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중·고 12월 조기졸업식 아시나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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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8면

충북 청주 청남초등학교는 30일에 졸업식을 한다. 올해 처음으로 12월로 앞당겼다. 졸업식을 일찍 하면서 내년 학사 일정도 개편하기로 했다. 여름방학을 35일에서 26일로 줄이고 학기 중 교장 재량 휴업일도 최대한 줄일 계획이다.

“1~2월 긴 방학 계획적 학업준비 장점”
졸업식 앞당기는 학교들 계속 증가
일부선 “아이들 방치, 비행 조장 우려”

경기도 수원 연무중학교는 다음달 4일과 6일에 각각 졸업식과 방학식을 한다. 대신 겨울방학은 내년 3월 1일까지다. 12월 크리스마스 전후 방학, 2월 졸업하는 주변 학교와 다르다. 2월 초 개학 후 다시 봄방학을 하는 방식과도 차이가 난다. 연무중은 내년 초 졸업을 위해 여름방학을 줄이고 봄·가을 일주일 정도씩 있는 계절방학을 모두 없앴다. 물론 법정 의무 수업일수(190일)는 모두 채웠다.

12월 말이나 1월 초에 졸업식·방학식을 하는 학교가 늘고 있다. 경기도에서만 현재 초교 45곳, 중학교 68곳, 고교 23곳이 12월 말~내년 1월 초에 졸업식을 한다. 인천에서는 지난해의 배 수준인 12개 초·중·고교에서 조기 졸업식을 한다. 충북도에서는 초교 3곳, 중학교 8곳, 고교 6곳 등에서 조기 졸업식이 열린다. 예전에는 교육부에서 방학·개학일을 지정했지만 2010년 이후부터는 법정 의무 수업일수만 채우면 학교장의 재량에 따라 졸업식·방학식을 자율적으로 정할 수 있기 때문이다.

조기 졸업을 두고 찬반 논란도 뜨겁다. 조기 졸업을 하는 학교들은 중간 공백 없는 긴 방학이 학생의 자기계발에 도움이 되고 학교도 새 학년 준비를 체계적으로 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한기택 청남초 교감은 “2월 초 개학을 하고 얼마 뒤 봄방학을 하는 것에 대해 교사와 학생·학부모 모두 시간 허비라는 의견이 많아 조기 졸업을 도입했다”고 말했다. 오인석(48) 충북 가경중 학교운영위원장은 “아이들이 두 달간 공백 없이 재충전의 시간을 가질 수 있고 특기 활동 등에 집중할 수 있는 게 장점”이라고 했다.

반면 반대하는 쪽에서는 학교가 학생 지도를 사실상 포기하는 것일 뿐 아니라 계절방학 취지에도 맞지 않는다고 주장한다. 일주일~열흘 정도씩 하는 계절방학은 학생에게 재충전의 시간인데 조기 졸업을 위해 계절방학을 없애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는 것이다. 익명을 원한 용인 지역 한 고교 교감은 “학교나 교사 모두 졸업을 앞둔 학생들을 지도하기란 쉽지 않다 보니 조기 졸업시켜 부담을 덜어 내려는 것 아닌가 생각된다”며 “조기 졸업 후 소속감이 없어져 청소년 비행이 늘 수 있고 긴 방학이 오히려 학습의욕을 약화시킬 수 있다”고 말했다.

정제영 이화여대 교육학과 교수는 “2월의 학사 일정은 학생은 느슨해지고 학교는 학생 관리를 제대로 못하는 경우가 많아 조기 졸업이 긍정적인 측면이 있지만 가정환경 등에 따라 교육적 경험에서 질적 차이가 날 수 있다”며 “조기 졸업 확대를 위해서는 저소득층이나 다문화가정 학생을 위한 별도의 프로그램 운영 등 보완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수원·청주·인천=임명수·최종권·최모란 기자 lim.myoungso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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