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몸에 좋다는 수퍼푸드, 독이 될 수 있다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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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69호 22면

일러스트 강일구ilgook@hanmail.net

서울 은평구에 사는 주부 김선애(59·여) 씨는 토마토 애호가다. 토마토가 몸에 좋고 많이 먹어도 살이 찌지 않는다는 말을 들은 뒤부터 즐겨 먹기 시작했다. 아침·저녁으로 토마토를 갈아 주스로 마시고, 후식으로도 챙겨 먹었다. 설탕을 뿌려 먹으면 영양소를 파괴할 수 있다는 말에 먹을 때는 철저하게 가려먹었다. 그런데 최근 속쓰림이 심해져 병원을 찾았다가 토마토 과다섭취가 속쓰림의 원인이라는 사실을 알게 됐다. 김씨는 섭취량을 줄이고 나서야 속쓰림이 잦아들었다.


‘수퍼푸드’는 영양소나 특정질환 예방에 도움이 되는 성분이 다량 함유된 식품을 말한다. 해마다 새로운 식품이 수퍼푸드라는 이름으로 쏟아진다. 그 종류만큼이나 효능도 다양하다. 하지만 수퍼푸드는 양날의 검이다. 과하면 오히려 독이 될 수 있다. 무조건 몸에 좋은 만능식품이 아니라는 얘기다. 우선 수퍼푸드는 정의와 기준이 딱히 없다. 장점만 부각돼 주의해야 할 점은 가려져 있다. 강북삼성병원 김은미 영양팀장은 “수퍼푸드는 정의가 확립돼 있지 않고 선정이나 섭취 기준도 없다”고 말했다. 고대안암병원 가정의학과 김양현 교수는 “수퍼푸드도 과하면 몸에 좋지 않고 사람에 따라서는 피해야 하는 것도 있다”며 “수퍼푸드를 가만히 보면 평소 섭취를 안 하기 쉬운 것들인데 뒤집어 생각하면 균형있는 영양섭취가 중요하다는 얘기”라고 말했다. 아무리 좋은 약도 내 몸에 맞아야 보약이다. 수퍼푸드 섭취 시 주의해야 할 점을 알아봤다.


자몽 | 고지혈증약 대사 방해자몽은 비타민C가 풍부한 데다 천연 에스트로겐 성분까지 함유돼 있어 갱년기 여성에게 추천되는 식품이다. 하지만 항응고제인 와파린이나 스타틴 계열의 고지혈증 약물을 복용하는 사람은 주의해야 한다. 이 약물이 장에서 대사되는 것을 방해하는 작용을 하기 때문이다. 또 이런 약물의 체내 농도를 높여 신장에 무리를 줄 수 있어 주의해야 한다.


귀리 | 만성신부전 환자 악영향귀리에 풍부한 베타클루칸이 식후 혈당이 빨리 상승하는 것을 예방하고, 혈청 콜레스테롤을 낮춘다. 포만감 유지와 장 건강에도 도움이 된다. 또한 다른 곡물에 비해 단백질·필수아미노산·비타민·무기질 함량이 높아 쌀밥 대신 먹어도 영양상으로 유익한 효과를 거둘 수 있다. 단, 신장기능이 저하된 만성신부전 환자의 경우 단백질과 칼륨·인 등의 무기질을 과다 섭취하면 체외로 잘 배출하지 못해 노폐물이 혈액 내에 쌓이므로 주의해야 한다.


브로콜리 | 염증성 장질환자 가스 유발브로콜리는 항암식품으로 잘 알려져 있다. 설포라판이라는 성분 덕분이다. 설포라판은 위궤양을 일으키는 헬리코박터 파이로리의 증식을 억제하는 데에도 도움이 된다. 항산화영양소가 풍부해 심혈관계질환 예방에도 좋다. 브로콜리를 자주 섭취하는 것은 좋지만, 암 치료를 위해 수술·항암치료를 받는 사람이 집중적으로 섭취하는 것은 안 좋다. 암 치료과정에서는 열량·단백질을 비롯한 필수영양소를 골고루 섭취하는 것이 최우선이다. 또 활동기 염증성 장질환 환자는 브로콜리가 장에 가스를 많이 유발해 증상을 악화시킬 수 있다.


시금치 | 소장에 문제 있으면 신장결석 초래시금치에는 각종 비타민과 무기질이 풍부하다. 엽산은 혈액 속에서 혈관 세포를 자극하고 혈관을 수축시키는 호모시스테인 수치를 낮춰 심혈관계질환 예방에 도움이 된다. 시금치 안에 풍부한 엽록소는 항산화기능도 있다. 하지만 짧은 장 증후군, 흡수불량, 염증성장질환 등 소장에서의 지방 흡수에 문제가 있는 경우 시금치에 다량 함유된 수산이 신장결석을 초래할 수 있다. 또 수산은 칼슘·철분 흡수를 방해해 이들 영양소가 함유된 식품과 함께 먹지 않도록 주의해야 한다.


토마토 | 위식도역류질환 악화토마토에 들어있는 리코펜은 체내에서 항산화작용을 하고, 남성 전립선 건강에도 도움이 된다. 다른 과일에 비해 열량 함량이 낮아 다이어트 시 공복감 해소에 도움이 된다. 다만 산도가 높은 편이어서 위나 식도 점막에 손상이 있는 경우 증상을 악화시킬 수 있다. 따라서 위식도역류질환, 구강 내 궤양이 있으면 토마토나 토마토 주스를 먹는 것은 주의할 필요가 있다.


블루베리 | 혈당수치 높여블루베리에 함유된 안토시아닌 성분은 항산화·항암효과가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암과 심혈관질환 예방과 눈 건강을 위해 섭취가 권장되는 식품이다. 하지만 많이 먹으면 설사·속쓰림이 발생할 수 있다. 특히 당뇨병 환자가 많이 먹으면 혈당 조절을 어렵게 할 수 있다. 블루베리 분말제품이나 블루베리청, 농축액 형태의 제품은 쉽게 많은 양을 섭취할 수 있어 주의해야 한다.


연어 | 통풍 환자 증상 악화연어는 단백질뿐 아니라 불포화지방산, 특히 오메가 3 지방산이 풍부하다. 오메가 3 지방산은 염증반응을 억제하고 혈액 내 지질 수치, 특히 중성지방을 낮추는 데 효과적이다. 따라서 심혈관계 질환과 염증질환의 예방·치료에 도움이 된다. 단, 통풍 환자의 지나친 연어 섭취는 혈액 내 요산 수치를 높여 증상을 악화시킬 수 있다.


견과류 | 담낭질환자 요주의땅콩·호두·아몬드 등의 견과류에는 불포화지방산이 풍부하고, 각종 비타민과 무기질이 많다. 적당량의 견과류 섭취는 심혈관계질환의 위험을 낮추는데 도움이 된다. 대신 지방함량이 많아 섭취량이 많아지면 체중 증가의 원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 또 담낭에 문제가 있거나 담낭절제수술을 한 경우 지방 과다섭취를 피해야 해 먹지 않도록 해야 한다.


요구르트 | 위궤양 환자는 피해야요구르트는 풍부한 유산균이 장 건강 유지에 도움이 된다. 칼슘도 풍부해 골다공증을 예방하는데도 도움이 된다. 유당을 소화시키는데 문제가 있는 유당불내증 환자의 경우 요구르트 섭취가 증상을 악화시킬 수 있다. 또한 요구르트 안에 풍부한 칼슘과 단백질이 위산 분비를 자극할 수 있어 위궤양이 있는 사람이 요구르트만 계속 먹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도움말: 고대안암병원 가정의학과 김양현 교수, 강북삼성병원 김은미 영양팀


류장훈 기자 jh@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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