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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제 제기는 톱-다운, 실행계획은 실무자가 만들어야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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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00호 20면

[shutterstock]

린다 힐 하버드 경영대학원 교수는 조직에 혁신이 일어나기 위해서는 새로운 리더십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구성원들이 자발적으로 해결 방안을 찾겠다는 의지를 갖게 해야 한다는 것이다.


S사는 창업 초기부터 가치관을 중요하게 생각하고 있었지만 구체적으로 정리해 놓지는 않았다. 최고경영자(CEO)가 말로 아무리 강조해도 직원들에게 스며들지 않았다. 자신과는 상관 없다고 생각한 것이다. T사는 직원들의 역량이나 복지 수준, 브랜드 인지도가 경쟁사에 비해 떨어져 직원 사기에도 악영향을 미쳤다. 두 기업은 먼저 CEO의 생각을 다시 정리한 후 기업의 역사 속에 녹아있는 가치관의 3요소인 존재 이유, 비전, 핵심가치를 직원들과 함께 논리적으로 정립했다. 이 꿈이 이뤄지면 회사는 어떤 모습이 될까, 세상에 어떤 변화가 생길까, 어떤 고객을 만나게 될까 등을 논의한 결과를 바탕으로 어떤 사업 영역에서, 어떤 역량과 기술을 활용할 것인지 공감대를 형성했다. 이런 과정을 거친 끝에 지금은 다시 성장의 길을 달리고 있다.


다른 사례도 살펴보자. 인도네시아에 1만5000명의 현지직원을 둔 H기업의 CEO는 주문한대로 생산만 하면 된다는 타성에 젖은 직원들의 태도를 바꾸고 싶었다. 먼저 반드시 해야 하는 것, 절대 하지 말아야 할 것 등 행동약속을 정했다. 5점 척도의 평가 기준도 마련했다. 이런 과정을 통해 직원들은 동질감과 자신감을 갖게 됐다. 지금은 가치관 경영의 마지막 단계인 생활화를 통해 성과를 올리고 있다.


이처럼 기업의 핵심가치가 그저 듣기에만 좋은 공허한 소리로만 남아서는 안 된다. 가치관 경영의 정착을 위해서는 논리성과 구성원의 참여가 중요하다. 논리성은 의미의 이해와 공감에, 참여는 실천에 도움이 된다. 가치관의 의미를 제대로 이해하고 공감하게 한 후 행동약속과 제도화를 통해 지속적으로 실천하도록 생활화해야 하는 것이다.


[경영 성과와 직결되는 건강한 매출]가치관 경영은 긴 여행이다. 리더십 전문가인 패트릭 렌치오니는 기업이 지속적으로 성과를 내기 위해서는 먼저 건강한 조직문화를 갖춰야 한다고 제안했다. 그런데 건강은 목표가 아니라 시작이다. 좋은 문화, 건강한 조직을 만들었다고 해도 성과로 이어지지 않으면 의미가 없다. 대부분의 기업에서 성과와 직결되는 것이 매출이다. 그런데 매출은 올라가는데 이익이 남지 않는 경우도 발생한다. 특히 이런 현상은 경쟁이 심할 때나 지금과 같은 저성장기에 자주 나타난다. 이익이 남지 않는 매출은 순간의 환상이며 결국 회사를 망치게 된다.


매출과 이익 모두를 올리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할까? 보스턴컨설팅그룹의 이마무라 히데아키는 영업에도 논리(로직)가 있어야 한다고 강조한다. 그렇지 않으면 근시안적으로 감과 경험, 배짱 등에 의존해 이익이 나지 않는 거래를 계속하다가 무너진다는 것이다. 이익이 남는 건강한 매출을 올리려면 먼저 무엇을 선택하고, 어떻게 집중하고, 어떻게 관리할 것인지 로직부터 철저하게 세워야 한다. 따라서 우리 기업의 매출이 효율성·효과성·균형성이란 3가지 관점에서 건강한지 점검하고 로직을 세워 실천해 보자.


히데아키는 기업의 매출 분석 결과 5가지 문제 상황을 도출했다. 거래액 대비 이익률이 천차만별이었고, 매출액 대비 할인율도 일관성이 없었다. 한마디로 가격정책에 있어 원칙이 없었다. 영업사원의 경력과 매출 성장률도 아무런 관계가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영업에 있어 전문성이 부족하다는 것이다. 고객별 매출 잠재력 대비 방문 빈도를 분석한 결과 대부분 잠재력은 있지만 거래를 트기 어려운 고객보다는 쉬운 고객만 상대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확장의 기회를 살리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마지막으로 거래액 대비 판촉비를 보면 모두 손익분기점에 몰려있었다. 거래액과 상관없이 판촉 활동을 하고 있어 매출은 늘지 몰라도 이익 증가에는 도움이 되지 않았다.

 [현재 상황 도식화해 매출 건강도 점검]그렇다면 건강한 매출을 위해 어떻게 전략을 수립하고 실행해야 할까? 우선 우리 기업의 영업 데이터를 분석해보자. 현재 상황을 도식화해 눈으로 확인함으로써 전사 매출의 건강도를 점검하고 문제점을 찾아야 한다. 그리고 각 문제 상황별 개선 계획을 세워 실행해야 한다. 이때 중요한 것은 문제 제기는 위에서 아래로 하지만 실행계획은 실무자 그룹에서 만들어야 한다는 것이다.


1단계 매출의 건강도 점검 전사 매출의 건강도를 파악하기 위해서는 먼저 현상을 명확히 정리해야 한다. 어떤 고객에게, 어떤 상품을, 얼마의 비용을 써서 팔고 있는가를 정리해 표로 그려본다. 도표의 가로축에는 이익률, 세로축에는 매출액을 두고 고객의 분포 상황을 그려 넣는다. 이익률도 매출액도 높은 고객은 유지하고, 이익은 높은데 매출이 낮은 경우에는 확산 전략을 세워야 한다. 매출은 높은데 이익이 낮은 경우는 이를 만회할 전략을 고민하고 매출액과 이익률이 모두 낮은 고객은 포기한다.


상품 건강도의 경우도 비슷하다. 둘 모두 높으면 유지와 확산 전략을 세워야 하며, 매출은 높은데 이익이 낮으면 가격이나 유통채널 전략을 바꿔야 하고, 이익률은 높은데 매출액은 낮은 경우 프로모션 전략을 세워 실행에 옮긴다. 두 가지가 모두 낮은 경우는 단종하거나 신상품개발 전략을 수립해 실행한다.


영업 건강도의 경우 매출도 이익도 많이 내는 사원은 지원을 강화한다. 당연히 경쟁사가 노리는 직원이기에 영업을 더 잘 할 수 있도록 도와주어야 한다. 매출이 높고 이익이 낮은 경우는 교육을 강화하고 인센티브 제도를 활용한다. 매출은 낮은데 이익이 높은 경우는 영업지원이나 특별 인센티브로 관리하고 둘 다 낮은 경우 재배치나 교육을 강화한다.


다음으로 반드시 점검해야 하는 것이 영업 파이프라인 관리이다. 매출로 이어질 잠재고객 개발부터 매출 발생까지 단계별 영업 기회를 관리해야 한다. 목표 달성률과 더불어 영업 파이프라인 속에 나타나는 성공 가능성을 숫자화해 함께 파악해야 한다.


그리고 나서 영업사원 별로 고객별 매출액과 매출 기여, 유지와 개선 방향을 일목요연하게 정리한 전사고객 분포표와 제품 판매 분포도를 작성하게 한다. 이를 바탕으로 지난해 매출과 제품별 비중, 올해 매출과 비중, 2년간의 매출 성장률, 할인율을 분석하고 유지·개선 방향을 수립하도록 한다.


이같이 숫자들과 실행 여부를 주기적으로 점검함으로써 효율성과 효과성을 동시에 높일 수 있도록 관리해야 한다. 그런데 균형성의 관점에서 중요한 것은 영업 비용의 관리다. 우선 채권금액과 매출채권의 회수기일 추이를 점검한다. 그리고 매출액 대비 재고자산의 추이와 재고자산 회전 기간을 점검한다. 마지막으로 영업사원의 시간 사용 비율을 관리해야 한다. 일·주·월 단위로 가장 많은 시간을 할애한 것이 어떤 업무인지 파악하고, 시간 사용이 효율적으로 이루어졌는지, 만약 비효율적으로 사용되었다면 그 이유는 무엇인지 파악해서 개선하게 해야 한다.


2단계는 개선 실행계획의 점검이다. 영업사원별로 고객과 상품 분포도에서 두 가지로 나눠 각 상황을 파악한다. 어디에서 매출이 나오는지, 어디에 쏠려있는지, 어떤 것을 더 판매해야 할지, 영업사원 각각의 기여도는 얼마인지를 도표화해 전체 매출을 관리해야 한다. 그런 다음 매출과 파이프라인에 균형이 맞는지를 확인한다. 적정 수준의 파이프라인을 유지하기 위해 고객을 어떻게 발굴할 것인지, 실패를 한 경우 이유가 무엇인지, 마지막으로 어떻게 매출 성공률을 높일 것인지 실행계획을 세우도록 한다.


[문제 파악되면 개선안, 지원계획 마련]마지막으로 수립된 실행계획을 전사 차원에서 점검한 한 후 어떻게 추진할 것인지 지원계획을 마련한다. 지금까지 주로 영업사원 차원에서 이야기했지만, 영업사원별 계획이 합쳐지면 부서 계획이 되고 부서별 계획이 합쳐지면 전사 계획이 된다. 이때 중요한 건 양식이 동일해야 전사적으로 연결된다는 점이다. 위로 올라 온 지원사항을 종합해서 어디서부터 지원해야 하는지 우선순위를 정한다.


영업의 실행력은 얼마나 많은 문을 열 수 있는가의 효율성과 문이 열린 뒤 어떻게 끌어와서 매출로 실현할지의 효과성이 좌우한다. 효율성을 높이기 위해서는 방향을 잘 제시해야 하고, 효과성을 높이려면 영업사원의 전문성을 강화하는 한편 전략과 실행계획을 수립해 실행하도록 관리해야 한다. 건강한 매출은 효율성과 효과성이 적절하게 균형을 이룰 때, 마케팅 전략이 전사 전략과 연결이 되어 균형성까지 감안을 할 때 비로소 가능해진다.


배보경IGM세계경영연구원 부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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