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발생 인근 농장 계란도…27일까지 외부 반출 금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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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8면

이마트는 22일부터 계란 판매를 ‘1인 1판’으로 제한하기로 했다. 가격도 6580원에서 6980원으로 6% 올린다. 가격 인상은 8일(5%), 15일(5%)에 이어 세 번째다. 2주 만에 5980원이었던 계란 한 판 가격이 1000원(16.7%) 올랐다. 이미 이마트 트레이더스·하나로마트·롯데마트에선 ‘1인 1판’을 시행하고 있어 사실상 대형마트 전체가 계란 판매를 제한하고 있다. 이마트 관계자는 “오후 4시면 계란이 동나는 통에 판매 제한을 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농식품부 “농장·창고 일제 소독”
이마트 오늘부터 1인 1판만 판매
계란수집상 2300곳, 유통 65% 좌우
“하루만 풀지 않아도 가격 올라가”

식탁에서 계란이 사라지고 있다. 음식점에선 계란이 빠진 음식을 내오고 주부들은 계란 요리를 만들기 부담스럽다. 가격은 계속 오르지만 그나마도 ‘없어서 못 사는’ 지경이다. 이런 현상은 갈수록 심각해질 전망이다. 이천일 농림축산식품부 축산정책국장은 21일 “27일까지 조류인플루엔자(AI) 발생 지역 인근 산란계 농장에서 나온 계란의 외부 반출을 차단하겠다”고 말했다. 계란 반출이 금지되는 방역 지역은 경기·충남·충북·세종·전남 등지 35곳이다. 농식품부는 지방자치단체와 함께 산란계 농장, 계란 창고, 도매업소 등을 대상으로 일제 소독을 진행한다.

‘계란 대란’이 심각해지는 데는 전체 산란계의 20.8%인 1451만 마리가 살처분된 탓이 크다. 계란 공급량의 20%가 줄었다는 의미다. 여기에 유통 구조도 문제다. 업계에 따르면 현재 국내에서 생산되는 계란의 65%는 전국 2300여 개 계란수집판매상을 거친다. 나머지는 대형마트나 식품업체처럼 농장에서 직접 구매(20%)하거나 농협 등이 운영하는 집하장(15%)을 거쳐 유통된다. 사실상 정부가 계란 수급을 정확히 파악하기도 어려운 구조다. 도매 가격보다 소매 가격이 훨씬 가파르게 오르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대한양계협회가 고시한 계란 가격(8일)은 1개에 192원이다. 한 판 기준으로는 한 달 새 10.3% 오른 5760원이다. 하지만 같은 기간 소비자가격(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 기준)은 26.8% 오른 6866원이다.

계란은 세척 외에는 별다른 전처리 과정 없이 바로 소비할 수 있고 특성상 보관이 어려워 당일 생산되는 물량은 바로 팔아야 한다. 농장에서는 매일 생산되는 계란을 쌓아둘 수 없어 사실상 판매상이 부르는 값에 팔고 음식점 등은 계란을 납품받을 곳이 없으니 판매상이 부르는 가격에 산다. 계란도매업 관계자는 “판매상이 계란을 하루만 풀지 않아도 계란값이 오를 수밖에 없는 구조”라고 말했다.

정부의 ‘묻지마식’ 보상책도 계란 대란을 부추기는 요인으로 꼽힌다. 한 식품업체 임원은 “예컨대 AI에 감염되지 않은 산란계 10만 마리를 예방적 차원에서 살처분하면 정부에서 10억원을 보상하니 이를 악용하는 농장도 있다”고 말했다. 이상목 대한양계협회 경영정책국 부장은 “계란은 특성상 생산만큼이나 유통이 중요한 만큼 전방위적인 관리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최현주·조현숙 기자 chj80@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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