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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사설

관광 한국, 언제까지 싸구려 쇼핑인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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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4면

중국인 단체관광객들이 하루 종일 서울 시내 면세점·건강식품점 등 여섯 군데 ‘뺑뺑이 쇼핑’에 끌려다닌다는 어제 보도를 보니 어이가 없다. 한국 고유의 향취가 나는 관광상품을 서둘러 개발하고 유·무형의 관광 인프라를 쌓아 나가도 시원찮을 판에 눈앞의 이익만 쫓는 일부 여행사들이 ‘관광 한국’ 얼굴에 먹칠을 하고 있다.

우리 관광산업은 중국인 관광객의 급증 덕분에 외형성장을 거듭해 왔다. 문제는 그런 호황에 안주하는 바람에 오히려 관광품질 제고 노력은 퇴보한 것이다.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 체계 갈등이 관광에까지 중국의 한한령(限韓令)을 발동케 했다는 분위기도 있지만 사드 타령만 할 계제가 아니라고 본다. 여행사 난립과 과당경쟁을 구조조정하는 것은 물론 이번 기회에 ‘관광 한국’의 근본적 청사진을 다시 짜야 한다. 우선 국내 관광객의 절반 이상이 중국인인 상황에서 국적의 다변화가 중요하다. 또한 대도시와 인접 지방자치단체를 연계하는 프로그램을 개발해 지역마다 관광 특화상품으로 삼아야 한다. 깃발 앞세우고 수십 명씩 몰려다니는 유커(遊客)보다 삼삼오오 소규모 싼커(散客)의 개별여행이 늘어나는 추세에서 전통시장·역사탐방 같은 ‘다품종 소량’ 체험형 상품도 시급하다.

이웃 일본이 좋은 귀감이다. 관광입국 정책 드라이브가 효과를 내면서 한국에 오던 유커까지 일본으로 발길을 돌리고 있다. 일본은 불법입국 폐해보다 관광객 증대로 인한 이득이 크다고 보고 비자 규제를 과감히 푸는 전략적 용단을 내렸다. 아베 총리가 일머리를 잡고 외무·법무 등 관련 부처 관광대책회의를 주도하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즉시환급형 사후면세점을 대폭 늘린 것도 주효했다. 올해 일본의 외국인관광객이 2000만 명을 돌파한 것도 부럽지만, 이들이 이전보다 더 많은 돈을 쓰고 가게 한 지혜도 눈여겨볼 필요가 있다.

관광은 서비스산업 중에서도 외화가득 및 고용유발 효과가 큰 편이다. 경기침체기 내수를 살찌울 효자산업을 키우기 위해서도 관광 한국의 업그레이드는 시급한 과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