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강경해진 현대중공업 노조, 사업재편 차질 우려

중앙일보

입력

독립 노조의 길을 걸어온 현대중공업 노조가 다시 민주노총 전국금속노조 우산 속으로 들어갔다. 2004년 민주노총 금속노조에서 제명된 지 12년 만이다. 이로써 향후 노사 협상은 현대중 노조가 아닌 금속노조와 벌여야 한다. 이에 따라 현대중공업이 계획 중인 경영효율화 작업에도 차질이 우려된다.

제명 12년 만에 다시 금속노조 우산 속으로
현대중 노조, “교섭·투쟁 방식에 변화” 예고

현대중 노조는 23일 “금속노조 가입으로 회사와의 교섭·투쟁 방식에 변화가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노조는 최근 소식지를 통해 “산별노조로 전환하면 회사는 앞으로는 민주노총과 금속노조와도 상대해야 한다”며 “사측을 상대로 투쟁 강도를 높이기 위해서는 산별노조 전환이 필수적”이라고 밝혔다. 현대중 노조는 전날 사흘간 진행된 조합원 투표(투표율 80.9%)에서 76.3% 찬성으로 금속노조 가입을 결정했다.

현대중 노조가 산별노조 산하로 편입을 결정한 이유는 하나다. 회사 측이 추진하고 있는 자구계획을 통한 구조조정을 막겠다는 것이다. 현대중공업은 조선부문과 비조선 부문을 나눠 6개 회사로 분리하고 지주회사로 전환을 추진하고 있다. 여기엔 3세 승계 문제도 걸려있다.
노조는 현대중공업 분사 이사회 결정 직후부터 "구조조정을 용이하게 하기 위한 방편”이라며 반대하고 있다. 하지만 조선업계가 수주절벽 속에서 구조 재편이 불가피한 측면이 있어 강경하게 대응하기도 어려운 상황이다.

현대중공업 노사는 올해 지난 15일까지 올해 65차례 교섭을 벌였지만 합의점을 찾지 못했다. 노조 측은 사외이사 추천권 인정과 성과연봉제 폐지 등을 요구하고 있다. 노조 입장에선 금속노조의 지원을 통해 세력을 불릴 필요가 있다. 현대기아자동차·한국GM 등 주요 제조업체에서 15만 명이 가입돼 있는 금속노조는 민주노총 내에서 강경노선을 취하고 있다. 현대중공업 노조는 앞으로 독자적 결정권 없이 금속노조의 지침을 따라야 해 회사일과 무관한 정치적 사안에도 개입할 수도 있다.

금속노조는 지난 2004년 3월 현대중공업의 제명을 결의했다. 당시 하청업체 노동자 분신사건을 두고 양측은 극단적으로 대립했기 때문이다. 금속노조에서 가장 큰 지분을 차치하고 있는 현대중의 연맹비 납부 지연 사건도 갈등에 한몫했다. 결국 같은 해 9월 민주노총 탄생을 주도한 현대중공업이 정식으로 제명되고 개별노조로 전환했다.

전영선 기자 azul@joongang.co.kr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