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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PGA 벌써 12승, 너무 잘 나가서 고민인 한국 골퍼들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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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39호 1 면

지난달 30일부터 지난 2일까지 영국 스코틀랜드 턴베리에서 열린 제39회 브리티시 여자오픈의 우승을 차지한 박인비가 트로피에 입을 맞추고 있다. 세계 랭킹 1위인 박인비는 이 대회를 포함해 올해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투어에서 4승을 챙겼다. [AP=뉴시스]

“한국 선수들이 우승을 많이 해서 좋긴 한데 이러다 대회가 없어지는 건 아닌지 걱정이에요.”

요즘 골프팬들 사이에서 나오고 있는 ‘즐거운 비명’이다. 올해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투어에서 한국 선수들의 경이적인 우승 행진이 이어지고 있다. 해외 동포를 제외한 순수 한국인 선수의 우승만 12승이다. 벌써 2006년과 2009년의 11승을 뛰어 넘어 한국의 시즌 최다승 기록을 경신했다.

한국은 올해 열린 LPGA투어 20개 대회 가운데 12승을 수확했다. 골프 강국을 자처하는 미국은 3승 밖에 챙기지 못했다. 지난해 13승을 올리며 가장 뜨거운 시즌을 보냈던 미국이지만 올해는 완전히 전세가 뒤집혔다. 한국은 지난해 10승을 거뒀다. 올 시즌엔 세계랭킹 1위 박인비(27·KB금융)가 4승으로 치고 나가며 에이스 역할을 하고 있다. 메이저인 KPMG 여자 PGA 챔피언십과 브리티시 여자오픈에서 우승했고, HSBC 위민스 챔피언스와 노스 텍사스 슛아웃에서도 정상에 올랐다. 최나연(28·SK텔레콤)은 개막전인 코츠 골프 챔피언십에 이어 아칸소 챔피언십에서도 트로피를 들어 올렸다. 퓨어실크 바하마 클래식과 롯데 챔피언십에서 정상에 오른 루키 김세영(22·미래에셋)도 2승을 챙겼다. 이밖에 전인지(21·하이트진로)·김효주(20·롯데)·최운정(25·볼빅)·양희영(26)도 각각 우승을 신고했다.

‘박인비 효과’가 LPGA투어에서 최다승을 거둔 원동력이 됐다. 임경빈 JTBC골프 해설위원은 “박인비가 든든한 기둥이 됐고, 주도권을 휘어잡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고 설명했다. 사실 KPMG 여자 PGA 챔피언십 이전까지만 해도 ‘이제 서서히 외국 선수들이 힘을 낼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었다. 한국 선수들조차도 ‘시즌 초반처럼 한국의 독식은 쉽지 않을 것’이라고 예측했다. 역대로 미국 본토에서 열린 대회에선 미국 선수들의 강세가 두드러졌다.

US오픈 우승 전인지 랭킹 11위 점프

*는 메이저 대회, 동포 미포함   자료: LPGA

하지만 예측은 빗나갔다. 한국 선수들은 미국에서도 쾌속질주를 이어갔다. 박인비가 든든한 ‘언니’ 역할을 하며 후배들을 이끌고 있다. 노스 텍사스 슛아웃 이후 3개 대회에서 모두 외국 선수들이 우승컵을 차지하면서 한국 선수들의 기세는 한풀 꺾이는가 싶었다. 그렇지만 박인비가 KPMG 여자 PGA 챔피언십에서 압도적인 경기력으로 3년 연속 우승을 달성하며 다시 분위기를 가져왔다. 박인비의 우승을 축하하듯 전인지와 최운정이 잇따라 정상에 등극하며 기세몰이를 했다.

새 얼굴들의 선전도 윤활유가 되고 있다. 루키 김세영이 2승으로 유력 신인왕 후보에 올랐고, 초청선수로 출전한 전인지가 깜짝 우승을 하자 ‘자신감 바이러스’가 퍼져나갔다. 자극을 받은 신예 장하나(23·BC카드)·백규정(20·CJ오쇼핑) 등도 첫 승 샷을 가다듬고 있다. 치열한 경쟁을 벌이며 선배가 끌어주고 후배가 뒤를 받쳐주는 모양새다. 팀으로 보면 최상의 ‘팀워크’인 셈이다.

LPGA투어는 11개 대회가 남아 있다. 한국 선수들의 추가 승수가 세계의 관심이 되고 있다. 2일 끝난 메이저 대회인 브리티시 여자오픈에서도 박인비·고진영(20·넵스)·유소연(25·하나금융)이 1~3위를 휩쓸었다. 임경빈 해설위원은 “남은 대회에서 4~5승은 추가할 수 있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13일 미국 오리건주에서 개막하는 포틀랜드 클래식을 포함, 11개 대회 가운데 반타작만 해도 17승 이상을 거둘 수 있다는 계산이 나온다. 페이스가 떨어져도 15승은 무난할 것으로 보인다. 하나·외환 챔피언십(10월)을 포함, 익숙한 환경에서 플레이할 수 있는 아시안 스윙도 5개 대회가 남아 있다. 한국은 지난해 아시안 스윙에서 4승을 챙겼다.

리우 올림픽 한국 티켓은 단 4장 뿐

무엇보다도 선수층이 두터워졌다는 게 긍정적인 신호다. 지난해까지만 해도 우승후보군이 많지 않았지만 올해는 역대 최강의 선수층을 자랑한다. 박인비를 비롯해 관록의 유소연·최나연·양희영 등은 언제든지 우승할 수 있는 톱랭커들이다. 지난해 첫 승을 신고한 이미림(25·NH투자증권)·이미향(22·볼빅), 여기에 루키 김세영·김효주·백규정·장하나도 우승 사냥에 나선다.

미국 선수들의 하향세도 한국 선수들에겐 호재다. 세계랭킹 3위 스테이시 루이스(30·미국)는 ‘준우승 징크스’에 허덕이고 있다. 임경빈 해설위원은 “미국 선수들이 강세를 나타냈던 본토 대회에서도 힘을 쓰지 못하고 있다. 루이스는 지난해 3관왕(상금왕, 올해의 선수, 최저타수상)을 차지했던 강력한 모습이 보이지 않는다”고 분석했다. 렉시 톰슨(20)과 브리타니 린시컴(30), 크리스티 커(38)도 올해 우승은 했지만 기량이 들쭉날쭉한 편이다.

1년 앞으로 다가온 2016년 리우 올림픽도 한국 여자골퍼들에겐 자극제다. 누구나 올림픽 출전을 탐낸다. 112년 만에 올림픽 정식 종목으로 복귀하는 골프에서 태극마크를 달고 출전하는 건 영광이다. 박인비는 “메달이 아니더라도 좋다. 꼭 출전하고 싶다”고 했다. 국가당 출전권은 최대 4명이다. 세계랭킹 1위 박인비를 제외하곤 누구도 안심할 수 없는 처지다.

현재 세계랭킹 기준으론 박인비(1위), 유소연(4위), 김효주(5위), 양희영(10위)이 출전권을 획득할 수 있다. 그러나 전인지(11위), 김세영(14위), 최나연(16위)도 추격권에 있다. 얼마든지 역전 가능성이 있다. 임경빈 해설위원은 “올림픽을 향한 간절함이 높은 집중력으로 연결되면서 선수들 간의 선의의 경쟁이 치열해져 성적도 좋아지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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