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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대생의 삭발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6면

외대 여학생부장 한모양(20)이 네번째로 뙤약볕 아래 등받이 의자에 앉았다.
시위 때 쓰던 플래카드천으로 한양 목둘레를 감싼 뒤 먼저 삭발을 마친 김모군(21·경영3)이 이발기계를 한양 뒷머리에 갖다댔다.
5일 하오2시 외대 도서관 앞 광장.
5백여 학생이 지켜보는 가운데 벌어진 외대학생회간부 6명의 삭발식.
『밤새껏 고민끝에 아침에야 결심이 섰어요. 그렇지만 머리카락이 뭉텅뭉텅 깎여나갈 때는 눈물이 자꾸 쏟아지더군요.』
「홍일점 삭발 여대생」한양은 자신의 눈물이『결코 사사로운 감정때문만은 아니었다』고 말했다.
삭발광경을 지겨보던 여학생들 속에서도 흐느끼는 소리가 들려왔다.
그와는 대조적으로 멀찍이서 몇몇 학색들의 비아냥거리는 읏음소리도 들려왔다.
『삭발도 「의사전달방법」입니다. 화염명·돌을 던지는 것이 전부라고 생각지는 않아요.』
『일부 비웃는 학우들이 대학인답게 당당한 목소리로 자기 의견을 건네왔으면 해요.』 지난달부터 목회자를 중심으로 시작돼 대학가에까지 번진 「삭발시위」에 순수한 마음으로 동참했다는 이들은 1시간에 걸친 삭발식을 마친뒤 하오 4시30분부터 총학생회실에서 닷새기한의 단식농성에 들어갔다. 구호는 「고문 은폐·조작규탄 및 6월9, 10일 총파업쟁취」.
「6·10」을 앞두고 팽팽한 긴장감에 휩싸인 대학가. 비구니아닌 비구니모습, 까까머리 여대생의 결의와 걱정을 함께 들으면서 때 이른 무더위가 더욱 덥게 느껴졌다.

<노재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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