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화 절상, 어디까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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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올해 원화 절상폭은 보수적으로 전망하기보다는 「상당한 수준」으로 높이 내다보는 것이 옳을 것 같다.
올해 환율운용은 안정적이기보다 큰 폭으로 내리는 쪽으로 대세가 기울고 있다.
이 같은 환율변조에 대한 충격흡수나 대응은 정부·업계의 공동 과제가 아닐 수 없다.
지난해 원화 절상폭 3.2%에도 충격이 없지 않았는데 올해에는 정부에서 환율정책을 보다 세차게 밀어붙이는 인상이다. 정부는 연초이래 올해 환율을 「안정적」으로 운용할 것을 강조하여 대체로 7%정도 절상 폭을 내다보는 것이 일반적이나 실제로 절상속도를 보면 올해 절상폭이 10%를 훨씬 넘을 것으로 보아 별 툴림이 없을 것이다.
지난해 대미 달러환율은 1달러 8백61원40전이던 것이 8일에는 8백19원으로 올들어서만도 42원4O전이나 떨어졌다. 이로써 원화의 절상폭은 올 들어 이미 4.92%에 달했다. 절상폭이 지난 6개월 동안 거의 5%에 이르러 남은 6개월 동안 연말까지 적어도 5% 이상 더 확대될게 아니냐는 추측도 가능하지만 더 불안이 가중되는 것은 절상의 가속화에 있다.
환율이 떨어지는 속도가 빨라져 멀지않아 7백원대로 떨어질 것이 확실시된다.
정부는 미국과도 타협이 이루어졌다면서 환율의 안정적 운용방침에 변함없다고 거듭 밝히고 현재 IMF(국제통화기금) 연례협의단을 맞아 우리 정부의 기본입장을 굽히지 않고 있기는 하나 실제 환율변동 추이를 보면 과연 정부를 어느 정도까지 믿어야 될지 판단이 잘 안 된다.
업계는 얼마의 절상폭을 전제로 경제행위를 영위해야 할지 우왕좌왕하고 있다.
미국의 환율압력이 가중되고 심지어 선진 7개국 정상회담에서까지 한국 환율을 문제시 하고있는 만큼 점진적이고 안정적 절상이 어려운 것은 사실이지만 급절상이나 과다한절상은 경계해야될 것이다.
지난해 겨우 초석을 놓은 국제수지 혹자기조는 취약하기 이를 데 없다. 자칫 환율정책이 잘못됐다가는 돌이키기 힘든 낭패를 당할 것이다.
수출업계는 환율과 함께 축소금융·관세특혜 폐지 등으로 삼중고를 당하고 있어 우리 경제의 견인차인 수출도 결코 낙관할 수 없는 형편이다. 누가 무어라 해도 우리는 수출로 돈을 벌어다 외채를 갚아야하는 입장이다. 지속적 수출증대를 위해서는 적정 국체수지의 관리, 무역마찰의 회피, 경제안정 등 내외균형을 도모하는 한편 대외적으로 우리의 입장을 설득하는데도 한층 힘써야한다.
특히 환율문제에서 그렇다. 미국은 달러 환율조정만으로 일본과의 무역적자축소에 실패한 사실을 외면하지 말아야하고 내한중인 IMF협의단은 우리의 산업정책, 개방속도, 관세정책, 환율정책 등에 관해 정확히 실상을 파악한 후 합리적 결론을 내릴 것으로 기대한다.
한국은 4백20억달러 외채를 짊어지고 있다. 5백80억달러의 외환보유고를 갖고 있는 대만이 추가 시장개방, 관세인하로 대처하고 이제 환율은 가능한 한 안정적으로 운용키로 한 것은 시사하는바 있다.
어쨌든 올해 원화 환율 변동폭이 클 것으로 가시권에 잡힌 이상 특히 업계는 당장의 충격은 최소화하도록 힘쓰면서 장기적 시야에서 전기로 삼아야 할 것이다.
절상의 이점을 잘 이용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절상기를 경쟁력 강화의 시기로 잘 이용하여 전화위복이 되도록 해야할 것이다. 품질고급화, 기술혁신, 생산성향상, 코스트절감, 제값받기등 자구노력의 적절한 시기가 바로 지금이라고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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