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흡연 줄어도 남성 폐암 늘어, 대장암 제치고 2위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14면

암 발생이 1999년 공식 집계를 시작한 이래 처음으로 줄었지만 폐·유방·췌장·전립샘·담낭 등 일부 암은 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남성 폐암은 대장암을 제치고 많이 발생하는 암 3위에서 2위로 올라섰다. 대장암에 2위를 내준 지 7년 만에 다시 자리를 바꾼 것이다.

보건복지부와 중앙암등록본부는 20일 이 같은 내용을 담은 2014년 암 등록 현황을 발표했다. 이에 따르면 암 발생률과 생존율 둘 다 좋아지고 있다. 2014년 한 해 암이 발견된 사람은 21만7057명으로 1년 전보다 4.5% 줄었다. 과잉 검진 논란이 일면서 갑상샘암 환자가 1만2017명(감소율 28.1%)이나 줄어든 덕분이다. 전체 암 환자의 5년 생존율(2010~2014년)은 70.3%로, 처음으로 70%대로 올랐다. 정규원 중앙암등록본부 과장은 “갑상샘암 발생이 줄고 조기 검진으로 이미 많은 암이 발견된 이유 등으로 암 발생이 감소했다”고 말했다.

매연 등으로 비흡연자 발병도 증가
2014년 전체 암 환자 21만7057명
집계 후 첫 감소…5년 생존율 70%

하지만 폐암은 여전히 골칫거리다. 2014년 남성 폐암 환자는 1만6750명으로 전년보다 431명(2.6%) 늘었다. 반면 대장암은 1만6182명으로 3.3% 줄었다. 여성 폐암도 2.8% 증가했다. 폐암은 흡연율과 밀접하다. 흡연율은 90년대 이래 계속 감소했다. 이 덕분에 고령화가 덜 진행된 2000년 인구 구조로 바꿔 폐암 발생을 따지면 2005년 이후 발생이 줄고 있다. 그러나 단순 수치로만 보면 폐암 환자는 계속 늘고 있다. 노인 인구 증가와 수명 연장 때문이다. 흡연율 감소 효과보다 고령화 영향이 더 크다는 뜻이다. 폐암 환자의 68%가 65세 이상 노인이다. 이진수 국제암대학원대학교 명예교수는 “담배를 20~30년 피우면 대개 25~30년 후 폐암이 생기기 시작하고 노인 연령대에 집중적으로 발병한다”며 “수명이 길지 않을 때는 폐암이 생기지 않고 사망했으나 지금은 평균 수명이 82세로 올라가면서 폐암이 많이 발생한다”고 설명했다.

경남 양산시 최명균(50)씨는 35년 동안 담배를 피웠고 2010년 10월 폐암 3기 B진단을 받았다. 수술 후 항암치료를 받았고 지금은 질병 추이를 지켜보고 있다. 최씨는 “의사가 담배를 너무 많이 피워 폐가 엉망이고 폐기종이 심하다고 했다”며 “불행 중 다행으로 담배 안 피우는 사람도 걸리는, 순한 타입의 암”이라고 말했다.

더 위협적인 현상은 흡연과 무관한 폐암이 증가한다는 것이다. 국립암센터에 따르면 여성 폐암 수술 환자 831명의 88%는 평생 담배를 피운 적이 없었다. 허대석 서울대병원 종양내과 교수는 “담배를 피우지 않더라도 미세먼지·매연 등의 돌연변이 물질에 장기간 노출되면 폐암이 생긴다”고 말했다.

폐암은 5년 생존율도 낮다. 2010~2014년 25.1%로 10대 암 중에서 췌장암(10.1%) 다음으로 낮다. 허대석 교수는 “고령화가 급속도로 진행되고 있기 때문에 폐암 환자는 계속 늘 것”이라며 “금연이 가장 확실한 폐암 예방법”이라고 했다. 이진수 교수도 “담뱃값 인상 등 모든 수단을 동원해서라도 청소년들이 담배를 피우지 않게 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신성식 복지전문기자 ssshin@joongang.co.kr

ADVERTISEMENT
ADVERTISEMENT