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박 대통령 ‘제3자 뇌물-단순 수뢰죄’ 투 트랙 수사한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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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7면

박영수 특별검사팀이 박근혜 대통령의 혐의를 입증하기 위한 두 갈래의 수사 루트를 구축하는 것으로 25일 확인됐다. 이른바 ‘투 트랙(two-track)’ 전략이다. 수사 초기부터 국정 농단 사건의 핵심을 치고 들어간 특검팀은 1차적으로 최순실씨를 매개로 한 박 대통령의 ‘제3자 뇌물제공 혐의’를 겨눴다. 여기에 ‘단순 수뢰 혐의’ 적용 가능성도 적극 타진하는 것이다.

대통령 ‘제3자 뇌물죄’ 성립하려면
대기업 민원해결 지시 입증 필요
직접 증거·진술 확보 만만치 않아
‘최순실 이익=대통령 이익’ 증명 땐
최씨 받은 뇌물로 대통령 처벌 가능
둘의 40년 인연 특수성 입증이 관건

단순 수뢰 혐의를 검토하는 것은 최씨와 박 대통령의 관계가 사실상 ‘경제적 동일체’라는 의심에서 출발한다. 사정 당국 관계자는 25일 “특검팀은 최씨가 챙긴 이득이 박 대통령이 받은 뇌물과 다름없다는 걸 입증하는 데 힘쓰고 있다”고 말했다.

실제로 박 대통령의 뇌물 혐의 수사를 총괄하고 있는 윤석열(56) 부장검사는 공식 수사 개시 열흘 전쯤 정두언(59) 전 의원을 만났다. 정 전 의원은 2007년 한나라당 대선후보 경선 당시 이명박 후보 진영에서 박근혜 당시 후보의 검증을 총괄했다. 윤 부장검사의 관심사는 최씨 일가가 축적한 재산의 ‘성격’이었다고 한다. 이는 ‘최순실 이익=박 대통령 이익’이라는 등식을 증명하기 위한 포석이라는 게 법조계의 분석이다.

특검팀이 새로운 트랙에도 관심을 두는 이유는 1차 트랙(제3자 뇌물제공 혐의)이 실패했을 때를 대비하는 차원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부장검사 출신의 한 변호사는 “제3자 뇌물제공죄가 성립하려면 박 대통령이 삼성 등 대기업의 민원을 해결해주라는 지시를 했다고 볼 만한 진술이나 증거가 필요하다. 하지만 박 대통령의 자백을 기대할 수 없는 상태이고 연쇄적인 지시와 실행의 고리들을 밝히기가 만만치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와 함께 최씨 일가의 수천억원대 재산의 실체를 규명하는 성과도 노릴 수 있다.

하지만 두 트랙 모두 난관이 산재해 있다. 특검팀은 우선 국민연금공단과 보건복지부에 대한 고강도 조사로 제3자 뇌물제공 혐의의 연결 고리를 밝히는 데 수사력을 모으고 있다. 최씨 소유 비덱스포츠 등에 대기업들이 지원해 준 이유가 박 대통령의 개입(부정한 청탁) 때문이라는 점을 입증하기 위한 것이다. 하지만 그 연결 고리에 있는 문형표 전 복지부 장관 등은 국회 청문회에서 “청와대 지시를 받은 적이 없다”고 의혹을 부인했다.

단순 뇌물 혐의를 적용하는 두 번째 트랙도 가시밭길이다. 법원 판례도 “다른 사람이 받은 금품을 공무원이 직접 받은 것과 다름없다고 평가할 수 있을 만한 관계가 입증돼야 한다”고 요구하고 있다.

단순 수뢰죄는 주로 공무원의 부인이나 남편이 뇌물을 받았을 때 적용된다. 또 공무원에게 돈을 빌려준 채권자가 대신 뇌물을 받았을 때도 수뢰죄가 인정될 수 있다. 그러나 지난 6월 대법원은 전 해군참모총장이 함정 수주 대가로 자신의 아들이 대주주인 요트 회사가 7억여원을 받게 한 혐의에 대해 단순 수뢰죄를 적용한 것은 잘못이라고 판단했다. 부자지간이라 할지라도 이미 성장해서 경제적 동일체가 아니라면 아들이 받은 이익을 아버지의 뇌물로 단정할 수 없다는 취지였다. 이 때문에 특검팀은 박 대통령과 최씨의 특수한 ‘40년 인연’에 주목할 것으로 보인다. 최씨가 박 대통령이 착용한 의상과 소품을 자기 지갑에 든 현금으로 결제하는 폐쇄회로TV(CCTV) 영상 등도 활용할 계획이다. 고 최태민-최순실 일가가 박정희 전 대통령 사후에 거액의 자산을 관리해 왔다는 의혹도 조사 대상이다. 

임장혁·김나한 기자 im.janghyu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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