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피드의 왕' 치타, 멸종 위기에 몰린 이유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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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세계에서 가장 빠른 포유류 치타가 멸종 위기에 처했다. 27일(현지시간) 알자지라는 지난 26일 발표된 전미과학아카데미(National Academy of Sciences) 논문을 인용, “전세계에 야생 치타 개체수가 약 7100마리만 남았다”고 보도했다. 짐바브웨에선 치타의 개체수가 16년 전 1200마리에서 170마리까지 급감했고, 특히 아시아에서는 이미 사라지다시피 해 이란에만 50마리도 채 남지 않은 상황이다.

치타의 개체 수가 급감한 것은 그들의 습성과 관련 있다. 치타는 넓은 서식지를 어슬렁거리며 사는 육식동물이다. 이 때문에 공원과 보호구역을 벗어나 생활하는 경우가 많다. 서식지의 77%가 보호구역 밖에 있는 이유다. 결국 인간의 거주지와 치타의 서식지가 겹치면서 개체수가 급감하게 됐다. 개간으로 치타의 사냥감은 줄었고, 인간 주거지를 침범했다 사살당하는 치타가 늘어난 것이다.

새끼 치타에 대한 무차별적 밀렵도 위기의 원인이 됐다. 어린 치타는 암시장에서 약 1만 달러(약 1200만원)에 거래된다. 지난 10년 간 아프리카 밖으로 팔려간 새끼는 약 1200마리로 추산된다.

학자들은 세계자연보전연맹(IUCN)에 ‘멸종 취약종’으로 등재된 치타의 등급을 ‘멸종 위기종’으로 격상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연구에 참여한 영국 런던동물원의 새라 듀런트 박사는 ”고양이과 동물인 치타는 은밀하게 움직이기 때문에 정보를 얻기 힘들다"며 "이로 인해 치타가 처한 상황이 간과됐다”고 말했다.

홍주희 기자 honghong@joo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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