있다. 전공 학과와 동일 계열 학과로 지원해야 가능하다.

디미고는 자체 성적분석 프로그램을 개발해 학생과 교사의 성적 관리를 체계적으로 지원한다. ‘베네듀(BENEDU)’란 툴을 활용해 시험 성적 통계를 분석하고 강약점을 파악해 자기주도 학습 계획을 세우는 데 도움을 준다. 장영환 학생은 “남녀공학이라 분위기가 험악하지 않고 선생님들이 권위적이지 않다”는 걸 장점으로 꼽았다. “기숙학교라 선생님들이 늦게까지 남아 세심하게 신경을 써 준다”고도 말했다.

글=박정경 기자 park.jeongkyung@joongang.co.kr
사진=김춘식 기자 kim.choonsi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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