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캐럴은 줄었지만…가요계 ‘그래도 크리스마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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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5면

시국에 밀려 겨울 시즌송은 줄었지만 따뜻한 위로송이 이어지고 있다. 세월호를 추모하는 노란 리본부터 촛불까지 등장시킨 윤종신 뮤직비디오(왼쪽), 크리스마스 분위기로 새단장한 트와이스. [사진 미스틱·JYP]

시국에 밀려 겨울 시즌송은 줄었지만 따뜻한 위로송이 이어지고 있다. 세월호를 추모하는 노란 리본부터 촛불까지 등장시킨 윤종신 뮤직비디오(왼쪽), 크리스마스 분위기로 새단장한 트와이스. [사진 미스틱·JYP]

크리스마스가 코앞으로 다가왔는데도 올해는 거리에서 캐럴 듣기가 힘들다. 겨울이면 기획사별로 경쟁적으로 발표하던 시즌송도 올해는 주춤하다. 지난해까지만 해도 소속 가수들이 릴레이로 시즌송을 발표하거나 모두 함께 모여 단체로 떼창을 하는 경우가 일반적이었지만 올해는 EXO의 ‘포 라이프’ 정도를 제외하면 전곡이 캐럴로 구성된 겨울 스페셜 앨범을 찾아보기가 어렵다.

지친 국민들 위로하는 노래 많아
뮤직비디오에 촛불도 등장
수익금 기부 등 특별 에디션도

이처럼 크리스마스 대목 시장이 얼어붙은 것은 매주 주말마다 전국 각지에서 열린 촛불시위와 연일 새로운 뉴스가 쏟아져나오는 시국의 영향이 크다. 통상 겨울 시즌을 목표로 한다면 11월 말에는 노래를 발표해야 하는데 연말을 마음껏 즐길 수 있는 사회 분위기가 조성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로 인해 규모를 예년보다 대폭 축소하거나 아예 시국에 지친 국민들을 위로하는 쪽으로 방향이 바뀌었다.

19일 ‘월간 윤종신’ 12월호로 발표된 윤종신의 노래 ‘그래도 크리스마스’가 대표적이다. 분명 스탠다드 재즈풍의 캐럴이지만 “참 힘들었죠/ 올해 돌아보면/ 어쩜 그렇게도/ 그럴 수가 있는 건가요” 등 기존 시즌송에서 찾아보기 힘든 가사들이 등장한다. 윤종신은 “올해 어수선한 일들이 참 많았다. 하지만 우리가 크리스마스까지 잃어버릴수는 없지 않나”며 “2016년의 뜨거웠던 겨울을, 우리가 함께 모여서 불을 밝히고 목소리를 내었던 그 희망의 열기를 떠올려줬으면 좋겠다”고 밝혔다. 뮤직비디오 역시 세월호 참사를 추모하는 노란 리본부터 광화문을 가득 메운 촛불까지 애니메이션을 활용해 압축적으로 담아냈다.

레드벨벳 웬디

레드벨벳 웬디

1999년 SM타운을 시작으로 지난해 태티서의 ‘디어 산타’까지 겨울 스페셜 앨범에 가장 적극적이었던 SM도 올해는 주간 단위 신곡 발표 플랫폼인 SM스테이션으로 대신한다. 이성수 A&R 본부장은 “매주 신곡을 선보이는 만큼 기본적으로 시즌성이 가미된다”며 “레드벨벳 웬디와 피아니스트 문정재가 함께 하는 ‘해브 유어셀프 어 메리 리틀 크리스마스’와 뉴에이지 피아니스트 스티브 바라캇과 재즈 보컬리스트 이동우 등이 재능기부로 참여하는 ‘너의 목소리’ 등을 준비했다”고 설명했다. 다양한 장르간 이종교배 기조에 수익금 일부를 유니세프에 기부하며 의미를 잡겠다는 취지다.

JYP는 백아연과 갓세븐 JB가 부른 ‘그냥 한 번’과 백예린의 ‘러브 유 온 크리스마스’ 등 솔로가수 위주로 각 1곡씩만 선보였고, 트와이스는 지난 10월 발표한 미니앨범 ‘트와이스코스터: 레인1’의 표지와 재킷을 바꾼 크리스마스 에디션을 내놓았다. 스타쉽 엔터테인먼트는 정기고·매드클라운·유승우 등 남성 보컬들로만 구성한 시즌송 ‘누가 그래’로 차별화를 꾀한다는 전략이다.

아직은 머라이어 캐리의 ‘올 아이 원트 포 크리스마스 이즈 유’ 같은 대표 캐럴이 없다는 지적도 있다. 성시권 음악평론가는 “시국 영향으로 준비 및 배포 시기를 놓친 것이 크지만 몇 년 사이 겨울 시즌송이 범람하면서 비슷비슷한 콘셉트로 진부하단 느낌이 강해졌다”며 “고전적인 경쟁곡이 많은 시장인 만큼 기획 단계부터 더욱 탄탄하게 접근해야 한국형 캐럴 대표곡이 탄생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민경원 기자 storym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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