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가상승의 배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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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요즘 정국에 대한 불안이 고조되고 있는 중에도 계속 오름세를 타는 주가가 보는 이들을 의아케 하고 있다.
그동안 증시는 크고 작은 사건들, 그리고 각종 루머에 민감히 반응해왔고 그래서 순탄한 주가상승은 사회·정치적 안정의 바로미터인 것처럼 여겨져 왔다.
그런데 어찌된 일인지「6·10」양대회를 전후, 곳곳에서 시위가 일고 돌팔매가 난무하고 있는 요 며칠새도 주가는 초연하듯 상승 일로다.
여야의 격돌을 하루 앞둔 지난9일 일반의 우려와는 달리 상승을 기록하더니 대회 당일과 11, 12일 연나흘째 종합주가 지수로 6·28포인트의 오름세를 지속했다.
이같은 주가 행진은 이른바 주가의 선행성, 또 찬스에 강한 증시생리를 다시한번 입증한 것이라고 말하는 이도 있지만 증시의「자율」을 강조해온 증권당국의 입김이 없지 않았다는 흔적이 있어 의아감을 더해주고 있는 것이다.
지난 4월 증시안정 대책 발표이래 증권당국은 투신·보험등 기관투자가 들에게 무조건 팔도록 지시해왔다. 물론 이 자체도 시장 자율과는 거리가 먼 얘기지만 급등을 진정시키기 위한 불가피한 것으로서 기관이 자율적으로 처분한다는 말을 빌었고 기관들은 울며 겨자먹기 식으로 최근까지 하루2백만∼3백만주씩을 팔아왔다. 일일 실적을 체크하고 심지어 기관이 매수 주문을 내도 매매체결을 시켜주지 말도록 하면서까지….
오죽하면 기금등 몇몇 자산운용 단체들이 상장주식 배당소득에 대한 면세혜택을 마다하고 기관투자가 지정조차 달갑지 않다는 말을 했을까.
그런데 웬일인지 지난 9일부터 기관매물이 급감했다. 9일 20만주, 대회당일인 10일에는 아예 없었고 11, 12일 1백여만주. 뿐만아니라 기관매도 중지설·규제완화설등 분위기 잡는 온갖「설」들이 공공연히 나돌고있다는 증시 관계자들의 설명이기도 했다.
결국 최근의 초연한듯한 주가상슴은 그동안「소방수」역할을 해온 기관들의 이 같은 태도 변화에 자극받고 있다는게 증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이런저런 와중의 주가 급락과 민심동향을 우려한 증권당국 혹은 기관들의 세심한 배려로 받아들여야할지, 아니면 뒤늦게나마 시장자율원칙을 지키려는 증권당국의 태도변화로 봐야할지는 모호한바 있으나 한가지 분명한 것은 어느쪽이든「자율주가」와는 거리가 있다는 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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