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시대·지방문화(10)극단 척박한 풍토서 큰 결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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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부산연극이 서울연극과 함께 한국연극을 이끌 수 있는 수준으로 비상할지, 아니면 이대로 주저 앉을 것인지 지금이 그 갈림길입니다. 지방극단의 활성화야말로 우리 공연예술계의 활로와 직결되지요』
그동안 지방연극인으로 험난한 길을 걸어온 부산 연극인 이영식씨(36).
그는 지난3일 폐막된 제5회 전국 지방연극제에서 『노인, 새되어 날다』란 작품으로 최우수상인 대통령상과 연출·연기·미술등 연극사사상 최초로 4개부문의 상을 휩쓸어 연극계에충격을 안겨준 부산 「예술극장」의 대표다.
한국연극협회 산하에는 서울의 극단이 36개인데 비해 지방극단은 그 두배인 72개. 또 70년대 말까지만 해도 서울 연극인의 절반도 채 못미쳤던 지방연극인들도 지금은 서울의 8백여명보다 4백명 이상이 많은 1천2백명선에 달하고 있다.
지방극단의 이같은 급격한 증가는 ▲전국적으로 서서히 일기 시작한 연극붐 ▲지역문화 중흥운동의 영향 ▲서울극단과의 빈번한 교류와 서울극단들의 잇단 흥행성공으로 인한 자립가능성의 증대 ▲지방연극제의 운영등을 그 중요 이유로 꼽을 수 있다.
8개 극단이, 협회에 가입되어 있는 부산의 경우역시 63년에 창단, 24년의 역사를 가진 극단 「전위부대」를 비롯해 70년대초에 창단된 극단 「현장」 「한세월」등이 있으나 극단 「예림」「부두극장」등 그 절반인 4개 단체가 80년대들어 창단됐다.
또 협회 미가입단체인 30개 극단의 대부분도 80년대 이후에 생겨나 어려운 여건속에서도 열심히 무대를 만들고 있다.
그러나 극장시설을 살펴보면 시민회관 소극장(4백73석), 가마골소극장(80석), 가톨릭소극장 (2백30석), 사강문화센터(1백80석), 자갈치소극장(1백70석)등 5백석이내의 소규모 극장만 5개가 있을 뿐이다.
이번 지방연극제에서 부산대표로 출전해 선풍을 일으켰던 극단 「예술극장」의 경우를 살펴보년 이들이 얼마나 척박한 풍토에 놓여 있는지 알 수 있다.
82년에 창단되어 비교적 연륜이 짧은 가운데 무려23편(22편이 창작극)을 막올렸던 「예술극장」은 부산연극사상 최장기 기록(2백20회)을 가진 『닭 잡아먹고 오리발』등에서 3만여명을 끌어 모았으나 2천명 내외의 관객들이 입장하는 평균작을 공연하고 나면 배우들 개런티는 고사하고 몇백만원 적자 나기가 일쑤라는 것.
지방연극제의 참가가 결정된 뒤부터 사용해온 연습실로는 예식장·빈 점포를 비롯해 야구장의 식당까지 다양하다. 그중 사직운동장 식당자리는 부산시가 시대표라고 특별히(?)마련해준 장소.
『도대체 부산에서 거둔 문예진흥기금은 서울로 올라가기만 하고 내려오지 않습니다. 연간 6억∼10억원 올라가서 5%정도에 불과한 4천만∼6천만원 정도가 내려오니 서울·부산간 무대공연의 격차는 더욱 커질 수 밖에요』
이런 재정의 빈약, 공연장의 협소, 연습장의 부재, 주변사람들의 인식부족등 어려운 여건이외에도 전문연기자·연출가·스태프진들의 절대부족도 부산연극의 악조건중 하나.
예술극장대표 이영식씨는 연극저변확대를 위해 올 여름에 해운대에서 해변연극제를 개최할 예정이라며 밝게 웃는다.

<부산=양헌석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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